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공간

김기태_김미옥_윤병운展

2014_0409 ▶ 2014_0427

 

 

 

초대일시 / 2014_040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경운동 64-17번지)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공간은 실재적 존재이면서도 허구와 모순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적 단면을 가지고 있다. 초현실적인 현상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도 혼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세계의 구성적 요소는 우리의 내재적 심리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시각적 효과로 보여 지곤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정과 소외된 감각의 뇌는 어느 순간 자아적 깨달음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계에서 나타나는 상황과 이미지는, 때때로 평안과 안식을 찾을 수 있으나 반대로 두려움과 혼돈의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 두려움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면서 현실이 아닌 삶을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시나리오와 무대를 설정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자아, 타인의 모습을 통해 비실재의 공간을 실재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그것이 마치 현실의 존재인 것처럼 구성하고 있다.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는 낯설지 않다. 우리가 어디선가 보아온 공간은 실재이며, 그 공간에서 느끼는 사유적 공간은 비실재인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시각은 우리의 감각적 기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현상을 가져오게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끊임없이 이상적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현실직시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인간은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에서 나타난 상황을 충분히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그림손 이번 기획전시에서 각자의 경험과 존재론적 사고를 통한 "경계의 공간"을 표현하는 김기태, 김미옥, 윤병운 세 작가를 모시고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상황적 연출과 내면적 기록을 보여주고자 한다. ■ 심선영

 

 

                                                  김기태_Unknown Artist-June 22nd 14_캔버스에 혼합재료_60.6×72.2cm_2014

 

                                                     김기태_Unknown Artist-Aug 24th12_캔버스에 혼합재료_100×100cm_2012

 

                                            김기태_Unknown Artist-July 3rd 12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8×91cm_2012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나는 어느 잡지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나무들을 옆으로 두고 지게를 메고 걸어가는 농부를 올려다보며 역광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 어린 나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심지어 나는 그 사진을 수채화로 그리기까지 했는데(지금은 없어졌지만 농부는 없이 나무와 휜 구름에 푸른 하늘만으로) 아마도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었지만 자연에 대한 어떤 숭고함(지금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의미 있는 배경으로서)에 매료되었던 게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때의 그 감정들을표현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의 작품에 있어서 사진은 현실로서, 실재로서 그곳을 증거하고 그림은 내 의식 속의 그곳으로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나는 언제나 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그곳을 그린다. 그 곳의 풍경은전혀 특별하거나 새롭지도 않고 그저 냉정할 정도로 사실적인, 어쩌면 그래서 더욱 초현실적인 그런 곳이다.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이 내 머리 속을 스치고 내 주위를 가만히 지나가면 밝은 빛이 소리 없이 바람에 일렁인다. 이제는 잘 떠오르지도 않는 오래 전의 그 감정들은 삶의 층위 여기저기에 가지런히 쌓여있다 가녀린 한줌의 바람에 빛으로 변했다 저 높이 올라 하늘거리며 사라져갔다. 어찌보면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한 영원한 노스텔지아의 손수건'이다. 어린 시절 아마도 교과서에서 읽었을 이 시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 첫 구절만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그다지 많은 시를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이 구절은 내 작품 속의 그 무엇과 상통하고 있는 듯하다. 무명의 어느 사진작가, 롤랑 바르트, 샐리 만, 마르셀 푸르스트 그리고 시몬느 드 보브와르 이들은 나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 김기태

 

 

김미옥_바티칸-갠지스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27.3cm_2013

 

김미옥_피라미드-갠지스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cm_2013

 

                                                           김미옥_뉴욕-갠지스강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45.5cm_2013
 

 

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과거 유적지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데올로기에 의해희생된 인간의 고통을 바라본다. 나는 그 곳에서 단순히 건축적인 아름다움이나 시각적인 풍경 이면의 부정과 결핍을 감지한다. 모든 장소는 인간처럼 스스로의 결핍을 지니고 있다. 그 장소를움직여 해체시키고 상반된 풍경을 결합시키며 수습해가는 과정에서 나의 이상화된 꿈을 실현시킨다. 그럼으로써 인류역사의 모든 이분법적 대립과 갈등을 화해시키고 조화를 꿈꾼다. 상반된 장소를 회화적으로 정교하게 결합함으로써 비실재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광지가 되어버린 눈에 익은 특성에 가려져서 아마 얼마간은 존재하는 어떤 곳으로 인식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새롭게 만들어진 풍경을 통해서 관광지화한 역사를 복원하고, 장소성이 회복되기를 희망한다.

김미옥

 

윤병운_Silence_캔버스에 유채_89.4×145.5cm_2012

윤병운_Silence_캔버스에 유채_50×116.8cm_2014

 

윤병운_Silence_캔버스에 유채_100×72.7cm_2014

 

 

윤병운의 그림은 친근하다. 무슨 크리스마스카드 속에 들어와 있는 양 부드럽고 포근하고 우호적인 감성으로 감싸 안는 느낌이다. 그림을 보면,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눈발로 감싸인 정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나무 한 두 그루가 서 있고, 그 나무 사이로 빨간 버스나 자동차가 지나간다. 그리고 이따금씩 어디서 왔는지 모를 말 한 마리가 가로나 공원을 지나쳐간다. 말은 때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눈덩이나 바위처럼 생긴 비정형의 형태 위에 동상처럼 자리하고 있기도 한다. 마치 양 날개인 양 두 마리의 개를 거느린 여인이 얼어붙은 듯 걷잡을 수 없는 눈발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정경도 보인다. 그리고 작가의 그림에 곧잘 등장하는 정경도 보이는데, 화면의 전면에 책무더기를 배치해 배경화면이 실제보다 더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그 자체가 무슨 책의 집 같고 성채 같다. 여기까지는 여하튼 알만한 풍경들이고 모티브들이다. 그런데, 이런 알만한 정경들이며 모티브들에도 불구하고, 정작 보면 볼수록 낯선 느낌이다. 왜 빨간 버스와 빨간 자동차인가. 가로 혹은 공원을 가로지르는 말은 무엇이며, 여인은 또한 왜 눈 속을 홀로 지키고 서 있는가. 그리고 성채처럼 와 닿는 책 더미는 다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알만한 정경에 함정이 있다. 알만한 정경이며 있을 법한 정경은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현실이라고 할 수도 없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풍경이다. 신기루와 데자뷰를 불러일으키는 알레고리적인 풍경이다. 있을 법한 풍경이면서도 정작 실제로는 존재하지는 않는 풍경이다. 작가의 관념으로 재구성된 풍경이며 만들어진 풍경이며 연출된 풍경이다. 바로 겨울로 대리되는 정서와 서정, 신화와 전설을 연출하기 위해 짜깁기되고 재구성된 풍경이다. ■ 고충환

 

Vol.20140412b | 경계의 공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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