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정오 무렵, 박노철씨의 “폐광, 그 흔적을 묻다”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류가헌‘을 찾았다.
폐탄광의 환경오염을 오년 동안 기록한 전시였는데, 여지 것 붉은색의 황변현상은 여러 차례 보아왔지만,

하얀색으로 나타나는 백화현상은 처음 보았다.

마치 물감을 뿌린 듯 아름답게 채색되어, 환경오염이 아름답게 보이는 아이러니도 엿보았다.

비록 폐광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만이 아니라 이미 환경오염은 지구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폐광의 환경오염을 안타까워하며 현장을 누비고 다닌 작가의 집념어린 노고가 사진 속에 오롯이 담겨있었다.






태백은 산업 고도화에 발맞춰 수십 년 동안 자원개발을 통해 국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었으나,

광부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주변 환경의 수질 및 토양에 심각한 오염현상을 유발하였다.

‘청정지역을 오염시키는 폐탄광 중금속 오염원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며 작가의 문제의식을 표출하기도 했다.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에 오염된 폐탄광의 폐수는 물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이 고체 상태로 석출되어

흰색으로 나타나는 백화현상과, 엽록소 생성에 필요한 원소의 결핍으로 황변화현상이 발생한다는데,

흐르는 하천만이 아니라 지하수의 오염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작가는 환경오염을 고발하거나 미화하는 작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기록했으며,

이번 사진집 출판과 사진전도 끝이 아니라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환경오염을 개선하는 학술적 자료로서의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 했다.

박노철씨를 처음 만난 지는 20여 년 전 ‘동아국제사진전’ 태백 순회전 때, 이석필씨를 통해서다.

그 뒤 정선에서도 만난 적이 있으나, 세월의 흘러 그를 잊어버렸는데, 아직도 젊은 그대로였다.

지금은 ‘사협’ 태백지부장을 맡아, 자기 작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대개 공모전 위주의 사진을 선호하는 ‘사협’회원들을 제대로 된 사진가로 여기지 않았지만,

자기만의 작업에 열성인 작가가 있다는 것도 박노철씨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미 태백에는 탄광전문 사진가가 여럿 나왔다. 오래전에 찍은 주동호, 이석필씨를 비롯하여 김재영, 박종호씨,

그리고 이번에 전시를 연 박노철씨, ‘아버지는 광부였다’로 유명세를 떨친 박병문씨,

현역광부로서 탄광을 찍고 있는 전제훈씨 등 많은 탄광 전문가를 배출했다.

오래전에는 태백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모여 탄광에 대한 기획전도 열었다는데, 그 전시도 궁금했다.

태백은 작은 소도시지만, 사진 열기만은 뜨거운 지역이다.

전시를 관람하며 반가운 분들도 만났다. 작가를 인터뷰하러 온 ‘서울문화투데이’기자 정영신씨와

대전의 김은환씨, 그리고 90년도 초반 ‘사진집단 사실’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인들도 여럿 만났다.

이석필씨와 김문호씨,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김봉규씨를 한꺼번에 만났다.


이석필씨는 그동안 찍은 수많은 필름들을 모조리 불태웠다는데, 왜 그랬을까?

그렇다고 사진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풍수지리에 관한 사진에 전념한단다.

좌우지간 그의 삶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많지만, 깨우칠 점도 많은 사람이다.

지붕 위에 깃대만 꽂으면 영락없는 도사인데, 상대방의 사주팔자까지 꽤고있다. 


다들, 흐르는 세월 따라 늙어가고 있지만, 자기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진가들이다.

늦은 오찬을 함께 하고 나오는 길에 사진가 엄상빈씨도 만나는 반가운 하루였다.






이 전시는 서울 ‘류가헌’ 전시에 이어 7월15일부터 18일까지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도 열린다.

또한 ‘눈빛출판사’에서 오늘의 다큐5집’ “폐광, 흔적에 길을 묻다” 박노철 사진집(25,000원)도 펴냈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정선 '아라리공원'에서 ‘전국5일장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에 초대된 ‘정영신의 한국의 장터’사진전을 위해 일주일 남짓 정선에서 잘 놀았다.

전시장에서 정선 지역민들도 만났지만, 먼 곳에서 찾아주신 분들도 많았다.

날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정영신씨 사진을 만나러 왔지만, 좌우지간 반갑기 그지없었다.






전시 전날부터 시작된 정선 귤암리의 술 파티가 만만찮은 앞 날을 예고했다.
최종대씨 댁에서 나병연, 송종삼 내외 가 모여 꽁치구이와 돼지고기로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단지, 동네 주민들의 갈등 현안인 물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불편하게 했지만...






기억력이 신통찮아 사진에 찍힌 모습을 돌아보며, 지난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사는 귤암리의 서덕웅씨가 급히 다녀가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해외 전통시장을 찍는 사진가 하재은씨의 방문에 이어, 문경에서 오신 이선행씨, 귤암리 최종열씨도 다녀갔다,

신승철씨는 전시가 열리는 나흘 동안 매일같이 나타나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며 전시장을 기웃거렸다.





17년 전 펴낸 ‘동강 백성들’이란 포토에세이집에 ‘법도 씹도 모르는 신승철씨’로 소개하기도 했지만,

바보처럼 착하게 사는 동네 이웃이다. 신통한 것은 글도 모르는 사람이 ‘장날’사진집을 샀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관람객에 비해 책을 사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대부분 아는 분들이 사주는 정도인데, 기초생활수급자인 신승철씨가 사진집을 샀다는 것은 분명 뉴스거리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사진집들을 보고 ‘이거 파는 책입니까?’라고 묻는다는 점이다.

여지것 각종 행사장에서 나누어 주는 무분별한 홍보물 세례에 길들어, 돈 주고 책 산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분은 책이 너무 비싸다며 항의하는 분들도 있었다. 인터넷 문화에 치어, 죽을 쓰는 책의 수모가 어디 이 뿐이겠는가?






그리고 태백의 사진가들도 여럿 다녀가셨다. 박병문씨를 비롯하여 박노철, 전제훈, 박종호씨등인데,

‘아버지는 광부였다’로 알려진 사진가 박병문씨는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이석필씨 소개로 만나게 된 박노철씨와 전제훈씨는 ‘사협’에 적을 둔 사진가였다.

쓰레기 통에서도 장미가 핀다는 말이 있듯이, 그만의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앞날이 유망한 사진가였다.

그 무더운 날 포트폴리오까지 챙겨왔었는데, 박노철씨는 오는 7월15일부터 서울 ‘류가헌’에서

‘폐광, 흔적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전시를 연다고 했다.

시뻘겋게 흘러내리는 폐광 오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미 있는 사진전이었다.





그리고 전제훈씨의 사진작업 이야기에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현역 광부로 일하며 광부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몇 장 보여준 사진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외부에서 지나치다 찍은 탄광사진과는 다른 구석이 있었다.

광맥은 물론 전 작업과정을 깨 뚫고 있기에 좀 더 전문적인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름 영월에서 열리는 ’동강사진축제‘의 강원도사진가전에 소개된다고 했는데,

광부사진에 또 하나의 자취를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두 분 다 사진을 예쁘게 찍는 성향이 있었다.

이것이 오랫동안 공모전사진에 길들어 온 폐해인데, 앞으로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이 숙제였다.






충무로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한만인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이 민, 오 환씨가 오셨고,

횡성에서 오신 사진가 구자호씨와 최정태씨는 술과 안주까지 전시장에 공수해 오셨다.

전시가 끝나는 다음 날 장터 인문학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과 횡성장으로 탐방 가는 일정이 짜여있어,

구자호 선생께 잘하는 식당을 추천해 달랬는데, ‘마옥 원조 막국수’라는 좋은 밥집을 소개해 주었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하나같이 맛있게 먹었다며 고마워했다는 것이다.


덕산 터에 ‘숲속책방’을 차린 소설가 강기희씨와 동화작가 유진아씨,

그리고 안용현씨가 찾아주어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옮겨가며 마셨다.

‘술의 인문학’ 강사로서 더 잘 알려진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전상현씨의 배려 하에 모두 거나하게 마셨다.







전정환 정선군수를 비롯하여 신주호 부군수, 김수복 자치행정과장, 유홍균 지역경제 팀장,

'전국 오일장 박람회' 행사를 기획한 노현숙씨 등 주최 측 인사들도 여러 분 다녀가셨다. 

뒤늦게 나타난 귤암리의 최영규씨는 전시장으로 술과 안주를 배달시켜 전시장을 주막으로 만들었다.

MBC 황지웅 PD와 화암면에서 G갤러리를 운영하는 화가 김형구씨 내외도 다녀갔고,

전시가 끝 날 무렵에는 사진가 곽명우씨가 나타나 전시철수를 도와주기도 했다.




다들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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