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아산 인주면 산채에서 바비큐 파티가 있었다.

급히 장항에서 사진 찍을 일이 있다는 정 동지 말에 그곳부터 들려야 했다.

장항선 따라가는 장터 기행 작업하느라 여러 차례 갔으나,

‘등잔 밑이 어둡다’듯이 장항역 사진만 못 찍었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장항까지 간다는 것은 좀 억울했다.

시간 낭비는 차지하고, 길바닥에 쏟는 기름 값과 통행료가 아까워서다.

차라리 사진 원고 대행업체에서 한 컷 빌려 쓰면 좋으련만, 정 동지는 모든 것을 직접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

 

장황에서 간단히 촬영한 후 급히 달려갔으나, 다들 파티를 열기위해 우리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여섯시 무렵 도착했으나, 해가 길어 한낮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곳은 비가 많이도 내렸으나, 이곳만 피해 갔는지, 파 놓은 연못에 물도 고이지 않았다.

들쥐와 뱀을 쫓는 고양이는 녹음 짙은 산채를 어슬렁거렸다.

 

임금님 기다리던 궁녀가 죽어 꽃이 되었다는 전설의 능소화는 전신주를 타고 올라 하늘 위에 피어 있었다.

 

매번 ‘백암길미술관’에서 머무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본가에다 PC까지 장만한 임시 거처를 만들어 놓았다.

미술관 잠자리가 불편해서 보다, 그곳까지 운전해 가려면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선우와 이현이는 음식을 나르고, 김창복씨는 모깃불 피울 쑥을 베거나

숯불을 피우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등달아 평이도 신났다.

 

파티 준비를 서둘러 끝낸 후 다 같이 축배부터 들었다.

새 식구를 맞은 동지들의 단합을 위한 축배였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돼지고기와 자연 속에서 마시는 술맛은 어디에도 비길 바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소주 ‘새로’도 한 박스나 사 두었다.

일 나갔던 기웅서씨는 정동지 좋아하는 흑맥주까지 사왔다.

평소 소주 한 병이 주량이지만, 그날은 두 병을 마셔도 끄떡없었다.

 

술이 들어가면 가무가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김창복씨는 주변을 밝힐 조명 설치에 분주하고, 이현이는 무대 장비 챙기느라 바빴다.

평이는 현장감독이라며 안전모까지 쓰고 나왔다.

 

창고에 숨겨 둔 드럼과 북채까지 끄집어냈다.

놀라운 것은 앰프도 없고 노래방 기계도 없지만, 디지털세대인 이현이의 지혜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

 

마이크에 앰프 성능이 있었고, 유튜브 노래방 음원을 연결한 핸드폰이 노래방 기계로 변신한 것이다.

드디어 산 속 야외무대의 버라이어티 쇼 막이 올랐다.

쑥을 태운 자욱한 모깃불 연기가 마치 무대 연막 같았다.

 

차례대로 노래를 불렀는데, 나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이었다.

김창복씨의 ‘휘나리’에 이어 ‘다 함께 나가자’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노래가 다 나왔다.

 

산채가 떠나갈 듯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니, 울어대던 풀벌레도 기 죽어 잠잠했다.

 

선우와 이현이는 여성해방가로 불리는 ‘딸들아 일어나라’를 합창했다.

일하느라 하루를 다 보내고 자신과 세상에는

한 발도 들여놓지 못하는 여성의 처지를 토로한 노래였다.

 

촌에서 썩기 아깝다며, 중앙무대로 진출하라며 바람을 잡았다.

이현이는 다양한 분장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관객이 적어 아쉬웠다.

 

구름 속에 숨은 달빛만 엉큼하게 내려보고 있었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개뿔도 없는 거지가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지난 달부터 일주일에 사흘(월,화,수)은 동자동서 사진 찍느라 바쁘고,

이틀(목,금)은 녹번동에 파출부로 나가고, 나머지 이틀(토,일)은 농장에 농사지으러 다닌다.

나보다 더 바쁜 사람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봐라.

 

지난 주말은 아산 농장 가기 전에 들릴 곳이 있었다.

가는 길에 강남 ‘연우갤러리’에서 열리는 오현경씨 “Rain”도 봐야 하고,

용인 ‘갤러리 위’에서 열리는 이익태씨 “Everyone Pierrot”도 봐야 했다.

거리가 멀어 미뤄 둔 전시를 하나 하나 돌아보며 아산시 인주면에 간 것이다.

 

오후 3시 무렵 도착했는데, 이번엔 반기는 식구가 많았다.

김창복, 김선우 동지를 비롯하여 양이현과 막네 김평까지 와 있었다.

평이는 2년 전 아산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시민을 위한 미술행동전’ 개막식에서 보고 처음 만났는데,

얼마나 자랐는지 엄마보다 더 컸다.

 

이현이는 햇살이의 새 이름인데, 예쁜 아가씨가 엄청 부지런하고 일을 잘 하더라.

 

지난주에 부루벨리를 따 왔으나, 다시 주렁주렁 열렸다.

이현이와 평이까지 합세해 부루벨리를 땄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잔뜩 딴 부루벨리를 모두 가져가라는데, 지난 번처럼 배달할 일이 걱정되었다.

 

고민 끝에 나누어 먹을 방법을 찾아냈다.

냉동실에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 달에 열릴 정동지의 '장항선 따라가는 장터사진전'때 내놓을 작정이다.

 

선우가 차려 낸 진수성찬으로 배를 불린 후, ‘백암길미술관’에 여장을 풀었다.

미술관에서의 잠자리는 마치 신혼여행 온 기분이다.

 

이튿 날은 잡초를 뽑다보니, 텃밭에 심은 청경채를 벌레가 다 갉아 먹었더라.

농약을 사용치 않아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손으로 벌레를 잡는 수 밖에 없었다.

 

간식으로 먹기 위해 감자를 캐러 갔는데, 자색감자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달렸다.

그런데, 이현이가 감자밭에서 맹꽁이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맹꽁이는 10년 전부터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 아닌가?

건설 현장에서 맹꽁이 한 마리 나오면 1억 원 날아간다는 말도 있다는데, 이곳에 맹꽁이가 엄청 많다고 한다.

 

비오면 맹꽁이들이 “맹꽁맹꽁” 합창하고, 여름밤엔 반딧불이 산채를 수놓는 보기 드문 청정지역이었다.

이십여 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을 고집한 김창복씨의 노력과 집념 덕분이다.

 

그리고 포장도로에서 산채까지 가는 팔백 미터가 비포장도로였다.

처음엔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으나, 이 또한 이곳만의 매력이었다.

요즘 흙길 걸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입구에 주차장만 준비된다면 산책코스로 손색이 없었다.

 

이곳에 갈 때만은 핸드폰도 버리고 아날로그의 삶으로 돌아간다.

 

올해 열 두 살인 평이는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았다.

오로지 가정교육에 의지한 채, 스스로 지식을 깨우쳤으나 모르는 것이 없었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과도한 지식 습득이 인간성을 상실시키는 교육의 문제점을 간파한

부모 덕분에 공부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자란 것이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은 주변에 친구가 없어 걱정이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우리가 가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다음에는 바비큐 해 먹자는 평이의 마지막 인사가 마음에 걸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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