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김남진의 이태원의 밤, 호모나이트쿠스’전시가 오는 816일까지 열린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향락과 욕정은 밤에 꿈틀댔다.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외국인을 위한 호텔 나이트클럽까지 가서 주머니를 털지 않았던가.

술과 음악 섹스, 그것이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유일한 해방구처럼 설쳤다.

‘나이트’와 요즘의 ‘클럽’은 술과 음악과 춤, 이성이 어울린다는 점은 같지만, 그 섞이는 방식은 다르다.

나이트는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과 춤 추는 스테이지가 따로 있지만, 클럽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잠깐 앉아 쉬는 자리이지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순 없다.

남녀가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나이트의 핵심은 남녀 손님을 짝 지어주는 웨이터였다.

그런데 요즘 클럽은 웨이터도 부킹도 없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공간적 차이와 더불어, 더 개방적이고 주체적이며 평등한 방향으로 변했다.





그런데, 사진가 김남진씨가 ‘이태원의 밤’ 2탄으로 ‘호모나이트쿠스’전시를 열었다.
처음 전시를 연 80년대는 ‘현실과 발언’이란 사회 저항성 문화운동이 일던 때라, 김남진의 현실비판적인 사진도 한 몫 했다.

그 당시 사진판에선 흔치않은 작업이기도 했지만, 일단 반향을 일으킨 전시였다.

그 이후엔 사진관련 기획자로 교육자로 갤러리 관장 등으로 활동해 다큐 사진가로서의 기억은 잊어버렸다,

그런데, 느닷없이 30여년이 지난 오늘의 이태원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이제 환갑을 맞은 사진가가 향락가를 기웃거리며 20대 젊은이와 어울려 사진 찍기가 그리 쉬웠겠는가?






난, 이태원의 퀴퀴한 술집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음악에 미쳐 결혼 첫날부터 신혼여행으로 이태원에 간적이 있었다.

레코드 사러 간 김에 클럽에 들어갔으나, 외국인들 체취에 좀 질려버렸다,

그 뒤 한 두 차례 갔으나 연이 맞지 않았는지 갈 때마다 사고를 쳤다.

본래 춤추며 노는 것 보다 음악 들으며 조용히 술 마시는 걸 더 좋아해 클럽 체질은 아니다.


김남진씨 역시 이태원이 좋아서 찍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80년대 발표한 사진들은 찍을 때의 두려움도 엿보였지만, 이성적이고 아웃사이더적인 사진이었다.

시대적 변화에 따랐겠지만, 세월이 지난 오늘의 작업은 전혀 달랐다. 두려움이 사라졌고,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사진이었다.

흑백으로 보여 준 ‘이태원의 밤’과는 달리 강렬한 색이 주는 원색적인 분위기가 사뭇 감촉적이다.

디지털사진이 주는 강한 색으로 욕망과 열정을 극대화했다. 도발적인 이태원의 밤이 뿜어내는 열기는 절정에 달했고,

욕망에서 비롯되는 허망함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정적인 사진에서 동적인 사진으로 바뀐 것이다.

이태원에서 만난 젊은이와 외국인, 그리고 성 소수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도 전해주었다.






지난 26일 오후6시 ‘스페이스22’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에 갔는데, 마치 클럽에 간 것 같았다.

“놀 준비되셨습니까?”라는 특별한 파티였는데, 전시장에 조명과 음악은 물론 칵테일까지 준비해 놓았다.

함께 즐기며 작업해 왔던 이태원 클럽 분위기를 전시장에 끌어들인 것이다.

DJ가 틀어주는 음악과 바텐더가 만들어 주는 칵테일, 그리고 입구에서 찍어주는 팔목 스탬프까지 이태원클럽 그대로였다.

사진가들이 언제 전시장에서 함께 어울리며 춤추고 놀아본 적 있는가?


작가 김남진씨를 비롯하여 한설희, 구자호, 김석종, 김문호, 강제욱, 김광수, 고정남, 곽명우, 김보섭, 이규철, 박찬호, 

정영신, 서준영, 김영호, 한금선, 김봉규, 남 준, 최연하 이은숙, 마동욱, 이일우등 많은 사진가들이 신판 클럽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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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양승우씨가 일본에서 오기도 했고, 사회는 이정환씨가 보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던지 음악이 있어도 춤추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음악은 약했으나 칵테일 맛은 좋았다.

홀짝 홀짝 받아 마시다 ‘북촌’으로 옮겨 와 소주를 마셨더니, 술이 받지않았는지, 어지러웠다.

결국 술집에서 뻗어버려, 쪽팔리게 김남진씨가 불러준 택시에 실려 와야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1980년대 중반 이태원의 밤 문화를 기록한 사진가 김남진(58)씨의 “이태원의 밤” 사진집이 눈빛사진가선 12집으로 출간됐다.

사진집 출판을 기념하는 사진전은 4월 3일부터 14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28년이란 시간을 간직한 빛바랜 사진들이 눈빛출판사의 열정어린 집념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사진들은 87년도 ‘파인힐 화랑’에서 전시를 했지만, 그 이후 안타깝게도 필름을 몽땅 잃어버렸다고 한다.

사진집 “이태원의 밤“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87년 전시회 때 인화해 두었던 사진을 스캔해서 만든 것이란다.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은 지구상에서 단 한 장뿐인 오리지널 프린트라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

지난 3일 개최된 사진전 개막식에는 김남진씨를 비롯하여 윤주영, 주명덕, 구자호, 이규상, 이갑철, 엄상빈, 김보섭,

안미숙, 제이 안, 이규철, 남 준, 이광수, 곽윤섭, 곽명우, 박중하, 강재욱, 양시영, 나떠구, 윤은숙, 서지영, 박신흥,

안해룡, 이한구, 장 숙, 최재균씨 등 많은 사진인들이 참석해 전시를 축하했다.

 

사진,글 / 조문호

 

 

 

 

 

 

 

 

 

 

 

 

 

 

 

 

 

 

 

 

 

 

 

 

 

 

 

 

 

 

 

 

 

 

 

 

 

 

 

 

 

 

 

 

 

 

 

 

 

 




 

 

1980년대 중반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밤 문화를 기록한 사진가 김남진(58)씨가 『이태원의 밤』(눈빛출판사)이란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당시 27세였던 김씨는 서울 최고의 유흥가였던 이태원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지금의 이태원은 누구나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지만 80년대의 이태원은 평범한 젊은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외국인과 혼혈인, 성 소수자들의 놀이터였고 나이트·디스코클럽, 게이바가 즐비했던 유흥가였다. 서울사람조차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야 했던 낯선 공간이자, 우리 땅이면서 미국 땅 같은, 그야말로 ‘포토제닉’한 공간이었다.

김씨는 84년부터 86년까지 일주일에 2~3번씩 이태원의 길거리와 업소를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이곳 이미지에 휩쓸려 환락의 거리를 찍었다. 뱀쇼·봉쇼·스트립쇼부터 번쩍이는 불빛 아래 춤추는 무희들, 술에 취한 여장남자, 불나방 같은 하룻밤의 쾌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이내 “이곳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업소에서 ‘영계’라 불리는 젊은 여자들과 웨이터들은 대부분 가난을 물리치고자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이었고 이들에게 이태원은 단지 치열한 일터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요기와 말초신경을 위한 감정의 해방구일 수 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도 격양된 흥분도 찾기 힘든 황폐한 땅이었다”고 고백했다. 이곳 사람들은 어느덧 익숙해진 김씨와 그의 카메라에 경계심과 거부감을 풀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함부로 카메라를 꺼낼 수 없는 곳에서 용기 내 찍었던 이 사진들은 당시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쉽게 발표할 수 없었다. 일부 사진들이 87년 4월에 열린 전시에서 빛을 봤지만 이후 안타깝게도 김씨는 필름을 몽땅 잃어버렸다. 사진집『이태원의 밤』은 전시를 위해 인화했던 사진을 스캔해서 만든 것이다. 28년의 시간을 간직한 빛바랜 사진들은 3일부터 열리는 출판기념전을 통해 소개된다. [사진 김남진]


◇김남진 사진전 ‘이태원의 밤’. 4월 3일부터 4월 14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 B1. 02-2269-2613



중앙일보 /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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