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씨는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다.

 

인사동에서 ‘나무화랑’을 운영하는 전시기획자로,

미술평론가이고 출판편집자기도 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작업은 목판화로 아는데,

사진을 한지가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지난 달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린 ‘말하고 싶다’전시장을 지킨 일이 있었는데,

담배 피우러 옥상에 올라가다 계단에 쌓인 인쇄물 더미에서 김진하씨의 전시 자료를 본 것이다.

 

“숨”이란 제목의 사진전이었는데, 더 놀란 것은 십년이나 지난 팸플릿이었다.

사진인들이 김진하씨 사진 작업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하기야!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허물어진지가 오래라

그에게는 붓 대신 카메라를 이용한 그림 작업의 연장이기도 했다.

난, 기록사진이 아닌 파인아트에 몰두하는 많은 사진가들을

사진가로 보지 않고 작가로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팸플릿 속의 ‘숨’은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원초적 움직임을 형상화했다.

사진을 저속셔터로 찍으려면 숨을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세한 움직임에 드러나는 이미지의 흔들림이나 피사체의 중첩이

본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또 다른 울림을 전해주었다.

 

호흡의 흐름에 따라 생성된 이미지는 작가 스스로의 존재 확인이기도 했다.

하늘이나 산을 찍었지만, 결국은 작가 스스로를 드러낸 것이다.

 

단색조의 무거운 분위기가 주는 미묘한 느낌은

찍을 당시의 작가 심리상태일 수도 있었다.

 

실제풍경에서 작가의 심리풍경으로 바뀌어가며,

작가의 미적 감성이 본색을 드러냈다.

 

김진하관장의 새로운 카메라아이 발견이 어찌 뉴스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어두운 창고에 잠자던 이미지를 찾아내어 다시 불을 지피는 이유다.

 

인쇄물을 스캔 받아 본래의 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미지 농도는 물론 인쇄된 종이의 입자까지 극명하게 드러났으나,

거칠어진 나의 숨으로 여겨 두루 넘어가시길 바란다.

아무튼, 앵콜 전에서 오리지널 프린트를 볼 수 있길 희망한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금 찍는 사진은 어떻게 변했을까?

요즘 페이스북에서 선보이는 산 사진들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사진에 드러난 작가의 아우라가 그냥 나온 게 아님을 이제 사 알겠다.

 

내년 초에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진하씨의 두 번째 사진전이 열린다고 한다.

어떤 사진을 보여 줄지 벌써 기다려진다.

 

3월 18일부터 4월 27일까지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열리는

‘말하고 싶다'전에 김진하씨 사진도 선보인다.

 

현재 ’나무아트‘에서 열리고 있는 김진하 소장전에서도

작가의 사진을 예고편으로 보여준다니 많은 관람 바란다.

 

그 사진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수집해 놓은 소장품에서도 작가의 감성을 읽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

전시는 월요일은 휴관이고, 정오부터 오후6시까지 열린단다.

 

그리고 김진하씨 말 나온 김에 그가 저지른 일들을 좀 까발려야겠다.

그는 긴 세월 인사동 ‘나무아트’를 어렵사리 운영해 가며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인사동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인사동에 전시장이야 늘려 있지만,

‘나무아트’에서 기획 초대한 전시에 따를 곳은 아무데도 없다.

그 곳에서 펼쳐보인 민중의 힘이 인사동의 뿌리인지도 모른다.

인사동 문화를 살찌운 그의 공적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얼마 전 박건 작가의 ‘내 맘대로 주는 상’ 열 번째 수상자로

‘갤러리스트상’을 수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

나 역시 박건씨로부터 ‘카메라 시인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관청이나 언론사에서 준 그 어느 상보다 값지게 여겨, 트로피를 신주단지처럼 모신다.

 

그 뿐이던가?

박근혜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조직된 ‘광화문미술행동’의 기획자로

매주 ‘바람찬 전시장’을 장식하며 광장에 휘오리 바람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이젠 김진하씨 사진이 사진판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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