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ARTSPACE H'에서 열리는 전인경씨 ‘비욘드 만다라’전 개막식에 못 갔다.

포항의 포트폴리오 전과 날자가 겹쳐, 지난 3일 가기로 작정했는데,

페북에 올린 정영신씨의 전시리뷰를 본 이광수교수가 전인경씨 전시 보러 오겠다는 것이다.

물론 강제욱씨의 개인전과 수원사진축제의 사진특강으로 올 일은 있지만,

불교문화에 해박한 이교수의 관심에 전시가 더 보고 싶어졌다.






정영신씨를 대동하여 전시장으로 갔더니, 먼저 온 이교수가 전시장을 못 찾아 헤 메고 있었다.

난데없는 뒷길에서 나왔는데, 엄청 반가웠다.

몇일 전 포항 행사에서 만나 신나게 마셨지만, 좋은 사람은 만나면 만날수록 더 반가운 것이다.






식사하러 갔는지, 전시장 문이 잠겨 있었지만, 이내 그녀를 만나 작품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전인경씨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이광수 교수도 만다라 작업에 도움말을 주는 등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는데, 작품들을 찬찬히 둘러보니 4년 전의 개인전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형식이야 비슷하지만, 세밀한 원들에 기가 서려 보였다.






여지 것 전인경씨가 인사동 모임이나 전시회 오프닝에 잘 나타나지 않아 섭섭하기도 했지만,

작업에 몰입했던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로서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동안 전인경씨는 캔버스 앞에 앉으면 수행자가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완전히 차단한 채,

마음의 중심을 찾는 내면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옛말이 틀림없다.





초대전이라 대관료는 없겠지만, 도록이나 액자비로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두 점이라도 팔렸다니 다행이다 싶다.

이 불경기에 두 점 파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전시장에서 나와 이광수교수와 정영신씨는 ‘북서울미술관’으로 갔지만, 난 동자동으로 가야했다.

그 날이 밑반찬 타는 날이기도 하지만, 만날 사람이 있었다.






지하철로 돌아오다, 나도 전인경씨처럼 작업에만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일 만드는 이 못 말리는 천성을 어찌할까나?
올 겨울만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동자동에 처박힐 것을 다짐해 본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5일부터 성북동 ARTSPACE H에서 11월5일까지 열려
2017년 11월 01일 (수) 03:50:38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신비를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색과 원으로 자기내면의 중심과 본질을 찾아가는 화가 전인경의 ‘비욘드 만다라’전이 지난달 25일 성북동 ‘ART SPACE H’에서 열렸다.

작가는 우주의 질서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육신을 통하여 생명에 감추어진 구심점을 찾는 작업을 10년 가까이 끌어오고 있다. 다차원의 공간인 우주 속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정신적 구심점을 찾는 것이야 말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실적 절박함에 호소력을 더 할 수밖에 없다.




▲ ‘비욘드 만다라’전 화가 전인경씨 Ⓒ정영신



수많은 핵들로 형성된 시각적 묘사가 다소 철학적이기도 하다. 또한 전체적 완전성으로 귀결되고 있는 원들의 윤회적 표현들은 순환과 회귀로 이어지며, 무한운동에 의한 해와 달의 시간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만다’는 마음의 참, 또는 본질이고, ‘라’는 소유와 성취다. 이 둘의 의미를 결합하면 만다라는 마음속에 참을 갖추고 있으면서, 자비의 마음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널리 베푼다는 뜻이다. 그녀는 캔버스 앞에서 수행자가 된다. 자신의 일상을 완전히 차단한 채 빈공간과 색과 마주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나 마음의 중심을 찾아나서는 내면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 MandaLa 170401, 120x120, Acrylic on canvas, 2017 (사진제공:전인미)


아마 무의식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명상적 기도인지도 모른다. 물방울 하나하나를 모아 강을 만들 듯 보이는 것에서 부터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향해 색을 덧칠하며 만다라의 원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작업에 임하기 전에는 꼭 화두(話頭)하나를 붙잡는데, 마음의 중심축으로 들어갈수록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작업은 하나의 세포로 시작되었지만, 전체적인 이어짐은 꿈틀거리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근원의 힘을 얻는다.



▲ 만다라 120901, 150x300, Acrylic on canvas, 2012 (사진제공 : 전인미)


그 근원의 힘에서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고, 마음의 질서를 찾고, 조화로운 자기 자신을 만나는 길을 터득한 것이다. 어둠으로부터 빛으로, 비합리적 세계로부터 합리적 이해가 가능한 세계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카오스(혼돈)의 세계가 아니라 기하학처럼 질서정연한 코스모스라는 우주의 근본으로 마음의 중심축을 획득한 것이다. 그녀는 작가노트에 ‘만다라(MandaLa) 안에서 인간과 우주는 하나다’ 고 적고 있다.

작가의 만다라는 우리 삶속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혼돈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그 혼돈 속에서 개개인의 방식대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게 해줌으로써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다양한 열린 해석으로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의 작품을 사유하라고 주문한다.


    



▲ MandaLa 170101, 150x150, Acrylic on canvas, 2017 (사진제공:전인미)


연극연출가 기국서씨는 “나는 전람회장에 갈 때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러 간다고 생각한다. 전람회장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치열함에 치밀함까지 갖추어서 그토록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 배우들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화가의 영혼과 정신의 진액으로 창조해 낸 화가 자신의 모습들인 작품들은 비장감이 도는 서사극이거나, 활력이 넘치는 뮤지컬이거나 때로는 여운이 긴 풍자극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루 종일, 몇 달 동안, 몇 년 동안 도를 닦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그것은 그림 속에 자신을 함몰시키고 그림과 같아지는 경지가 되는 것일까?”

연출가 기국서씨는 배우가 연극무대에서 치열하게 예술행위를 하는 것이나, 화가의 영혼과 정신의 진액으로 창조해낸 작품을 대하는 것이 같은 경지라는 것을 묻고 있다. 예술가들의 고통과 고뇌와 슬픔과 환희를 무대에서 때로는 캔버스에서 승화(Sublimation)로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 work 0801, 120x120, Acrylic on canvas, 2008 (사진제공:전인미)


그녀는 만봉 스님으로 부터 4년 동안 불화(佛畵)를 전수받으면서 사유의 세계를 갖게 되었다. 그녀만의 만다라로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원으로 표현해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불교는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최고의 진리를 표현한다.

중심으로 이어지는 원은 가장 심오한 통찰과 직관의 표현으로 생명의 전체성을 나타낸다. 원을 그리는 것은 자기내면을 향하는 것이고, 자기변화와 정신적 질서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만다라를 그리는 것은 내면의 작업을 위한 수련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관념적인 바닥을 던져버리고 심연을 마주한 채 그 안으로 묵묵히 걸어들어가야 한다.




▲ work 0802, 120x120, Acrylic on canvas, 2008 (사진제공 : 전인미)


비욘드 만다라’전 서문을 쓴 미술비평가 홍지석씨는 “전인경의 <만다라>는 처음부터 무질서, 파국, 카오스를 내포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전인경의 작업에 이산적인(discrete) 요소들-정사각형의 질서를 깨트리는 직사각형, 원의 정형을 깨트리는 비정형들-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Beyond MandaLa>로 명명한 최근의 작업들은 불균형을 아우르는 균형, 완벽한 질서에서 탄생한 무질서를 다루는 회화가 될까?” 라고 평했다.




▲ MandaLa 170903, 200x90, Acrylic on canvas, 2017 (사진제공:전인미)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빛으로 환원되는 세계를 꿈꾼다. 빛의 중매로 맺어진 세상의 색은 서로 연분이 있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색을 보면서 불안이나 충동이 소멸되면서 치유의 경험을 느낀다고 한다.

화가 전인경의 ‘비욘드 만다라’전은 성북동 ARTSPACE H에서 11월5일까지 열린다.

(전시문의 : 02-766-5000. 관람시간 : 10:00am~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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