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천리 물길 따라 아리랑의 흔적을 더듬는 우리 시대 최고의 소리여행 ‘아리랑로드’가 마무리되는 날이다.

풍물단과 소리꾼으로 구성된 순례단 100여명이 정선 아우라지를 출발한 2박3일의 긴 여정을 끝내고, 오후5시 무렵 경복궁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일행들을 맞을 작정으로 경복궁으로 향했는데, 이미 도착 공연까지 모두 끝나버렸다. 아마 물살이 좋아 배가 예정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던가보다. 몇몇 사람들만 남아 몇 일만에 재회한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고, 진옥섭 감독이 그의 아내를 만나 반가워하는 모습이 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옛날 뗏꾼들 같으면 반가워도 이렇게 솔직한 애정표현은 못하고, “밥 먹게, 빨리 씻고 방에 들어가유~”라고 은근슬쩍 말했을 거다.

 

“저분이 우리 결혼식 때 사진작품 선물했잖아”라는 진옥섭씨의 소개말에 함박웃음으로 맞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떠날 채비를 하는 진옥섭 감독에게 이번 소리여행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이 땅의 등골에서 우러난 노래였다”고 잘라 말한다.
“짙푸른 청룡 꿈을 꾸나니, 어화청춘 벗이여 가자스라”란 그의 카피가 머리에 떠오른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물길은 ‘목계나루’라고도 말했다.

 

 

 

 

 

 

 

취재원을 모두 놓친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버렸다.
마침 그 날은 무세중선생의 난장굿 ‘지랄발광’이 막을 내리는 날이라 인사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말의 번잡한 인사동거리를 헤집고 간 공연장도 이미 파장이었다.
관객들로 가득 메운 좁은 공연장에서 무세중선생의 뒷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곳에서 연극연출가 김혜련씨와 안성으로 이사 간 사진가 문순우씨를 만났다.

친구 문순우씨도 흐르는 세월은 말릴 수 없는지 나처럼 늙어가고 있었다.
술 집 찾아 가던 ‘나무갤러리’ 앞에서 서양화가 장경호씨도 만났다.

‘국토 유토피아니즘’ 목판화전을 열고 있는 판화가 김억씨를 비롯하여 서양화가 박불똥,

문승영씨와 어울려 ‘푸른별’주막에서 막걸리 한 잔 했다.

그날의 술 안주로 3년전 세상을 떠난 사진가 김영수씨가 올랐다.

모두 절친했지만, 서로 마음을 다쳐 한동안 등을 돌리고 살았기에 김영수씨에 대한 연민의 정이 누구보다 깊었을 것이다.

49제때 마음의 짐은 풀었다지만...

 

‘아리랑가든’에 계시는 무세중선생을 뵙기 위해 먼저 일어나야 했다.

가는 길에 잠시들린 '유목민'에서 최혁배 변호사 내외를 만났는데, 그 자리에 '푸른별'주막에서 사라졌던 장경호씨가 있었다.

 

 

 

 

 

 

 

 

 

 

공연 팀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무세중선생은 관객들의 호응에 고양되어서인지, 표정이 밝아보였다.

그러나 술기운에 마음이 약해졌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스스로의 삶을 뒤 돌아본다면 어찌 눈물이 없겠는가?

이제 그 힘든 작업일랑 아내와 제자들에게 모두 넘기고 편안한 여생을 지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지만,

무선생 기질로 보아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다.

무선생의 그 사그라들지 않는 뜨거운 예술혼을 위해 다 같이 술잔을 들었다.

 

 

 

 

 

 

 

 

 






 

                                                                                                         문순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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