한 가닥의 실 (A Piece of Thread)


가춘화展 / KACHUNHWA / 賈春花 / painting
2018_0627 ▶ 2018_0710


가춘화_관계1801(Relation)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72.7cm_2018


초대일시 / 2018_0627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 스페이스

INS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0)2.734.1333

www.insaartspace.com



기억의 편린(片鱗)...... 시공간을 넘나든다. 손에 잡힐것 같지만 잡히지 않고, 다른 기억이 저장되어 한편씩 꺼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 준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오면서 가족과 이별하게 되었고, 그런 일들로 인해 소심한 아이로 유년과 청소년기를 거치게 되었다. 내 마음속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것은 사람을 포근이 감싸 안아주는 "천" 어머니와 자식을 이어주는 탯줄 같은 "끈" 이였다. 자연에서 느끼는 그리움...이음과 끊음, 비움과 채움을 '천과 실'로 표현했다. 실을 캔버스에 한가닥 한가닥 붙일 때마다 마치 어머니의 사랑을 채워 주는 듯한 느낌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화되는 느낌 이었다. 흰색은 나에게 있어 "추억" 이다. 白色의 기억은 이제 '나'의 기억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기억을 순수한 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일컫는 의미가 되었다. 백색의 추억을 간직하며....... (2018년 6월) ■ 가춘화



가춘화_관계1802(Relation)_캔버스에 혼합재료_50×72.7cm_2018


가춘화_관계1702(Relation)_캔버스에 혼합재료_91×91cm_2017


가춘화_서해바다1701(West Sea)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162.2cm_2017


가춘화_서해바다1702(West Sea)_캔버스에 혼합재료_91×116.8cm_2017


가춘화_봄(Spring)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30cm_2017


가춘화_여름(Summer)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30cm_2017


가춘화_가을(Fall)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30cm_2017


가춘화_겨울(Winter)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30cm_2017


가춘화_white flower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72.7cm_2018


Piece of Memory... Traverses time and space. Seems as if it could be grasped but it can't; it brings time where other memory is stored and could be removed one by one. I left my hometown and parted with my family when I was young, and because of this, I spent my youth and teenage years as a timid child. What was hidden deep beneath my heart were "fabric" that snugly held people and "thread" like the umbilical cord that connected mother and child. I used "fabric and thread" to describe the nostalgia felt in nature… that connection and disconnection, emptying and filling. Every time I attached a piece of string onto the canvas, I felt cathartic as if I was filling it up with mother's love, which felt calming and healing. White to me means "reminiscence". Memory of white has now become something of an infinite possibility that can accept not only my own memory but of everyone as its pure state. Cherishing white memory... (June 2018) ■ KACHUNHWA



Vol.20180627d | 가춘화展 / KACHUNHWA / 賈春花 / painting


All at sea
김진展 / KIMJIN / 金縝 / painting
2018_0620 ▶ 2018_0625



김진_집중과선택_장지에 분채_140×130cm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진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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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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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후 자아 찾기의 명목으로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다. 마치 사춘기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굴레를 벗어나면 진짜 '나'와 조우할 이상적인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듯이 본인 또한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을 벗어나면 스스로의 본질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잠시나마 그토록 탈피하고 싶던 현실과 시선을 벗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새로운 환경에 동화되려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방황은 순환처럼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시기에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접하게 되었고, '바로 이 자유가 인간을 고독과 불안에 빠뜨리고 개인이 보잘 것 없고 무력하다는 느낌으로 인간을 압도한다'(91p)는 단락에서 물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물위에 여행가방과 함께 표류한 사람들의 형상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여행 가방은 물리적으로 어느 한 공간으로부터의 이동, 탈피 한다는 상징과 함께 소유자가 속해 있던 공간과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자유와 소속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작품의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현실에 대한 도피로 선택한 자유는 곧 내면에 고독한 감정을 불러내고, 우리는 그 감정에 흐름에 표류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자 했다. 이때의 생각과 작업들은 작업의 방향과 컨셉을 다지는 초석이 되었다.



김진_무제_장지에 분채_145×120cm_2018


김진_nowhereboy_장지에 분채_65×53cm_2011


김진_nowhereboy_장지에 분채_53×45.5cm_2011


김진_무제_장지에 분채_53×45.5cm_2018


김진_무제_장지에 분채_53×45.5cm_2018


불현듯 느끼게 되는 권태와 집단의 분위기로 인해 위축된 스스로의 모습에 불만과 결핍을 느끼는 것은 더 이상 현대인에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 것이다. 타자와 자아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우울함이나 고독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감정은 모든 세대에 걸쳐서 느끼고 축적해온 감정이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 우리는 언제나 자아 찾기와 상실을 반복하며 삶을 영유해오고 있다. 나의 작업도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 있다. 내면을 탐구하던 작업을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현재의 꼴라주 작업은 그 과정이 마치 나의 모습을 통해 타인의 모습을 반추하는 것 같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이미지들은 본인의 주변인들부터 미디어 속 우연히 접한 유명인들을 포함하고 있다. 친밀하고 평범하게 느껴졌던 그들이 낯설고 독특하게 비춰 지기도 하고 특별하고 유일한 피사체로 느껴졌던 또 다른 그들이 익명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시선의 주체이자 객체인 인물들은 각자가 모여 서로가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않다 하더라도 익숙하지만 낯선 무리의 군중이 된다. 나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마치 보호색을 띄는 개체처럼 주어진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시대의 우리를 표현하고자 한다. ■ 김진



김진_무제_장지에 분채_53×45.5cm_2018


김진_무제_장지에 분채_145×120cm_2018


김진_무제_장지에 분채_145×120cm_2018


김진_mate_장지에 분채_48×70cm_2016


After graduating from college, I spent time to wander to go find myself. At that time, I thought I could find myself if I got out from my obligations, like an adolescent who believe there is an ideal life after graduating the school. For a moment, I could feel l am free from the reality and how others see me but also found myself trying to adapt to a new environment. Then I realized that wandering comes as part of our life cycle. At that time, I've read 'Escape from freedom' written by Erich Fromm, and through this sentence; 'This freedom, however, can make people feel unmoored, and is often accompanied by feelings of isolation, fear, and the loss of self'. I imagined an image of water and this part intrigued me start to paint about drifting man with a travelling bag on the sea. The traveling bag reflects "move and escape" but also has deep connection with his life and place. So travelling bag often appear on my painting because it has both meanings of "freedom and belonging". I wanted to express about freedom that we choose as an "escape from the reality" and it brings feelings of inner solitude and weakness being about emotions. These ideas and works at this time became the fundamental concept and directions on recent works. ● It's no longer big news for modern people having frustrations and feeling lack of themselves by the society atmosphere. The melancholy that comes from the gap between others and I or uncontrollable feelings such as solitude are emotions that we feel and accumulated throughout all generations. In relationships with others, we live our lives on repeating to lose and find ourselves. My work also sends out this kind of message. I cut my paintings that based on my inner side and made them into pieces and combined them. Then these combinations turn to some images. I feel it reflects the image of others through my inner self. The images include people around me and celebrities in the media. In my works, the friendly and ordinary people seem strange and unique and the others who I felt like they were unique and special, turned out to be anonymous. The figures, who are the subject and object of the eyes, are become a familiar but unfamiliar group. Even if they didn't form a bond. I wanted to describe us who have to constantly adapt to a given environment, as if we a chameleon. ■ Kim Jin



Vol.20180616c | 김진展 / KIMJIN / 金縝 / painting


이계월展 / LEEGYEWEOL / 李桂月 / painting

2017_0913 ▶ 2017_0918



이계월_성산동(새벽)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7


초대일시 / 2017_09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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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2층 (구)가나아트 스페이스

Tel. +82.(0)2.734.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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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재현 너머의 시간에 서성이다 ● '깊은 어둠'이 인상적인 작가 이계월의 작품에서 빛은 주요 요소로 자리한다. 어둠 속에서 발하는 스산한 형상을 비추는 것도 빛이요, 일상에서 걷어 올린 자연을 드러내는 데도 빛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린 묘사된 자연 형상과 그림자를 먼저 보지만 그건 모두 빛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 이계월의 그림에서 빛은 색이 되고 색은 다시 이미지를 끌어낸다. 이미지는 간혹 진한 침묵 아래 스며들거나 밤하늘 흩뿌려진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안착한 듯 소소한 자연물(꽃, 나뭇잎, 바람 등)로 피어난다. 그리고 이 자연물들은 지극히 평범함에도 사물과 현상, 시선에 대한 새로운 감정과 메시지를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이계월_적막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7


이계월의 그림은 분명 구상이나, 함축한 시간의 흐름과 응축된 감성의 일부를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상에 가깝다. 사실주의적 경향과 추상성을 가시화하는 미적 알고리즘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눈앞에 비춰진(또는 비춰지는) 외상을 포함해 다분히 서사적인 이미지의 저편을 포박한다는 사실은 실제의 반영이면서도 극도의 재현이 아닌, 작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덧입힌 것이랄 수 있다. ● 이계월의 작품은 일반적 인지로써 사실주의에 가깝지만 기록의 우월성이나 재현성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는 게 옳다. 그 보다는 작가 자신의 내면성의 투사, 일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연의 본질과 자신 내부에 들어서 있는 실체를 교차-이해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달리 말해, 의식으로 수용해 감각으로 탈바꿈시킨 사물을 통해 나름의 미적체계와 작가 자신의 존재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라 해도 무리는 없다.1) 그리고 그 표상엔 보이거나 혹은 감춰진 여러 특징들이 함유되어 있다. 


이계월_서호공원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7


우선은, 검은색과 푸른색이 지배하는 작품들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대체로 그의 그림들은 청녹색과 검녹색이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에푸수수한 형상과 더불어 매우 불안정하면서도 차분하다는 잔기를 동시에 심어준다. 한편으론 이 불안정함과 침착한 여운이 덩어리진 어둠을 조각하는 빛과 색의 존재성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빛과 색은 시간의 찰나마저 불러온다. ● 이 조용한 울림과 시간의 찰나를 잉태한 작품은 빛이라는 무형의 실체를 역으로 가시화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의미부여가 가능하지만, 변모하는 시간을 낚아채 정지시켜 놓고 있다는 데 방점이 있다. 그리고 그 정지된 시간 사이엔 작가가 서 있고 자연이 응답한다. 자연이 말하고 작가는 그림으로 적는다.



이계월_봄 밤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6


무엇보다 그림들은 흡사 바람에 몸을 맡겨 이리저리 흐느적거리는 듯한 이미지들처럼 작가 자신의 흔들리는 삶을 투사한 느낌이 물씬하다. 즉, 모르긴 해도(작가조차 말해준 적 없지만) 원형을 갖춘 고유의 자연물을 묘사함으로써 삶 속에서 느끼는 혼돈과 질서, 시작과 끝을 모른 채 살아가야하는 지난한 삶의 구조를 대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풍경, 재현 너머의 시간에서 서성이는 것"으로 이해한다. ● 또 하나의 특징은 익숙한 것의 낯섦에 있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여러 풍경 중 하나에마저 특유의 예민한 감각으로 정밀하게 고찰한 후 자신만의 어법으로 화면에 옮긴다.(이는 아마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거주환경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그리는 대상들은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것이기에 식상하지만 그의 그림 내부에 똬리를 틀면서 전적으로 이계월만의 어법으로 변화한다. 2)




이계월_기도의 형식_캔버스에 유채_130.3×194cm_2017


마지막 특징은 서정성이다. 이 서정성은 어스름을 뚫고 일어선 빛이 어두움과 호흡하는 시간, 마치 청명한 공기를 예민한 시선으로 흡수한 듯, 한 순간 사라지는 빛과 긴 여울을 남기는 감성의 조율이 배어나온다. 그것은 빛과 색, 명암, 운율이라는 네 요소 아래 피어나고, 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밤은 밤만의 풍경으로, 자리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작가의 감성이, 일상이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지 알려주는데, 그 사이사이에 작가의 존재가 시선으로 맺혀 있음 역시 발견하게 된다. ● 결국 이계월의 그림들은 일상의 한 단락과 무관하지 않다. 녹색과 검정계열의 한두 가지 색만으로 직조되어 있음은 그만큼 마음 속 고뇌가 옅지 않음을 뜻하며, 빛을 수용하고 있다는 건 무언가의 갈망을 의미한다. 다만 관람자들은 대체로 시각을 사로잡는 디테일한 자연의 외형에만 눈길을 주기 십상이기에 일반적으론 눈치 채기 어렵다. 노골적인 수사에 멈추지 않고 작자와 타자 간 감성의 교류와 시공의 흔적을 열람케 하므로 읽어내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존재하는 이유와 실제의 가치를 가리키며, 여러 풍경들은 곧 작가의 대리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계월_달 빛_캔버스에 유채_60.5×72.7cm_2017


빛은 드러냄이지만 빛의 소멸은 어둠의 등장을 예고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를 화면 속에서 공존-교차시키며 자신만의 나침반을 생성해간다. 그가 다루는 소재가 비록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이기에 편안한 여운을 전달하는 반면, 그 본질은 빛과 색을 타고 흐르는 생동감과 생명성, 초로한 것에도 눈길을 두는 삶의 아련함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3) ● 사실 필자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만의 감성에 의해 거둬지는 전개방식에 흥미를 가진다. 현실에서 보고, 마주하는, 마주했던 단편적 사실들을 은유와 표현의 직접성으로 접근하고 있음도 눈에 잡힌다. 그곳에는 스스로의 삶을 텃밭으로 한 작가만의 내레이션이 이입되어 있고, 대상들에 대한 묵상의 시각이 어느 한 언저리에서 피어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다.




이계월_코스모스_캔버스에 유채_45×72.7cm_2017


그러나 여타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그래서 자주 언급하기도 하는) 그 또한 하나의 심상을 지닌 객체의 주관적 접근성과 작자의 의도가 보다 더 원활한 양상으로 전개되려면 외형에서 내면으로-형상에서 인식으로-설명이나 기술이 아닌 감각의 전환을 보다 가중시킬 필요가 있다. 표현에 있어서의 '덜어냄'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미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출구가 열린다. 현실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그림 속에서만큼은 나를 옥죄는 세상 많은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잠시라도. ■ 홍경한



* 각주

1) 이계월의 작품들은 빛과 색, 명암법에 의존한 채 마치 실사처럼 정교한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적 표상이라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2) 여기서 언급한 이계월만의 어법이란 어쩌면 하찮을 수 있는 사물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낯익은 것에 대한 특별한 의미 부여,

   거창함 대신 소소한 것에서 삶의 미감을 찾으려는 양태를 가리킨다.

3) 마치 깊은 수면 아래 침잠된 채 무한한 빈자리와 채움의 교집합을 드러내는 것처럼 그의 그림들은 그렇게 나지막이 다가온다.



Vol.20170913c | 이계월展 / LEEGYEWEOL / 李桂月 / painting




은유적 자화상 Metaphorical self-portrait
최선주展 / CHOISUNJOO / 崔善珠 / painting
2017_0823 ▶ 2017_0828



최선주_deer hunting2017_나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180×16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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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 / 11:00am~07: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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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은유와 변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 대학 미술수업 시간이었다. 자신의 내면을 그려보라는 강사의 말에 찌푸린 얼굴을 한 머리 위로 뺴곡히 가지를 뻗은 나무를 가득 채웠다. 나무를 매우 좋아했기에 나무가 아름드리 있는 곳으로 가고 싶지만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그린 것이었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모두 물었다. 이 공포의 숲이 너를 괴롭히냐고. 왜 그리 무거운 것을 머리에 얹었냐고. 삶이 복잡해 보인다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머리에 가득 얹은 가지들이 무척 부담스러워 보였나보다. 실기전공자가 아니었던 실력의 차이는 이렇게 해석의 차이를 낳았다. ● 십여 년 전, 최선주의 작품을 보고 한눈에 반가웠던 것은 분명, 내 취향의 문제였을 것이다. 그림의 사슴은 자기 몸통보다 몇 배나 길게 뻗은 뿔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고목의 가지들처럼 복잡했는데 그에 비해 사슴은 가냘펐고, 심지어 뿔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청초한 꽃사슴이었다. 어라. 이 사람도 나처럼 머리에 나무를 얹었네. 힘있게 뻗어나간 가지들에는 인형, 축음기, 새, 구두, 소파, 반지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대학 시절 어설펐던 나의 드로잉과는 차원이 틀리게 이 작품은 꿈꾸고 욕망해 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가지고 싶고 지키고 싶은 모든 것이 거기에 들어 있었다. 심지어 추억까지 말이다. 작가가 세심하게 배치한 오브제들은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객을 이끌었다. 젊은 예술가가 그녀의 꿈과 희망, 욕심과 갈등을 머리에 이고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처럼, 나 역시 그렇게 서 있었던 것 같다. 홀린 듯, 계속 바라보게 했던 이 그림 은 최선주작가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최선주_선악과2017_캔버스에 혼합재료, 피그먼트 프린트, 포토콜라주_90.9×116.8cm_2017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행복하다. 그 행복은 우리로 하여금 순간과 영원을 생각하게 하고, 동시에 아름다움을 주는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최선주의 작품은 여러 오브제를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지만, 매우 세심하고 계획적인 배열을 통해 그 자체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면 한가운데 서있는 사슴, 트라이앵글로 자리잡은 인형과 새와 램프, 뿌리 없는 화려한 꽃 사이에 세상물정 모를 것 같은 공주인형. 이렇게 두 세 가지 오브제의 결합과 배열은 시적 구조를 만들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의미를 찾게 한다. 최선주는 주변 세계에 독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세계와 자신의 내밀하고도 비밀스런 관계를 일반적이고 관용적으로 만든다. 우리는 이 관계를 마치 수수께끼를 풀 듯 접근함으로써 작가가 세계를 읽는 방식과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최선주_오르골_나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53×45.5cm_2017


이전 최선주 작품과 전시들에 대한 평론들을 읽어보면 의례 '욕망', '일탈', '억압'과 '분출'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연이어 '외로움', '고독'이 따라온다. 내가 십 여 년 전 그녀의 그림에서 처음 받았던 인상처럼 말이다. 마음속 욕망은 과분할 수 없다. 그보다 더한 상상도 무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대상은 우리에게 애틋한 향수와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마구 피어난 가지들과, 화려한 꽃들, 수많은 상상들은 우리에게 순간의 찬란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보는 이도, 최선주 작가도 이를 통해 성장과 그 이후의 쇠퇴에 대한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욕망', '일탈', '억압'과 '분출', '외로움', '고독' 이후의 삶, 그리고 예술이 마치 꿈과 생명의 유한함처럼 맞물려 보다 큰 진리와 매력을 은유적으로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주_촛대와 들풀_나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72.2×116.2cm_2017


따라서 최선주의 작품은 사물이 화면을 부유하고, 화려한 사치품이 그려진다 하더라도 다소 명상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는 작품을 통해 거대한 사회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내밀한 대화를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 생각을 기술해 왔다. 그것이 삶을 전복시키고, 뜯어고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표현한 사물들은 세상과 작가의 생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고, 고민과 잡념의 시발점들이었다. 그러나 그 사물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이 비록 허황되고, 과장되거나 사치스럽다 하더라도 부정적이거나 이질적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을 통해, 작가가 끊임없이 친밀하고도 사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선주_루프,램프,인형,새_나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72.5×90.9cm_2017


작업 초창기부터 시도했던 현실과 이상의 괴리, 마음 속에 동요를 일으키는 욕심과 억압, 깊은 신앙과 예술가로써의 일탈, 신의 의지와 인간의 재주 사이에 타협할 수 없었던 갈등은 부던히 작업의 원천이 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보는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변했을까. 10년전 사슴 뿔에 매달린 거울, 하이힐, 여행가방, 보석이나 새가 커 보였다면, 이제는 무거운 가지를 얹고도 꿋꿋이 두발로 서있는 당당한 사슴에게 눈이 간다. 대화를 시도하는 두 인형에서나 화려한 꽃에 눈길을 주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는 인형의 눈동자에서처럼 이제 그의 그림에는 고민과 번민보다 치유와 자존을 보게 된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칭적 구조와 균형은 안정감과 유한함, 갈등의 근원과 해결에 대한 매력의 기초를 제공한다. 즉 SNS나 소비를 통해 나를 증명해야하는 시대에 사는 요즘, 작가는 허구와 허세를 구분하고 곁눈질하지 않는 지혜를 점점 체득해 가는 것 같다.



최선주_인형과 사슴_나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72.5×90.9cm_2017


우리는 서로 일년에 한번씩은 보는 것 같다. 그사이 전시도 하고, 그림도 보고, 아이도 키우며,때 떄로 집안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짧은 듯 긴 듯, 세월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작품과 삶을 이야기하는 방법도, 받아들이는 태도도 점점 바꿔 버렸다. 투쟁적이거나 성취의 관점을 넘어, 보다 성숙해지고 풍성해졌다. 그 성숙함으로 그의 작품은 점점 은유가 가득한 한 편의 시가 된다. 오랜 시간 작가가 엮은 매우 세밀한 은유와 장치들은 오히려 우리가 더 자유롭게 그 그림 안을 거닐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어떻게 느끼든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경험을 선물한다. 지독하고 치열하며 지리한 내적갈등을 속에서, 슬픔에도 영광이 서려있고, 행복에도 쓸쓸함이 깃들 수 있다는 인생의 양면성이 유연하고도 아름답게 자리잡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다시금 깨닫지 않을 수 없다. ■ 성윤진



최선주_사슴,새장,들풀_나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포토콜라주_33.2×22.3cm_2017


최선주_사슴과 들풀_나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_97×130.3cm_2017



The Story about all that metaphors and things has been changing ● I was asked to draw true myself in art class in college and I just started filling with tons of trees with straight branches on the head of a frowning face. It meant my situation which I was supposed to stay in the classroom against my desire to be at the places which has lots of trees around me. And, of course, everyone in that class asked me if this scary forest bothered me or why I was buried under those heavy trees, and what exactly terrified me. My drawing must have looked too complicating to them. All those heavy branches seemed overwhelming for them I suppose. There must be different points of view between us. ● It was about me the reason why I was so glad to find a catch when Sun Joo, Choi's work had caught my eyes a few years ago. The deer in her picture had several times bigger horns than its body. The horns got entangled like the branches of old trees but the deer itself looked so slender for them, it did even look like a naïve sika deer that didn't have any horns on it. 'Look at this! It also has branches on it like mine.' I thought. Her deer has dolls, phonographs, birds, shoes, sofas, and rings on its horns. It was a far different world from the one that I had created in that classroom back at college but anyone who has been dreaming or desiring what they truly want could see what her work meant. Everything I was eager for, I tried to protect was there, even including my memories. The objet she placed carefully leads people to where she wants to lead. I was staring at the picture while the deer, the young artist herself who had a dream, hope, desire and conflict in her mind was staring back at me. The picture was my first impression about Sun Joo, Choi. ● We all are happy when we truly meet real beauty. And the happiness let us think about each moment and the eternity at the same time and it makes us focus on ourselves who are looking at the world which brings us the pure beauty as well. Choi works on her pictures using various objet and they may look so random but each picture itself catches our eyes because of her accurate and deliberate placement. The deer at the center of the picture, or the triangle out of a doll, a bird and a lamp and the adorable princess doll amongst magnificent floating flowers, these combinations and array of objet make poetic plots and let the audience find their own meanings out of them. Choi approaches the world around her in her own ways and makes the connection between the world and her secretary, private life open and tolerant. We can enjoy putting puzzle pieces together to understand her way of embracing the world and her philosophy. ● The comments on her earlier pictures chose the words Desire, Deviation, Suppression and Exploding followed by Loneliness, and Isolation about her work just like the feelings I had when I first saw her pictures. You can desire as much as you want. There is no limit of imagination. But the real life sometimes makes us thirsty, pushes us into being nostalgic. Those free branches, splendid flowers, and all that imagination in her pictures present us the brilliance of the moment. Though we all, including Choi, are eager to stay at the fabulicious moment, we know what happens next. After all those marvelous growth, we should face the declining in life. The Life after desire, deviation, suppression, exploding, loneliness, and isolation and Art make us breathe, make us dream unlimited pictures in a limited life through the truth and the charming Choi presents in her metaphorical work. ● That's why her pictures are calm and meditative in a way even though things are floating and fancy stuff are used on the canvas. She doesn't speak for her opinions about social issues through her work. Instead, she has been having deep conversation with things around her about her experience and thoughts. It seems natural why her pictures don't look aggressive or heavy. It's because they don't have any intention to change people's lives. The things we can see on her pictures are the connection between the world out there and her inner world and the start line of worries and trivial things which bother people in our daily lives. Even though the way the things on her pictures approach us is unrealistic or exaggerated, it's not negative or unfamiliar to us. It's probably because she keeps trying to talk to us personally and intimately through her pictures. Then, where do all her ideas and sources come from? The distance between her real life and the idealistic world, the greed and suppression which bothers her, the conflict from the disagreement between God's plans and humans' will. They all have become her sources. ● It might be me or her who has changed for the past 10 years. A decade ago, when I first saw her pictures, the mirror, high heels, suitcase, jewelry or the bird hanging on the deer horns caught my eyes, but now I found myself looking at the deer which is so gentle but strong even though it still has those tremendous horns on it. I do not focus on the conflict or suffering but focus on cure and pride from the doll staring at the front instead of the two dolls trying to talk to each other or the magnificent flowers. We can also easily find the symmetry and balance on her pictures which brings us courage to take a deep breath for stepping forward and makes us feel safe at the same time. The era we live in requires us to prove ourselves through social network service or the things we consume every day, basically we are proved by other people. But Choi seems to learn to figure out her conflict, learn to distinguish fake and truth in this complicating world. ● She and I see once a year maybe. We both work, prepare exhibitions, raise kids, and when we meet we share many things happen to us from the small to the big. Time has us changed in many ways like the sight or view to the world, the way to talk about life and art, and most importantly the way we accept all of them. It seems we've got grown up and matured a lot more through all that fights and achievement we've been through. Her pictures gradually become poems with all those metaphor by the maturity. Those fine metaphor and the accurate placement she has elaborately planned for such a long time let us rather hang around freely in her pictures. No matter how diversely we translate her pictures, they would definitely let us have the special experiences to see the world in many ways. Her pictures which clearly show both faces in life like the sadness with honor, the happiness with loneliness have been fed brutal fights against herself and the conflict inside of her. But they are elegant and charming on the base of her untiring challenge and they make us consider our lives as well. ■ SUNGYOONJIN


Vol.20170823c | 최선주展 / CHOISUNJOO / 崔善珠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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