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인사동에 나갔다.

한산했던 인사동 거리가 주말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이 나왔더라.

 

술 마시기는 좀 이른 것 같아 '나무화랑'부터 올라갔다.

전시장엔 용해숙씨의 '유토피아 삼경'이 열리고 있었는데,

작가를 비롯하여 최석태, 김구, 김이하 시인등 여러명이 있었다.

 

전시는 특정 장소를 입체 거울을 통해 재구성한 사진전인데,

일곱 개의 삼각 피라미드로 구성된 입체 거울이 전시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보기로는 거울 같지만, 잘 가공된 스테인리스였다.

 

가로 3m,·세로 1m의 대형 설치물이라 전시장에 올릴 때 고생했겠더라.

전시하는 사진이 각진 거울의 반사를 통해 태어났으니, 설치물 자체가 작품의 모태인 셈이다.

 

작가는 최석태씨에게 작업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으나,

귀가 어두워 무슨 말인지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거울에 반사된 다각도의 이미지가 장소의 고유성을 허문다는 것 같았다.

 

작가 용해숙씨를 처음 보았는데, 대단한 열정을 가진 여장부란 생각이 들었다.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지만, 주목해 볼 작가로 생각되었다.

 

법당 단청을 거울에 반영시켜 유토피아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는데,

공간을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관점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이야기 같았다.

 

거울에 비친 허상으로 기록의 매개인 사진마저 무위라는 걸까?

사진이 폭 넓게 활용되며 사진 본연의 목적에서 점차 멀어 간다는 씁씁한 생각을 하며 내려왔다.

 

벽치기 골목의 ‘유목민’은 초저녁인데도 손님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었다.

좀 쌀쌀했지만, 담배 피우기 좋은 골목에 상을 차렸다.

 

안쪽에서 마시던 김태영, 이승철 시인, 전상기 문학평론가 등

몇몇 분들이 담배 피우러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최석태, 김구, 김이하씨도 전시장에서 왔으나 자리가 없어 ‘사랑채’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김태영씨가 ‘이즈’에서 그림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주었다.

시간이 늦어 볼 수는 없었으나, 전시 리프렛과 새로 펴낸 시집

‘버드나무 버드나무 흰 그림자’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시집은 읽을 수 없었으나, 리프렛에 실린 그림은 볼수 있었다.

그림에 환영어린 몸짓 같은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흐릿한 붓질에서 인간의 불안감이나 삶에 대한 허무감 같은 것도 고개 내밀었다.

 

그 날은 ‘유목민’과 ‘사랑채’를 넘나들며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뒤늦게는 '사랑채'에 안원규씨와 우문명씨도 나타났다.

여기저기 옮겨가며 마셔 그런지 주량을 한참 초과해 버렸다.

 

필름이 끊겨 어떻게 돌아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보며 그 날 방기식씨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 와중에 선물 받은 김태영씨 시집을 흘리지 않은 게 신통했다.

 

속은 쓰렸지만, 화장실에 들어가 시집부터 읽었다.

김태영씨 그림과 시의 연관성이 궁금했는데, 공통점이 보였다.

 

 

첫장에 실린 ‘만종’이란 제목의 시는 이러했다.

 

“묻지도 않고

스포츠로 민 머리

손수 감겨주고

뽀드득,

물기를 훔친다.“

 

‘잠꼬대’란 시는 더 난해했다.

“비단길 흰 허벅살 한 입의 사과즙”

 

‘즉물성의 감각, 즉물성의 형이상학’이란 제목의 발문을 쓴 문학평론가 전상기씨는 김태영시의 불친절함을 이렇게 말했다. “김춘수의 무의미시나 전봉건의 초현실주의시, 아니면 김종삼의 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감흥을 시화한 방식에 견준다면 어떨까. 예의 없고 불친절하며 뜬금없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이 시를 보노라면 김태영의 시가 어떨지 감이 올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의 시는 시적 화자의 시작 당시의 생각과 감성을 드러내는데 집중한다고 했다. 즉흥성과 즉물성의 감각을 이미지화하는 것, 다시 말하면 거기에 집중하는 미세하고 예리한 감각의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것이 김태영의 시작 목표라고 적고 있다.

 

시어가 잠꼬대 같기도 하고, 아니면 단어를 나열시킨 무슨 암호 같았다.

김태영의 시는 세심한 독해력이 요구되었다,

 

‘고아’

 

​엄마는 어쩌자고

뻐꾸기 둥지였을까

나는 삐뚤빼뚤

도대체 천사는

언제까지나 유구할까

 

임동확 시인은 김태영의 시집에 ‘모순과 소퉁의 시학’이라는 추천사를 썼고,

홍일선 시인은 “천길 나락 ‘절벽’ 속에 피워낸 만다라 시편”이라는 글을 썼다.

요즘 작품들은 너무 난해하다. 

 

사진, 글 / 조문호

 

 
 

 




요즘은 이른 시간에 인사동에 들릴 때가 종종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인사동이 인사동답기도 하지만,

술 마실 기회를 줄이기 위한 호구지책이다. 






지난 9일은 성유나씨의 '유나의 거리'초대전을 보러 인사동에 들렸는데,

정오가 가까웠으나 거리가 한적했다.

가게 주변을 청소하는 상인이나 한가로이 구경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사진전이 열리는 '아리수갤러리'는 문은 열렸으나, 작가가 없었다.

성유나씨를 비롯하여 안민교, 이서영, 박은영씨 네 사람의 전시라 사기충전이라 이름 붙인 것 같았다.    




  


다양한 개성의 사진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성유나씨 사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

거리를 스냅한 사진들로,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인들의 낯 선 모습이었다.

사진을 시작한지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데, 대상을 보는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사진은 아무리 오래 했다고 잘 찍는 것이 아니라,

사진가가 무슨 생각을 하며, 말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야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시장을 나와 용해숙씨 파노라마 삼부작이 열리는 나무아트로 올라갔다.

베를린과 서울, 홍천 등 작가가 거쳐간 세 곳의 특정장소를 정하여

작가의 서사적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좀 색다른 전시다.





머리를 감거나, 물을 주는 일상적 행위를 독일작업실과 인사동 전시장 옥상,

홍천터미널 앞 수퍼에서 연출하였는데, 퍼포먼스의 상징적 행위들이 세 장면의 이미지로 압축되었다.





영화 스틸처럼 대본에 의한 순간 포착으로 세 개의 옴니버스식 상징적 장면을 만들어 내었다.



 


무의식적이고 무질서한 현대인의 고뇌를 대변하고 있었는데, 사진이라기보다 개념미술이었다.

마침 전시장에 작가인 용해숙씨가 있어 기념촬영도 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술집 유목민에서 열리는 모델 조성은씨의 일상을 찍은

하루와씨의 이팝나무 조팝나무사진전이었다.

관능과 도발과 허무와 권태가 뒤섞인 일상을 포착하고 있었다.

가끔은 훔쳐보고 싶거나 무심코 지나치는 흔한 일상을 보여주었다.



 


사람들과 술 마시던 유목민에서, 사진전을 보는 느낌도 괜찮았다.

인사동다운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램도 들었다.





세 전시 모두 13일까지 열리는 전시라, 보실 분들은 서둘러야 겠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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