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바람, 고요 Eyes, Wind, Stillness

안소희展 / AHNSOHEE / 安昭熙 / painting 

2022_1214 ▶ 2023_0108 / 월,화요일,12월 22일 휴관

 

안소희_Autumn Wind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담아내고 비워내는 '눈' 눈은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알 수 있는 개인의 표지이자 세상 모든 것들을 투영할 수도 있는 창이다. 그러기에 한 인간이 지닌 신체 기관인 동시에 거대한 우주이기도 한 '눈'을 바라본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안소희 작가의 개인전 『눈, 바람, 고요(Eyes, Wind, Stillness)』(페이지룸8, 2022.12.14.-2023.1.8.)은 작품 속 인물의 '눈'에 주목한다. 이 눈은 단순한 눈이라고 여기기에는 한번 보면 뇌리에 남아 잊히기가 힘들다. 형이상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창구라는 관념적인 표현을 쓰기에는 더욱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안소희 작가의 '눈'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안소희_물렁한 사과_캔버스에 유채_100×65.1cm_2022
안소희_Boy in the Morning_캔버스에 유채_90.9×65.1cm_2022

이번 안소희 작가의 회화는 큰 눈이 특징인 인물화와 바람, 동·식물, 과일 등의 소재가 인물과 함께 등장하여 분위기가 조성되는 작품으로 구분된다. 안소희 작가의 눈은 1인칭 시점에서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주시하는 눈일 수도 있지만, 이 눈을 바라보는 상대의 심리적인 자극과 내면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눈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의 눈빛이나 표정에서 어떤 호소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저 커다랗게 텅 비어있는 듯한 눈은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 인물의 눈에서 시작되는 궁금증은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안소희_Braid Hair_캔버스에 유채_72.7×53cm_2022
안소희_막연한 풍경2(Wave 2)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22

드러나면 금세 알아차리기 쉬운 눈의 표정은 식물이 담긴 유리 화병에 가려보아도 굴절되어 더 크게 '응시'하듯 보일 뿐이다.[작품 「응시」] 고정되지 않은 시선에 '물렁한 사과'를 쥔 손은 애꿎은 사과에 대한 감정 표현인지 사과와 함께 무른 시간을 보낸 건지는 알 수 없다.[작품 「물렁한 사과」] 목이 드러난 니트를 입은 인물은 '땋은 머리'를 목에 두른 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작품 「Braid Hair」] 이렇게 눈에서 표정을 읽으려는 노력은 결국 무력화되며 보는 이들의 감정이 인물에 적극적으로 이입되고 만다. 반면, 바람에 납작한 머릿 묶음이 날리는 인물의 눈은 이미 가을 풍경 자체로 보이기도 하고[작품 「Autumn Wind」], 파랑새의 작은 터치에 번지듯 물든 하늘색 머리카락은 졸음을 귀엽게 쫓아주는 요정 같다.[작품 「Boy in the Morning」]

 

안소희_물렁한사과_종이에 수채_38.7×31cm_2022
안소희_Sprout_종이에 수채, 색연필_38.7×31cm_2022

작업 방식에 있어서 캔버스 작품과 색연필 드로잉은 선후 관계를 떠나 비슷한 형태로 스케치하되, 유화와 색연필 특유의 질감과 필치를 살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막연한 풍경(Wave)' 수채화 시리즈는 한 번의 붓질로 가지런히 선을 쌓아 추상적인 풍경을 완성함으로써 수행적 개념의 드로잉이다.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머릿결 같은 억새밭 풍경 또한 인물을 지지하고 있는 대지로서 존재하는데,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작가의 환경을 떠올리게 된다. 단, 이 모든 조화는 결국 장소성과 시간성 그리고 원근감 등을 특정 지을 수 없고, 무엇보다 인물의 큰 눈으로 인해 초현실적인 상황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 작품 속 인물은 어쩐지 처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눈을 통해 살아있음을 생생히 증명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내면에 있는 고독이라는 연대를 슬며시 꺼내게 한다. 그렇게 안소희 작가의 '눈'은 끊임없이 담아내고 비워내며, 마주하는 모든 생(生)을 고요한 가운데 증언하고 있다.

 

안소희_응시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22
안소희_Wave Hair_캔버스에 유채_65.1×30cm_2022

p.s. ● 안소희 작가의 작품은 처음 보게 된 건 2021년 7월, 제주 새탕라움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계단의 아이』에서였다. 주택의 방 구조와 나무 계단이 남아있는 무인 전시 공간에 우연히 마주한 작품 속 아우라에 한참을 전시장에 머물렀다. 당시 머리카락 같은 카펫?에 억새같은 머릿결을 휘날리며 걷는 뒷모습이 있는 작품, 「걸음(Walk)」에 매료되어 2층으로 올라가니 보송보송한 억새밭이 펼쳐진다. 작가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눈이 독특했던 「탈색」 작품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부부 드로잉에 웃음이 터진 채 전시장을 나왔다. 서울에 도착해서 등을 톡톡 치며 아는 척하고 싶게 만든 「걸음」의 뒷모습과 큰 눈망울을 지녔지만 정확히 어떤 감정선인지 읽을 수 없었던 「탈색」 인물이 교차되어 문득문득 그리고 자주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제주에 있는 작가님에게 결국 DM을 보냈다. ■ 박정원

 

안소희_막연한풍경-드로잉04_종이에 수채_22×28cm_2022
안소희_막연한풍경-드로잉05_종이에 수채_26.8×22cm_2022

An eye is a front cover of an individual indicating their mood or feelings, as well as a window that can reflect everything in the world. Thus, it is a unique experience to look into an 'eye', as it is not only a bodily organ of a person but also a vast universe. Sohee Ahn's solo exhibition, 『Eyes, Wind, Stillness』(Pageroom8, 12.14. 2022-1.8. 2023.), focuses on the 'eyes' of the figures in her work. These 'eyes' are too unforgettable to be regarded as mere eyes. It feels even more inadequate to use abstract expressions like 'they are the window to the metaphysical world'. That is why we can't help but keep thinking about the 'eyes' depicted by Sohee Ahn. ● Sohee Ahn's paintings in this exhibition fall into two divisions: those with human figures characterized by big eyes and those setting the scene using human figures along with animals, plants, and fruits. Though the eyes of Sohee Ahn may seem to be observing a person or an object from the first-person perspective, they are designed to give psychological stimuli to the viewers looking into the eyes and arouse inner feelings in them. However, it is not the case that the figures' looks or facial expressions have a powerful appeal. The eyes are big and empty, which ironically allows them to be a vessel for anything. So, the curiosity sparked by the figure's eyes triggers a chain reaction. ● The expression of an eye that can be easily read when unmasked is refracted when occluded by a glass vase with plants, which only makes the stare look even more wide-eyed [「Gaze」]. It is unclear whether unfocused eyes and a hand holding a 'soft apple' portray the expression of emotions towards the guiltless apple or show that they have spent soft time with the soft apple [「A Soft Apple」]. A figure wearing a knitted sweater that exposes her neck exudes a peculiar atmosphere with 'braid hair' wrapped around their bare neck [「Braid Hair」]. The paintings neutralize the viewers' effort to read facial cues in the depicted eyes, which causes them to actively project their own emotions onto the figures. On the other hand, the eyes of a figure with flat, tied hair flying in the wind already look as if they are the autumn landscape itself [「Autumn Wind」]. Hair dyed blue by a delicate touch of a bluebird takes after that of a fairy that sweetly drives drowsiness away [「Boy in the Morning」]. ● As for art techniques, canvas paintings and colored pencil drawings are sketched in similar forms regardless of the order of procedures. They are distinguished but intimately connected, as they demonstrate the unique textures and strokes of oil paint and colored pencils respectively. 'Wave', a series of watercolors first introduced in this exhibition, is a performative drawing that portrays an abstract landscape with a stroke of paint neatly stacked. The scenery of a silver grass field that resembles hair texture appears throughout the series as a stage for a figure, reflecting the surroundings of the artist who made her home in Jeju. But the harmony of the landscapes cannot be characterized by spatiality, temporality, or perspective. The big eyes of the figures create a surrealistic atmosphere and arouse viewers' curiosity. ● The figures in Sohee Ahn's works may strike viewers as sorrowful. However, their big eyes vividly show their aliveness; it gently brings out a sense of solidarity in viewers regarding their loneliness. The 'eyes' of Sohee Ahn constantly fill and empty themselves, testifying for all lives while remaining silent.

P.S. ● I first saw the work of Sohee Ahn in July of 2021, at her solo exhibition 『A Girl on the Staircase』held in Saetangnaum, Jeju. I stumbled upon her work in an unmanned exhibition hall, where the structure and wooden staircase of the original house were preserved, and the aura of her art kept me there for a long time. I was first mesmerized by 「Walk」, a portrayal of a back of a person walking on a hair-like carpet with her grass-like hair billowing out. It led me upstairs and a wide field of fluffy sliver grass welcomed me. I paused in front of 「Bleaching」, which depicted a figure with distinctive eyes whom I presumed to be the artist herself, and I laughed at an honest, straightforward drawing of a couple before leaving the exhibition. After arriving in Seoul, the image of the back of the figure from 「Walk」 whom I wanted to tap and acknowledge mingled with that of the unreadable face with big eyes from 「Bleaching」 kept coming back to my mind suddenly and frequently. I ended up sending a DM to the artist in Jeju. ■ Jungwon Park

 서울디자인페스티벌-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드로잉 어텐션    페이지룸8 부스 CG101- 참여작가: 안소희, 문정- 2022년 12월 20일 ~ 23일 / 서울 코엑스 C홀

 

Vol.20221214d | 안소희展 / AHNSOHEE / 安昭熙 / painting

정물 느와르 Still-life Noir

맹일선展 / MAENGILSUN / 孟一瑄 / drawing 

 

2022_0803 ▶ 2022_0828 / 월,화요일 휴관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 월,화요일 휴관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무색무취(無色無趣) 정물화 ● "정물 느와르(Still-life Noir)"는 맹일선 작가만의 목탄 드로잉 시리즈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를 돕는 전시다. 무엇보다 이번 신작에서 이전 작업과의 대비와 연결점을 목도할 수 있으며 '정물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작가만의 형상에 대한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맹일선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기초적인 그리기 도구인 종이와 막대 모양의 숯, 즉 목탄을 이용하여 기본에 충실한 그리기 행위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규정되지 않은 채 나타나는 오브제들은 정물화에 대한 관념을 비껴가는 동시에, 맹일선 작가가 시각적으로 달성해야만 하는 '대칭'에 대한 목표 또한 상징적으로 품고 있다. 『정물 느와르』에서 선보이는 오브제들의 변주는 『빙그르르르르』(2021, 페이지룸8), 『회전하는 오브제들』(2020, 킵인터치)에서 발표한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규칙성과 긴장감이 감돈다. 장식적인 디테일이 늘어나고 날선 진열대 위에 올라가 있지만 금방이라도 변형되고 화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처럼 보인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재의 드로잉 ● 맹일선 작가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목탄 드로잉을 시작했는데,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집중적으로 작업한 '초 그을음 드로잉'과 비교했을 때 '재(ash)'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개인전 『너의 밤』(2019, 오뉴월 이주헌)에서 선보인 초 그을음 드로잉은 영국 유학 시절, 뒤뜰에 터를 잡은 여우와 새끼들이 일정 기간 밤에 출몰한 모습과 수많은 비둘기가 모여 날갯짓하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포착한 것이다. 초 그을음 드로잉은 연기를 채집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이었다. 그 과정은 캔버스를 기울여 설치하고 일체 화면에는 손대지 않고 불붙은 초에서 시커멓게 기화되는 그을음을 흰 캔버스에 순식간에 받아내며 완성한다. 이후 사진 촬영을 한 후 흰 배경은 까맣게 그을음 흔적은 하얗게 반전시킨 이미지를 전시한 것이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이번 전시 『정물 느와르』에서는 100호 크기의 초 그을음 캔버스 작업 원본을 선보인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한 목탄과 비교해 볼 때, 마치 연소되고 남은 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맹일선 작가의 「The Pigeons Series_04」는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 단서가 되는 작품 1점으로서 페이지룸8 기획 '이 작품 시리즈 ' * 의 주요 작품에 해당한다. 그을음과 목탄은 맹일선 작가가 추구하는 원시적인 '검정(black)'을 표현하기에 적합했을 것이다. 초기 목탄 드로잉에서도 거울을 가운데 놓고 좌우대칭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이름 없는 오브제들이 자유로운 선으로 등장했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정물 아닌 정물화 ● 정물화는 사물을 주제로 한 회화를 일컫는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으며 세잔의 사과가 등장하는 정물화처럼 사물들의 조합에 따라 구도와 구성 원리를 찾아내는 작가의 사고방식과 당대 일상적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반면, 맹일선 작가의 정물화는 그 용도와 취향(趣向)을 알 수 없다. 이번 전시 "정물 느와르(Still-life Noir)"는 사실상 정물화에 대한 전시라기보다, 프랑스어 '느와르(noir)'가 지닌 중의적인 의미와 '정물화'를 빌어 작가가 천착하는 검은 목탄 드로잉을 소개하고 형상의 반(半)을 단서로 완성하는 대칭에 대한 결핍의 서사를 위트 있는 블랙 코미디로 치환시키고자 한 것이다.

 

맹일선_The Pigeons Series_04_캔버스에 초 그을음_101.6×152.4cm_2012

맹일선 작가의 정물은 시각이 못한 반을 촉각이 실현한다. 이 완벽해 보이는 장면은 불현듯 언젠가 해체될 것을 예고하는 복선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빙그르르르르" 회전하던 오브제들은 어느새 도는 것을 멈춘 채 질박한 표면과 무게감을 일으켜 굳건히 자리를 잡고 묘한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 박정원

 

* '이 작품 시리즈'는 기획자의 관점에서 현재 중요한 기점이 되는 작품 한 점을 선정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 보는 프로젝트이다. 2021년부터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정직성, 정고요나, 김건일, 이승현 작가가 참여한 바 있다.

 

Vol.20220803a | 맹일선展 / MAENGILSUN / 孟一瑄 / 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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