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 느와르 Still-life Noir

맹일선展 / MAENGILSUN / 孟一瑄 / drawing 

 

2022_0803 ▶ 2022_0828 / 월,화요일 휴관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 월,화요일 휴관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무색무취(無色無趣) 정물화 ● "정물 느와르(Still-life Noir)"는 맹일선 작가만의 목탄 드로잉 시리즈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를 돕는 전시다. 무엇보다 이번 신작에서 이전 작업과의 대비와 연결점을 목도할 수 있으며 '정물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작가만의 형상에 대한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맹일선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기초적인 그리기 도구인 종이와 막대 모양의 숯, 즉 목탄을 이용하여 기본에 충실한 그리기 행위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규정되지 않은 채 나타나는 오브제들은 정물화에 대한 관념을 비껴가는 동시에, 맹일선 작가가 시각적으로 달성해야만 하는 '대칭'에 대한 목표 또한 상징적으로 품고 있다. 『정물 느와르』에서 선보이는 오브제들의 변주는 『빙그르르르르』(2021, 페이지룸8), 『회전하는 오브제들』(2020, 킵인터치)에서 발표한 작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규칙성과 긴장감이 감돈다. 장식적인 디테일이 늘어나고 날선 진열대 위에 올라가 있지만 금방이라도 변형되고 화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처럼 보인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재의 드로잉 ● 맹일선 작가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목탄 드로잉을 시작했는데,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집중적으로 작업한 '초 그을음 드로잉'과 비교했을 때 '재(ash)'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개인전 『너의 밤』(2019, 오뉴월 이주헌)에서 선보인 초 그을음 드로잉은 영국 유학 시절, 뒤뜰에 터를 잡은 여우와 새끼들이 일정 기간 밤에 출몰한 모습과 수많은 비둘기가 모여 날갯짓하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포착한 것이다. 초 그을음 드로잉은 연기를 채집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이었다. 그 과정은 캔버스를 기울여 설치하고 일체 화면에는 손대지 않고 불붙은 초에서 시커멓게 기화되는 그을음을 흰 캔버스에 순식간에 받아내며 완성한다. 이후 사진 촬영을 한 후 흰 배경은 까맣게 그을음 흔적은 하얗게 반전시킨 이미지를 전시한 것이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이번 전시 『정물 느와르』에서는 100호 크기의 초 그을음 캔버스 작업 원본을 선보인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한 목탄과 비교해 볼 때, 마치 연소되고 남은 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맹일선 작가의 「The Pigeons Series_04」는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 단서가 되는 작품 1점으로서 페이지룸8 기획 '이 작품 시리즈 ' * 의 주요 작품에 해당한다. 그을음과 목탄은 맹일선 작가가 추구하는 원시적인 '검정(black)'을 표현하기에 적합했을 것이다. 초기 목탄 드로잉에서도 거울을 가운데 놓고 좌우대칭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이름 없는 오브제들이 자유로운 선으로 등장했다.

 

맹일선_정물 느와르_종이에 목탄_54.5×78.8cm_2022

정물 아닌 정물화 ● 정물화는 사물을 주제로 한 회화를 일컫는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으며 세잔의 사과가 등장하는 정물화처럼 사물들의 조합에 따라 구도와 구성 원리를 찾아내는 작가의 사고방식과 당대 일상적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반면, 맹일선 작가의 정물화는 그 용도와 취향(趣向)을 알 수 없다. 이번 전시 "정물 느와르(Still-life Noir)"는 사실상 정물화에 대한 전시라기보다, 프랑스어 '느와르(noir)'가 지닌 중의적인 의미와 '정물화'를 빌어 작가가 천착하는 검은 목탄 드로잉을 소개하고 형상의 반(半)을 단서로 완성하는 대칭에 대한 결핍의 서사를 위트 있는 블랙 코미디로 치환시키고자 한 것이다.

 

맹일선_The Pigeons Series_04_캔버스에 초 그을음_101.6×152.4cm_2012

맹일선 작가의 정물은 시각이 못한 반을 촉각이 실현한다. 이 완벽해 보이는 장면은 불현듯 언젠가 해체될 것을 예고하는 복선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빙그르르르르" 회전하던 오브제들은 어느새 도는 것을 멈춘 채 질박한 표면과 무게감을 일으켜 굳건히 자리를 잡고 묘한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 박정원

 

* '이 작품 시리즈'는 기획자의 관점에서 현재 중요한 기점이 되는 작품 한 점을 선정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 보는 프로젝트이다. 2021년부터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정직성, 정고요나, 김건일, 이승현 작가가 참여한 바 있다.

 

Vol.20220803a | 맹일선展 / MAENGILSUN / 孟一瑄 / 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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