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g Face

 

윤지선展 / YOONJISEON / 尹智嫙 / mixed media 

2022_0301 ▶ 2022_0313

 

윤지선_rag face #2201-1_사진, 천에 바느질_72×52.5cm_2022

윤지선 홈페이지_www.yoonjiseon.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13일_12:00pm~02: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0)2.738.2745

www.gallerydam.com

 

 

3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갤러리 담에서는 윤지선 작가의 Rag Face전시를 기획하였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는 윤지선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사진을 찍어서 그 위에다가 끊임없이 바느질을 한다. 바늘이 못들어가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작업을 멈추게 된다. 윤지선의 작업은 앞뒤가 따로 없다. 앞면은 실로 채워져 있고 뒷면은 실밥만이 그 형상을 남기고 있다. ● 공제 윤두서의 직계 손녀이기도 한 공제의 자화상을 출력해서 할아버지의 수염대신 자신의 음모의 털을 뽑아 심은 초기의 작품을 비롯하여 지금은 자신의 얼굴을 출력해서 재봉틀의 실로 그 얼굴을 채워나간다. 때로는 얼굴을 일부를 재봉실로 메워서 입을 사라지게 하기도 하고, 얼굴의 그 형상도 예쁘게 보이려고 애쓴 얼굴이 아니라 희극적이거나 슬픈 모습, 고통스런 얼굴들이 보인다. ● Rag는 헤진 천으로 된 누더기의 뜻을 가지고 있다. Rag Face란 결국 누더기로 되어버린 얼굴이라는 뜻이다. 작가의 자화상을 사진으로 찍을 때에도 예쁘게 미소 짓는 얼굴이 아닌 우스꽝스런 모습이나 일그러진 모습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을 그런 해괴한 얼굴을 찍는다 이후 다시 인화된 얼굴 위에 재봉틀로 바느질을 해댄다. 내면의 감정들을 이때에서 비로소 드러내듯이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하고 있다. ● 작가의 작업은 사진에서 시작해서 바느질로 마무리가 되는 작업이어서 일우사진상을 받기도 하고 세계적인 텍스타일 전시에서도 큰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1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윤지선 작가는 한남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이번이 열 다섯번째 개인전이다. ■ 갤러리 담

 

윤지선_rag face #2203-1_사진, 천에 바느질_73×52.5cm_2022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같은 작업은 사실, 작업 과정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여 한다. 작업을 능동적으로 한다기보다, '겪어 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실패(왜 그것이 실패인지 말로 표현 못하지만 알고는 있는)를 허둥지둥 만회하고, 얼렁뚱땅(무엇이 얼렁뚱땅이었을까?), 자포자기 넘어가려 마음 먹고는 잠자리를 뒤척이며 괴로워하다 끝내 이불을 박차고 나와 그 얼렁뚱땅을 쳐다보며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고 작업에 묻고 있다. ● 내 이야기가 작품을 장악하면 그것은 곧 식상한 지루함을 줄 수밖에 없다. 내 작업을 접한 이들 저마다의 주마등을 저저마다 감각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싶다. 바라보기 보다 '겪는' 작업이었으면 좋겠다. ● 관(觀)보다 체(體)하는 이미지에 도달하고 싶다. (2022. 02) ■ 윤지선

 

윤지선_rag face #2203-2_사진, 천에 바느질_73×52.5cm_2022

무서운 얼굴 이모 ● 2003년 아일랜드 코크(Cork)에서 작가 윤지선을 처음 만났다. 나는 당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고 윤 작가는 유럽 배낭 여행 중이었다. 그녀는 마치 수 백 개의 용수철이 머리에서 곧 튀어나갈 듯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고 풍기는 아우라 덕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긴 했지만 사실 그녀가 예술가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의 나는 상대방의 직업이나 나이 따위는 관심 밖이었고 그냥 사람이 좋아 함께 즐기고 어울리던 시절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가 지나고 그녀가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 작별 인사로 남긴 엽서를 통해 나는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엽서에는 신체(손, 털이 숭숭 난 다리)를 이용한 사진 작품이 인화되어 있었고, 그 사진은 야릇한 상상력을 마구 자극해 부끄러움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솔직히 그녀가 엽서에 쓴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엽서 속 작품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관심이 있다면 그녀의 이전 작업을 꼭 한 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탯줄을 연상시키는 긴 장갑(작가의 어머니와의 공동 작업), 하나의 포즈를 취하기 위해 작가가 수십 시간을 요가에 투자하여 만들어낸 아크로바틱한 포즈 사진, 드릴로 작은 구멍을 뚫어 자신의 털을 심은 동물 뼈, 조상의 초상화(윤두서)에 자신의 털을 심은 작품 등 그녀의 작품 들은 때때로 사람들의 불편함을 자극하지만 윤지선적 유머가 있고 유희가 있다.

 

윤지선_rag face #2204-2_사진, 천에 바느질_72×52cm_2022

2014년 나는 미국으로의 이주를 앞두고 있었고 그녀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Rag face와 관련한 이메일을 영어로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단순히 이메일 작성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예상 외로 점점 커져 이듬해 우리는 뉴욕 첼시에서 미국 첫 개인전 Rag face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것이 우리의 첫 협업이었다. 이후에도 Rag face는 사진(Photography), 섬유(Textile), 초상(Portrait),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아트 등을 주제로 한 여러 전시에 초대되었고 덕분에 나는 네덜란드, 프랑스,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을 여행하는 호사를 누렸다. 우리는 출장 업무가 끝나면 반드시 그 나라의 유명 미술관을 방문했고 그녀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흔쾌히 풀어 내주었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경험 때문인지 그녀는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나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품과 작가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그에 얽힌 스토리를 맛깔스럽게 이야기해주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작업에만 몰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세상과 단절된 똥고집 작가이겠거니 지레 짐작했던 나의 편협한 생각은 이 여행들을 통해 사라졌다. 결혼과 육아로 나를 잊고 살고 있던 나에게 그녀와의 여행은 인생의 활력이 되어 주었고, 예술은 어렵고 특정인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던 편견을 깨기 충분했다.

 

윤지선_rag face #2205-2_사진, 천에 바느질_72×53.5cm_2022

저 사람, 가면을 썼다' 라는 말은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진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사실 여러가지 얼굴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이를 바라볼 때,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을 때, 오랜 동안 바라왔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의 얼굴 표정을 상상해보라. 사랑, 분노, 행복, 걱정, 기대, 멸시, 창피, 공포 등 우리는 오만 가지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 얼굴 표정도 바뀐다. 어쩌면 가면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자기 표현에 충실한 사람이 아닐까? 작가 윤지선의 Rag face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하나씩 떠오르게 된다. Rag face 속 작가의 얼굴은 보통의 자화상과는 다르게 정면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지도, 억지로 멋진 표정을 지어 보이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연의 감정과 표현에 충실할 뿐이다.

 

윤지선_rag face #2206-2_사진, 천에 바느질_72×53.5cm_2022

작가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사진으로 찍어 광목천에 현상하고 후에 공업용 재봉틀로 얼굴 사진 위를 박음질한다. 윗실과 아랫실의 색을 달리하여 마치 물감이 섞이듯이 실의 질감과 색감이 혼재하고 얼굴 표정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인지 바느질로 인해 생겨 난 것인지 순서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작품은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생겨난다. 앞과 뒤는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마치 내가 모르는 나의 얼굴을 발견할 때처럼 말이다. 표정도 다르고 면의 질감과 색감도 다르다. 앞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작가와 관객의 아날로그적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관객은 작품의 원하는 면만 골라 감상할 수 있고 공중에 걸어 앞과 뒤를 동시에 감상할 수도 있다. 관객의 물리적, 정신적, 감정적 환경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 관객의 의지가 개입될 수 있다는 것이 Rag face의 매력이다. 이 매력을 100% 느끼기 위해 나는 그녀의 작품을 반드시 직접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시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압도적 흡인력은 인스타그램의 정사각형 사진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다. 한 올의 얇은 실이 수천 수백만 번의 재봉질을 통해 면이 되고, 그 면이 다시 쌓이고 쌓여 묵직한 캔버스를 창조해낸다. 면과 면의 경계를 구분하는 바느질의 모양새는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법이다.

 

윤지선_rag face #2208-1_사진, 천에 바느질_74×52cm_2022

나의 두 아이들은 작가 윤지선을 '무서운 얼굴 이모'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 Rag face를처음 보고 윤작가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들에게 Rag face 첫인상은 무서움이었지만 이제 아이들은 작품에서 우스꽝스러움을 찾아내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하며, 얼굴 표정을 따라해 보이기도 하며 작품을 즐긴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작품 속에 점점 나이 들어가는 작가의 얼굴도 보이고, 가끔은 엄마의 얼굴, 그리고 나의 얼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처음 작품을 마주쳤을 때의 느낌과 지금은 차이가 있고, 아마도 앞으로도 변화해 나갈 것이다. 마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알아가는 과정처럼 말이다. 이는 아마도 그녀의 작품에는 관객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서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관객이 Rag face를 통해 작가 의도를 파악하거나 '이거 작가 얼굴이래!' 라고 단정짓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의 의도가 어찌되었건 관객이 '밸 꼴리는 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작품을 관람하는 여정에서 평소에 소홀했던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사상 유래 없던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우리는 벌써 세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평범했던 일상과 여행을 갈망하고 있다. 다음 번에 다가올 봄은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소망하며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운 Rag face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기를 바래 본다. ■ 정은

 

Vol.20220302a | 윤지선展 / YOONJISEON / 尹智嫙 / mixed media

-이달에 볼만한 전시-

노무현 추모전"사람 사는 세상"/ 5월19일부터 5월24일까지 / 마루아트센터

황재형전 / 4월30일부터 8월22일까지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최울가전 / 5월7일부터 5월30일까지 / 가나아트센터

황주리전 / 5월19일부터 6월8일까지 / 노화랑

이영지전 / 5월19일부터 6월8일까지 / 선화랑

송광익전 / 4월21일부터 5월16일까지 / 통인화랑

김정수 ‘진달래-축복’ 4월21일부터 5월11일 / 선화랑

안봉균전 / 5월11일부터 5월30일까지 / 금보성아트센터

김명진전 / 5월1일부터 5월14일까지 / 갤러리담

김종숙전 / 5월5일부터 6월1일까지 / 갤러리 그림손

오용길한국화전 / 5월5일부터 5월17일까지 / 동덕아트갤러리

이하린도자전 / 5월19일부터 5월27일까지 / 통인화랑

정동석사진전 / 5월19일부터 5월31일까지 / 갤러리 인덱스

전민조사진전 / 5월26일부터 6월1일까지 / 토포하우스

잔재홍사진전 / 5월26일부터 6월1일까지 / 토포하우스

한국펜화가협회전 / 4월28일부터 5월4일까지 / 경인미술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5월30일까지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이 불전 / 3월2일부터 5월16일까지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분관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1년 5월호]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1년 2월호]

기원(冀願)하다.

 

고은주展 / GOEUNJOO / 高銀珠 / painting 

2021_0107 ▶ 2021_0118

 

고은주_숨은꽃찾기_종이컷팅_330×90cm×3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01107d | 고은주展으로 갑니다.

고은주 홈페이지_http://blog.naver.com/nivea0104고은주 인스타그램_@nivea0104고은주 페이스북_https://www.facebook.com/eunjoo.go.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한옥 청년작가 공모 최우수상 수상 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5:3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4(가회동 30-10번지)

Tel. +82.(0)2.3673.3426

galleryhanok.blog.mewww.facebook.com/galleryHANOK

 

 

자연을 상징하는 생명 에너지의 원천 ● 중국의 전통 연극에 그림자 인형극 피영(皮影)이 있다. 전통연극인 경극과 함께 민간에서 시작된 이 인형극은 동물 가죽을 이용해 형상을 만들고 이를 빛을 통해 그림자로 이미지화한다. 여기에 대사와 노래가 함께하는 인형극이다. 고은주 작가의 '숨은꽃찾기' 시리즈 작품 중 흰 종이에 칼로 파서 제작 설치된 작품의 이미지는 마치 인형극 피영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작가는 주로 꽃을 주제로 작업하는데, 꽃이 의미하는 것은 생명의 완전체로서 생명에너지의 원천이자 큰 의미에서 자연을 상징한다. ● 작가는 최근 임신과 출산,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몰입한다. 아이가 생김으로 자신의 소중함도 느끼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느끼는 시기가 이 시기이기도 하다. 뭔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매사에 조심스럽게 기도하게 되고 마음이 순화되는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작품 초기부터 꽃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이어 왔으면서 좀 더 색다른 시각과 표현기법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그동안 비단위에 채색기법을 표현하는 데서 더 발전해 기원과 기복의 의미를 담은 작품설치로 확장되었다.

 

고은주_신체건강부_비단에 채색, 컷팅_91×127cm_2019

 

고은주_신마신장부_비단에 채색, 컷팅_91×133cm_2019

 

고은주_삼재소멸부_비단에 채색, 컷팅_80×60cm_2020

 

 

소개된 작품은 '설위설경(設位說經)'이라는 전통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 종이작업인데, 설위설경은 원래 불경을 해설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 무속에서 굿을 하는 굿당을 장식하는 장엄구로 축원의 문구나 악귀를 물리치는 내용을 담아 종이를 오려내어 만든 장식이라고 한다. 꽃을 주제로 하면서 그 꽃은 한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서천꽃밭(西天花田)의 생명의 꽃이라고 하는 다소 환상적인 이야기가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음양오행에 담긴 뜻과 삼신할미가 결합된 신화에서 각각 성격이 다른 꽃으로 등장한다. 죽은 이들의 전당이면서 동시에 삶이 시작되는 곳인 셈이다. ● 이러한 생명의 꽃밭에 여러 형상을 중첩하면서 새로운 설위설경의 장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작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향한 축원의 마음을 담았다고 이야기 한다. 보통 종교화에서 보는 것처럼 작품은 삼단구조로 되어있다. 맨 아랫단에는 사람의 형상이 나란히 배치되어 이 세상을 의미하고 축원의 상징들을 떠받들고 있으면서 중간 부분과 상단은 대칭된 형태로 길조라 여겨지는 원앙이나 봉황과 같은 새와 꽃동산을 연상하게 하는 풍성한 꽃밭이 펼쳐져 있다. 배경은 햇살과도 같은 빗살무늬로 축원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칼로 오려낸 부분은 새로운 공간으로 양 공간을 분할하는 것이 아닌 두 공간의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자로 비쳐진 벽면의 이미지는 연극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효과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자극한다.

 

 

고은주_숨은꽃찾기_종이컷팅_330×90cm×3_2020

 

 

작가는 자신의 현재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대자연의 위대한 순간도 어찌 보면 자기 자신, 나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 자기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고 응시하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니라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최근 작업들은 근래에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을 경험하면서 모성을 내재한 엄마의 마음, 엄마의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는 작가의 말 속에 엄마의 마음은 작은 것 같지만 모두의 마음 같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법보신문 2019.11.5 글 발췌) ■ 임연숙

 

고은주_도적불입부_비단에 채색, 컷팅_80×60cm_2020

 

고은주_북약호력부_비단에 채색, 컷팅_80×60cm_2020

 

 

고대부터 갖고 있던 꽃에 대한 의미는 생명을 잉태하고 생성시키며, 음양의 생성원리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이 꽃에서 나서 꽃에서 다시 피어난다는 생각들이 담겨 있다. 이는 자연을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동양의 사유방식에서는 인간, 동물, 식물 등의 자연의 대상물들은 같은 위계상에 있다. 나의 작품은 이와 같은 동양 전통적인 사유와 맥을 같이 한다. ● 그렇듯 나에게 있어 꽃은 단순히 바라보는 시각적인 장식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이자 시공간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교감을 나누는 대상으로써 자연스럽게 인간의 생(生)과 닮아있는 꽃은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 상징 소재가 된다. 특히 꽃과 여성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본성에 초점을 맞추어 꽃을 통해 여성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 최근 작업들은 근래에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을 경험하면서 모성을 내재한 엄마의 마음, 엄마의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표현된 꽃의 이미지는 한국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서천꽃밭(西天花田)의 생명의 꽃을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삼신신앙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서천꽃밭은 인간이 쉽게 발 디딜 수 없는 하늘세계 서천서역에 있는 꽃밭으로 삼신할미가 아이를 점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특히 삼신할미가 아기를 탄생시키는 꽃을 '생불꽃'이라 하는데 건강한 아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정성을 들여 삼신할미에게 기도를 하면 다섯 가지 꽃 중 한 가지 꽃이 일어나 세상으로 보내지게 된다. 동쪽 파란 꽃은 용감한 아기, 서쪽 하얀 꽃은 슬기로운 아기, 남쪽 붉은 꽃은 복 많은 아기, 북쪽 검은 꽃은 수명이 긴 아이, 가운데 노란 꽃은 예쁜 아기로 태어난다. 그렇듯 이 꽃은 아기를 잉태시켜주는 영력(靈力)을 지녀 생명을 잉태, 출생시키는 꽃으로 생명의 상징이자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복의 대상이 된다.

 

 

고은주_바이러스퇴치부_비단에 채색, 컷팅_80×60cm_2020

고은주_신마신장부_비단에 채색, 컷팅_80×60cm_2020

 

 

이러한 서천꽃밭 위로 또 다른 형상들을 오버랩 시켜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설위설경(設位說經)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것이다. 설위설경은 굿 장소를 종이로 화려하게 장식한 장엄구를 가리킨다. 일반적인 유래나 역사는 명확하지 않으나 고려, 조선초기부터 경문이나 축원을 담은 도상들을 종이에 글로 적거나 칼로 파내어서 제장을 둘러치는 가로막이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설치된 설위설경은 수복축원, 잡신퇴치, 조상천도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한다. 설위설경에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지는데 그 중 주된 문양인 꽃은 상징이면서 동시에 기호로 작용한다. 여기에 새겨진 꽃들은 대개 인간이 나고 돌아가는 우리의 본향을 상징하고 있다. 싱그러운 다양한 꽃들이 만발한 동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둥글며 포용성이 높은 상상의 장소가 된다. 나는 이러한 설위설경의 모티브에 착안하여 종이를 오려 내거나 다양한 꽃으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 작업하였다. 상징성을 지닌 도상이나 문자, 문양 등을 대칭적으로 배열하고 형상화함으로써 아이를 향한 갖가지 수복축원의 바람을 담은 엄마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 고은주

 

 

Vol.20210107b | 고은주展 / GOEUNJOO / 高銀珠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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