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제9회 동강할미꽃 축제에 초대된 김정명씨 사진이다.

우측에 인공조명을 비춘 자욱이 뚜렷하다.

 

몇일 전 동강변에서 동강할미꽃에 물을 뿌리는 아마추어 사진인을 발견해 나무란 적이 있었다.

 

물을 뿌리면 꽃도 시들지만, 야생화 사진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으나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손이 안 닿는 높은 곳의 할미꽃들은 아름다운 보라 빛을 머금고 있지만, 낮은 곳의 할미꽃들은 대개 누렇게 변색되다 말라 죽는다.

일부 몰지각한 아마추어 사진인들이 이슬 맺힌 것처럼 보이기 위해 꽃에 물을 뿌리는데, 동강할미꽃은 해가 떠올라 날씨가 따뜻해져야 꽃이 피기 때문에, 핀 꽃은 이슬이 맺힐 수 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화면을 단순화하려 꽃을 감싼 마른풀을 뜯어내어 동강할미꽃을 더 힘들게 한다. 생태사진으로서의 야생화촬영은 꽃도 꽃이지만, 꽃의 습성이나 자연적인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왜 모를까?

 

이처럼 사진이기를 포기하는 아마추어적 풍조가 아직까지 만연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사협에서 실시하는 사진공모전 때문이다. 문제는 대개의 공모전 심사위원에 생태사진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는데다, 심지어 야생화를 전문으로 찍는 중견작가까지 잘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였거나, 아직까지도 생태사진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햇볕이 나와 꽃이 피었건만, 꽆잎에 물방울이 묻어 있다.

 

 

지난 27일에는 동강할미꽃 축제를 기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렸다. 마침 귤암리 지역화가 김정숙씨로 부터 김정명씨의 동강할미꽃 초대작이 너무 좋다는 말을 들었으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16X20인치 사이즈의 동강할미꽃사진 7-8점이 이젤 위에 걸려 있었는데, 동강할미꽃에 물을 뿌려 활짝 핀 꽃에 물방울이 맺혀있었고, 마른풀도 전혀 없었다. 돌 틈의 꽃은 마른 풀이 있는 것도 간혹 있지만, 사진처럼 다 말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어떤 사진은 꽃망울에 강한 인공조명을 비추기도 했다초보자가 출품한 공모전에서는 쉽게 보아왔던 사진이지만, 이 건 30여년을 야생화만 찍어 온 중견작가의 사진이다. 한 때 한국식물사진작가협회 회장도 역임한 사람이 아니던가?

 

김정명씨는 97년 동강할미꽃을 처음 찍어 꽃 달력을 만들었는데, 그 사진을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박사가 2000년 동강할미꽃이란 이름을 붙여 세계유일종으로 발표하여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김정명씨의 위치라면 공모전에서 야생화사진들을 심사해야 할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자신의 사진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버젓이 내 걸고 있으니, 결국 생태사진의 기본조차 모른다는 말이다.

 

야생화 전문가로서 작가의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그에게 지도받는 초보자들도 결국은 비슷한 사진을 계속 찍어 내게 된다는 말이다.

 

사진에서 프로와 아마츄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직업이냐 취미냐로 구분하는 것만 아니다. 프로지만 작가의식에 문제가 있는, 이런 사진인을 영원한 아마추어라 부른다.

 

 

: 조문호 / 사진 : 김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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