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신처럼 사진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카메라가 ‘라이카’다.

라이카를 선물 받아 감격한지가 엊그젠데, 실망의 연속이다.
지난 번 ‘스페이스 22’의 임재천씨 전시와 ‘브레송’의 문진우씨 전시 오프닝에서 사용했으나,

사진을 몇 장 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레쉬를 터트린 사진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고,

그 외의 사진도 노출부족으로 화면이 대부분 어두웠다.
반평생 사진을 찍어 왔지만, 이렇게 일을 망친 적은 별로 없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매뉴얼을 자세히 읽었으나, 뭐가 잘 못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프로그램을 다시 깔아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라이카 V-Lux’는 2010만 화소에다. 감도가 12,800이라 어두운 실내에서도 다 찍을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3cm 거리에서 접사가 가능하고 광각25미리에서 망원400미리까지 되는 줌렌즈가 고정된 카메라로 못 찍을게 없었다.

너무 꿈같은 기능에 장난감 같은 느낌이 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예전의 Nikon COOLPIX P310을 다시 사용했다.
다들 라이카를 왜 쓰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이 카메라가 더 가볍고 편하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다 어저께 황규태 선생으로부터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는 전화를 받아 라이카를 다시 가져 나갔다.

인사동은 실외라 괜찮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시험할 속셈도 있었다.









약속한 ‘한일관’에는 원로사진가 황규태선생을 비롯하여 강운구, 한정식선생도 계셨다.

냉면에다 소주까지 한 잔 하고, 모처럼 세 분이 함께한 자리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초점 맞추느라 렌즈가 왔다 갔다 했지만, 잘 찍혀 주었다. 되돌려 확인해 보았으나, 이상 없는 것 같았다.






커피까지 마시고 헤어진 후, 다시 인사동을 찍기 시작했다.

아내의 전시가 예정된 ‘아라아트’에서 공윤희씨와 울산의 오세필씨를 만나 찍기도 했다.

사진을 잔뜩 찍어 와서 컴퓨터에 옮겨보니, 움직이는 사람은 모두 이중으로 겹쳐 있었다.

촬영 나갈 때 돋보기를 가져가지 못한 게 후회막급이었다.








얼마 전에는 니콘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어느 페친은 “역시 라이카는 색감이 다르다”는 댓글을 올렸더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명품명품 노래를 부르지만, 사진인들도 라이카라는 명품에 자유롭지 못하다.







갑자기 우스게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에는 대부분 한 식구가 한 방에서 비좁게 살았다.

자식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두 내외가 사랑놀음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좀 다르게 하느라 벽치기를 시작했단다.

그러자 벽의 울림에 선반에 올려 둔 소쿠리가 갑자기 떨어져 잠자던 아들놈 머리 박에 쿵 떨어졌다고 한다.


자는 척 하던 아들 놈, 왈! “에이! 평소 하던 대로 하지...”


사진, 글 / 조문호













오늘 큰 횡재했다.
내 평생 처음으로 ‘라이카’란 카메라를 만지게 되었다.
글로벌시장을 찍는 고향 후배 하재은박사가 카메라를 보내 온 것이다. 조그만 콤펙트로 찍는 것이 마음이 걸렸다며,

자기가 쓰던 LEICA V-LUX를 아내 편으로 보내왔다.


그렇잖아도 사용하던 Nikon COOLPIX P310가 맛이 가, 후레쉬도 터지지 않고 초점이 불투명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환상의 카메라를 갖게 된 것이다. 술집을 돌아다니며 찍는 나로서 과분한 카메라였다.

어두운 곳에서 초점이 짝짝 들어맞으며, 400미리 줌까지 달려있으니 날아가는 새 거시기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망원렌즈 기능은 내게 필요가 없다. ...


다행스럽게 요즈음은 전당포가 없으니 잡혀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여지것 카메라는 소모품에 불과하니 편하고 싼 카메라가 좋다고 나발 불어재겼는데,

그런 말 할 자격조차 사라져 갑자기 부르조아가 된 기분이다.

술과 함께 놀아야하는 카메라라 “개 발에 닭 알”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고맙게 잘 쓸게요. 그렇다고 기록이 예술로 둔갑하진 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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