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정선 '아라리공원'에서 ‘전국5일장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에 초대된 ‘정영신의 한국의 장터’사진전을 위해 일주일 남짓 정선에서 잘 놀았다.

전시장에서 정선 지역민들도 만났지만, 먼 곳에서 찾아주신 분들도 많았다.

날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정영신씨 사진을 만나러 왔지만, 좌우지간 반갑기 그지없었다.






전시 전날부터 시작된 정선 귤암리의 술 파티가 만만찮은 앞 날을 예고했다.
최종대씨 댁에서 나병연, 송종삼 내외 가 모여 꽁치구이와 돼지고기로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단지, 동네 주민들의 갈등 현안인 물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불편하게 했지만...






기억력이 신통찮아 사진에 찍힌 모습을 돌아보며, 지난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사는 귤암리의 서덕웅씨가 급히 다녀가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해외 전통시장을 찍는 사진가 하재은씨의 방문에 이어, 문경에서 오신 이선행씨, 귤암리 최종열씨도 다녀갔다,

신승철씨는 전시가 열리는 나흘 동안 매일같이 나타나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며 전시장을 기웃거렸다.





17년 전 펴낸 ‘동강 백성들’이란 포토에세이집에 ‘법도 씹도 모르는 신승철씨’로 소개하기도 했지만,

바보처럼 착하게 사는 동네 이웃이다. 신통한 것은 글도 모르는 사람이 ‘장날’사진집을 샀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관람객에 비해 책을 사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대부분 아는 분들이 사주는 정도인데, 기초생활수급자인 신승철씨가 사진집을 샀다는 것은 분명 뉴스거리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사진집들을 보고 ‘이거 파는 책입니까?’라고 묻는다는 점이다.

여지것 각종 행사장에서 나누어 주는 무분별한 홍보물 세례에 길들어, 돈 주고 책 산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분은 책이 너무 비싸다며 항의하는 분들도 있었다. 인터넷 문화에 치어, 죽을 쓰는 책의 수모가 어디 이 뿐이겠는가?






그리고 태백의 사진가들도 여럿 다녀가셨다. 박병문씨를 비롯하여 박노철, 전제훈, 박종호씨등인데,

‘아버지는 광부였다’로 알려진 사진가 박병문씨는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이석필씨 소개로 만나게 된 박노철씨와 전제훈씨는 ‘사협’에 적을 둔 사진가였다.

쓰레기 통에서도 장미가 핀다는 말이 있듯이, 그만의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앞날이 유망한 사진가였다.

그 무더운 날 포트폴리오까지 챙겨왔었는데, 박노철씨는 오는 7월15일부터 서울 ‘류가헌’에서

‘폐광, 흔적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전시를 연다고 했다.

시뻘겋게 흘러내리는 폐광 오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 있는 사진전이었다.





그리고 전제훈씨의 사진작업 이야기에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현역 광부로 일하며 광부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몇 장 보여준 사진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외부에서 지나치다 찍은 탄광사진과는 다른 구석이 있었다.

광맥은 물론 전 작업과정을 깨 뚫고 있기에 좀 더 전문적인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름 영월에서 열리는 ’동강사진축제‘의 강원도사진가전에 소개된다고 했는데,

광부사진에 또 하나의 자취를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두 분 다 사진을 예쁘게 찍는 성향이 있었다.

이것이 오랫동안 공모전사진에 길들어 온 폐해인데, 앞으로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이 숙제였다.






충무로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한만인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이 민, 오 환씨가 오셨고,

횡성에서 오신 사진가 구자호씨와 최정태씨는 술과 안주까지 전시장에 공수해 오셨다.

전시가 끝나는 다음 날 장터 인문학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과 횡성장으로 탐방 가는 일정이 짜여있어,

구자호 선생께 잘하는 식당을 추천해 달랬는데, ‘마옥 원조 막국수’라는 좋은 밥집을 소개해 주었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하나같이 맛있게 먹었다며 고마워했다는 것이다.


덕산 터에 ‘숲속책방’을 차린 소설가 강기희씨와 동화작가 유진아씨,

그리고 안용현씨가 찾아주어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옮겨가며 마셨다.

‘술의 인문학’ 강사로서 더 잘 알려진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전상현씨의 배려 하에 모두 거나하게 마셨다.







전정환 정선군수를 비롯하여 신주호 부군수, 김수복 자치행정과장, 유홍균 지역경제 팀장,

'전국 오일장 박람회' 행사를 기획한 노현숙씨 등 주최 측 인사들도 여러 분 다녀가셨다. 

뒤늦게 나타난 귤암리의 최영규씨는 전시장으로 술과 안주를 배달시켜 전시장을 주막으로 만들었다.

MBC 황지웅 PD와 화암면에서 G갤러리를 운영하는 화가 김형구씨 내외도 다녀갔고,

전시가 끝 날 무렵에는 사진가 곽명우씨가 나타나 전시철수를 도와주기도 했다.




다들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식목일을 맞아 모처럼 정선 만지산에 들렸다.
어머니의 헤진 무덤에 잔디도 메워야 하고 텃밭의 땅도 파 뒤집어야 했다.

마침 '정선군청' 직원과 약속이 있었던 정영신씨도 동행했다.


몇 개월 만에 들린 정선 집은 폐가나 다름없었다.

주소를 동자동으로 옮겼으니 우편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나, 집 기둥을 떠받히는 축대가 무너져 내렸다.

작년 가을 추수 때는 얼마나 급히 도망쳤던지, 밭 때기에 고추 대와 옥수수 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붉은 진달래나 몽우리 진 목련 꽃이 반갑게 맞아주며, 변치 않는 자연의 이치를 자랑했다.

7일 있는 동자동 주민자치회의로 정선에 오래 머물 형편이 못되어 서둘러야 했다.
비가 내려 질퍽한 땅을 파 뒤집었더니, 죽을 맛이었다. 건강이 나빠졌는지 몇 차례의 괭이질에도 숨이 헐떡거렸다.

오래 비워 둔 집이라 정영신씨는 몇 시간동안 군불을 지피고 청소를 해야 했다.


매번 그랬지만, 저녁시간은 즐겁다. 만지산 꼭대기 사는 최종대씨 집에 올라가 술 한 잔한 것이다.

신바람 난 이선녀씨의 기막힌 춤에다 맞불을 질러댔다.






이틀 날은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전상현씨 만나러 읍내로 나갔다.
오찬 장소에 갔더니, 지역경제과에 근무하는 유홍균 팀장과 정선아리랑시장 사업단장 허승영씨를 소개해 주었다.

오는 6월22일부터 25일까지 정선에서 열릴 ‘전국 오일장 박람회’에 정영신씨의 장터사진전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유홍균씨는 별도의 전시 부스를 만들어 준다지만,

전시장보다는 외곽을 전통시장사진으로 장식하는 대형 현수막전이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도 했다.


박람회가 열리기 전에 구체적인 협의가 되어야겠지만, 담당자의 전통시장에 관한 관심이 보통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실익보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제 시장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다 되었지만, 승진이 예상되는 내년부터 타 부서로 이동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한 자리에서 승진해 하던 일을 이어가야 하는데,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하게 하는 현 공무원 직제 체계의 모순을 바로잡는 일도 시급했다.






이틀간에 걸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 왔으나 뒤가 개운치 않았다.

옥수수 밭은 손도 대지 못했고, 호박 심을 구덩이를 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동차가 없어 올 해는 자주 올 수 없으니, 손이 많이 가는 야채보다 저 혼자 잘 자라는 작물로 바꿀까보다.

한 달 후에, 고구마를 심을까? 유실수를 심을까? 아니면 내 마음 담을 꽃씨나 뿌릴까?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