蓮.PADMA

주명덕展 / JOOMYUNGDUCK / 朱明德 / photography
2016_0423 ▶ 2016_0618 / 일요일 휴관



주명덕_2010 부여 ⓒ주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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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6_0423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목요일_10:00am~09:00pm / 토,공휴일_11:00am~06:30pm / 일요일 휴관



한미사진미술관

The Museum of Photography, Seoul

서울 송파구 방이동 45번지 한미타워 19, 20층

Tel. +82.2.418.1315

www.photomuseum.or.kr



누구나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에 귀 기울인다. 사진가 주명덕 역시 괴팍스럽게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통념상 말하는 아름다움, 기쁨, 그리고 슬픔도 그에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면 사진에 담지 않는다. 그의 가슴을 움직이는 순간만을 사진에 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1980년대 말 그가 보여준 빽빽한 나무와 얼기설기 얽힌 넝쿨에 담긴 한줄기 빛은 어두웠지만 아름다웠다. 사진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면서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 검은빛의 풍경 《Lost Landscapes》는 굵은 선으로 움직이는 땅의 힘, 생동하는 그 기운이 먹먹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그렇게 그는 사진 속에 그가 밟고 살아온 땅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였다.


주명덕_2014 경산 ⓒ주명덕


주명덕_015 함양 ⓒ주명덕


주명덕_2014 부여 ⓒ주명덕


이번에는 연蓮을 사진에 담았다. 연은 탄생과 생명을 지닌 신성한 식물이자 문명의 뿌리로서 다양한 상징과 의미로 읽힌다. 주명덕은 오래전부터 찍고 쉬고, 다시 보기를 반복하였다. 통념을 넘고 스스로 새로워지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사이 계절은 바뀌고, 어느덧 꽃이 피고 지며 시간이 흘렀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생로병사를 경험하고 순간순간 스스로를 다져갔다. 연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가면서 그에게 연은 또 다른 한국의 풍경이 되었다. 연은 심연深淵에 뿌리내리고 피는 꽃이다. 깊은 흙 속에 뿌리내리고 물 위에 넓은 잎을 피우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며 수면으로 지고 결국은 다시 물로 돌아가 그 자리에 씨를 품는다. 자연의 순리대로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생로병사를 담은 주명덕의 연은 화려한 꽃의 형태, 대상이 갖는 아름다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연을 둘러싼 물의 기운에 주목하기에 풍경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주명덕_2010 불영사 ⓒ주명덕


주명덕_2010 불영사 ⓒ주명덕


주명덕_2011 불영사 ⓒ주명덕


물은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모습과도 같다. 모든 더러운 것을 포용하고 정화하여 꽃을 피게 하고 그 열매를 키워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것이다. 연의 꽃과 뿌리를 변함없이 지켜주는 심연의 강인함은 땅이 보여주는 생기처럼 힘찬 기운은 아니지만 드러내지 않는 조용함에 있다. 그리고 폭포처럼 격정적이지 않고 바다처럼 무관심하지 않으면서 연을 지키면서 만개한 꽃이 갖는 화려함도 섞이지 않는 고고함, 그리고 죽어가는 슬픔까지도 포용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가는 만개한 연꽃의 아름다움을 배제하고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의 직관을 믿고 그만의 빛을 읽고 그가 보여주고 싶은 방식으로 연을 바라본다. 꽃이 피고 시들어 죽어가는 슬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간, 연을 지탱하고 포용하는 물의 모습, 그리고 군집하는 잎의 얽힌 모습을 그의 간결한 화면에 담는다. ● 연은 물 한 방울도 꽃잎 속에 스며들지 않고 연 잎의 주변을 맴돌아 다시 수면으로 돌려보낸다. 잎은 본능적으로 해를 향해 뻗어가고, 여름의 생동감이 떨어지면 꽃은 지고 부스러져 황량하게 죽어간다. 그러나 꽃과 함께 수면 위를 비추는 빛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편안함을 준다. 이른 아침 화려한 꽃으로 잠시 피어 스스로 자태를 추스르면서 겨울을 맞고 결국 태어난 물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사진가 주명덕이 바라보는 연은 그가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는 한국 풍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주명덕_2010 불영사 ⓒ주명덕


주명덕_2016 부여 ⓒ주명덕


주명덕_2014 경산 ⓒ주명덕


이번 연작은 어둡게 보일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소멸하는 스러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직시하는 사진가의 노련함을 고스란히 담아 보여준다. 스스로 생명을 품은 자연이면서 더 큰 자연으로써 물의 일부가 되는 연, 세월에 스러져 이윽고 자연으로 환원되는 평안함은 누구나 보는 상식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새로운 창조를 바라보는 이유가 된다. 반짝이는 수면 위에서 연을 비추는 밝은 빛은 세월을 안고 스러져가는 것의 덧없음 그러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어온 이 땅에 대한 애련이며 주명덕의 연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 이제 그는 한국문화의 근간이자 모든 문명의 뿌리로서 연을 다룸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큰 한걸음을 내딛는다. 마치 한곳에 뿌리박고 있지만 넓은 물 속에서 번식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가는 연처럼 말이다. ■ 손영주



Vol.20160423a | 주명덕展 / JOOMYUNGDUCK / 朱明德 / photography


그동안 이명동선생을 모시는 오찬회를 인사동에서 정기적으로 가져왔으나, 이번에는 이명동선생의 전시가 열리는 ‘한미사진미술관’이 있는 ‘어양’ 중식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가졌다.

지난 7월 28일 정오에 가진 오찬회에는 이명동선생을 비롯하여 육명심, 한정식, 이완교, 전민조, 조문호, 구자호, 김영수, 유병용, 이기명, 고 김기찬씨 미망인 최경자씨등 모두 열 한 명이 참석하였다.

오랜 세월동안 한국사진사를 정리해 오신 육명심선생께서 우리나라 근대사진사에서 이명동선생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나라 초창기 사진은 대부분 사진관 인물사진이었지요. 그 때의 사진관은 상류층들이 주로 활용하는 곳으로 대개 연미복을 입고 찍었어요.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가들도 대부분 일본에서 공부하고 온 엘리트로 국내작가로는 이해선, 서순삼, 현일영, 박필호씨 등이 주도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명동선생께서 당시로는 아마추어 사진가에 불과한 임응식씨를 내 세워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주창하며 사진계 흐름을 완전히 뒤집은 거지요. 그렇지만 그때 나는 이명동 선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사진협회 창설이나 '동아사진콘테스트'로 사진판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명동선생의 숙적이나 마찬가지였던 사진가 이종화선생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더니, 문상 오신 이명동선생께서 달구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장례가 끝 날 동안 지키고 계셨어요. 결국 이명동선생의 인간적인 면모에 끌려 생각을 바꾸게 된거지요. 그동안 사진계에서 이명동선생의 도움을 받지않은 분이 별로 없지만, 그중에서 임응식선생과 임선생의 직계였던 홍순태교수가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한 번 도와주기 시작하면 끝까지 도와주는 그런 분이예요. 모든 공적과 실리를 임응식선생께 돌리고 뒤에만 계시던 이명동선생께서 임응식선생이 세상을 떠나시니, 그 아들 임범택씨를 위해 팔방으로 애쓰셨어요. 분명한 가치관과 인간적인 의리로 똘똘 뭉친 분이지요.”

올해로 이명동선생의 연세가 아흔다섯에 이르지만 건강상태는 물론 기억력까지 너무 좋아 팔순 정도의 연세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마 백수는 물론 아직도 십년 정도는 건강하게 사실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진계의 최고 원로이자 산증인이지만, 병석에 계신 사모님 간병으로 만년을 쓸쓸하게  보내고 계신다. 사진인들의 모임이 있을 때면 나오셔서 사진계 비사들을 들려주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다. 유병용교수가 인터뷰를 가져 많은 사료들을 기록해 놓았다니, 머지않아 한국사진사의 볼만한 책 한 권이 나올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번 모임에는 이명동선생 이야기 외에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얼마전 사진가 전민조씨와 고 김기찬선생의 미망인 최경자씨가 독일 사진비엔날레에 초대되어 다녀 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서울시가 일억 오천만원 상당의 전민조씨 작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동안 순수사진에 밀려 뒷전에 머물던 기록사진의 가치가 늦게나마 인정받았다는 것은 다큐멘터리사진을 하는 입장에서 엄청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좌로부터 사진가 육명심, 전민조, 이기명, 한정식씨, 한미수석큐레이트 손영주씨, 원로사진가 이명동선생, 고 김기찬

      미망인 최경자씨, 사진가 이완교, 김영수, 구자호, 유병용씨와 앞 줄은 필자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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