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현, 셀프 촬영

‘봄에실’은 아산시 인주면에 있는 농장 이름이다.

그곳에는 김창복, 김선우, 양이현, 김평 동지 외에 또 다른 대식구가 있다.

 

고양이 4대가 함께 살며 농장의 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한다.

갈 때마다 꼬리를 치켜세워 반가운 기색은 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항상 거리를 두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편안한 가족관계를 유지한다.

 

함께 모인 것을 보지 못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대략 20여 마리 되는 것 같았다.

들쥐나 뱀을 쫓아주는 고마운 일을 하지만, 그들이 먹어 치우는 사료 값이 만만찮다.

 

 4대가 한 가족을 이룬 농장에 유일하게 입양된 갈색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다들 야생으로 사는 것이 체질화되었으나, 그 냥이만 방에 살던 미련이 남아,

높은 곳에 올라가 창으로 방안을 내려다 보았다.

안쓰럽지만, 곧 자유로운 야생에 익숙해질 것이다.

 

고양이가 없었을 때는 들쥐가 닭장에 들어가 닭을 잡아가기도 하고

풀밭에 뱀이 도사리고 앉아 일하는 사람을 놀라게도 했으나,

고양이 방위사령부가 지킨 후로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인데, 주말마다 농장에가니 일주일이 총알같다.

 

문제는 몸이 마음같이 움직여 주지 않는데 있다.

 

더구나 장마철이라 그런지 몸은 쇳덩이처럼 무겁고, 마치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린다.

 

지난 주말에는 김창복씨가 몸보신시켜 준다며 닭을 두 마리나 잡았다.

더운 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엄나무와 푹 삶아 놓았더라.

 

그리고 얼마나 부지런한지, 그 넓은 농장의 잡초를 깨끗이 베어내고,

나무 가지치기까지 해 정원을 말끔하게 단장해 놓았다.

 

연못에는 물이 고여 곳곳에 개구리알이 둥지 틀었고,

심어놓은 야채는 싱싱하게 자라, 가지도 고추도 거시기보다 더 컸다.

 

정동지는 백반을 챙겨와 이현이에게 봉숭화 꽃잎으로 손톱에 물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잠시도 쉴 틈 없는 김선생께는 발판 겸 책꽂이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냥 판자를 잘라 못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라인더로 갈고,

선우는 콩기름까지 먹여 발 딛기 민망할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다음날 오찬에는 선우가 연잎밥을 지었는데, 너무 예뻐 먹기 아까웠다.

오래전, 도예가 조상권씨 공방에서 먹어본 후, 두 번째 맛보는 연잎밥이었다.

입안에 번지는 향이 감칠맛이었다.

 

남정네 빰치는 작은 여장부 김선우는 일 솜씨뿐 아니라 음식솜씨도 대단했다.

거기다 양이현의 부지런함이나 인정스러움은 요즘 소녀가 아니다.

듬직한 평이의 재치 역시 부전자전이다.

 

대단한 분이 모여 사는 농장에 얼치기 두 명이 끼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도움은커녕 일거리만 만드는 편인데, 갈 때마다 신세만 진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이 일을 어쩌지?

 

사진, 글 / 조문호

 

양이현, 셀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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