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을 사랑하신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께서 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일 년이 넘었다.


생전의 심우성선생 모습


심우성선생을 추모하는 2019 돌모루유랑예인축제가 지난 16일부터 이틀 간에 걸쳐 ‘공주민속극박물관’에서 열렸다.

심우성 선생의 발자취를 담은 ‘일인극 배우 심우성 아리랑’이 발간되었고,

당시 사진과 저서, 육필 원고 등을 돌아 볼 수 있는 ‘심우성의 1인극 인생’ 자료 전시도 있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정영신씨와 심우성선생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공주로 떠났다.

고속도로가 밀려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는데,

'공주농악보존회'의 풍물놀이가 민속극박물관 야외 놀이마당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생각 외로 참석한 관객이 적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연극배우 최일순씨 뿐이었다.

그 많은 선생의 제자와 가까웠던 인사동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더 아쉬운 것은 추모제가 열리는 어디에도 심우성선생을 그리며 추모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모든 게 낯설었고, 심지어 포스터에 실린 사진마저 젊은 시절 모습이라 다른 사람 같았다.




'공주농악'에 이어 유랑음악가 오트곤바타르가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을 연주하였고,

저글링 코리아의 재주 부리는 보부상 묘기도 펼쳐졌다.

공연장에서 펼쳐진 논두렁 밭두렁의 ‘동학이야기’가 그나마 선생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심우성선생께서 살아 생전 애써 건립한 ‘공주민속극박물관’을 두고

인사동 여관에서 체류하며 떠돌았던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심우성선생은 인사동을 지극히 사랑하신 분이다.

한 때는 인사동 벽치기 골목 초입에 있는 '푸른별이야기' 구석방을 집필실로 삼아

식사는 '화목식당' 식권으로 해결하고, 잠은 신궁장여관에서 주무셨는데,

아마 그 때가 선생께서 가장 행복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춤꾼 이애주선생이 나타났는데, 다음 날 공연되는 ‘극단서낭당’(이애주, 최일순, 이재선)의

‘넋전 아리랑’에 출연하기 위해 오신 것 같았다.

그 공연은 보고 싶었지만, 하루 더 머물 형편이 아니라 아쉽게 돌아왔다.

사진, 글 / 조문호



























































견우직녀가 까마귀를 타고 만난다는 칠월칠석날을 맞아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씻김굿 ‘넋전 아리랑’이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민속학자이며 일인극 배우인 심우성선생과 승무예능보유자인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 본 ‘넋전 아리랑’을 무대에 올린 '극단 서낭당' 대표이며 연극배우인 최일순씨가 함께 섰다.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전통의례 의식인 “넋전 아리랑’은  산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해원의 장이며, 무수히 희생된 무고한 영혼들께 헌정하는 진혼과 씻김의 장“이라는 연출자 최강지씨의 말이다.
“좌초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한스러운 세태에 분노합니다. 그 가여운 영혼들이 못 다한 노래를 칠월칠석날을 맞아 만남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해 ‘넋전 아리랑’을 마련했지요”

불편한 몸으로 무대에 올라 제단에서 넋들을 진혼하는 심우성선생의 모습이나 온몸을 떨며 절규하는 연극배우 최일순씨의 연기, 그리고 살풀이춤을 넋전에 결합한 이애주씨의 농익은 몸짓에는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마 이보다 더 처절한 몸짓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오늘의 상황에 맞물려서인지 그 몸짓들이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의 춤은 단순한 표현 양식이 아니라 몸에서 저절로 배여 나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버들가지에 몰 오르듯, 흐르는 물이 맞부딪히듯, 몸의 내면으로 솟구치는 것”이라고 이애주씨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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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자이자 1인극 배우 심우성이 오는 2일 ‘넋전 아리랑’ 무대에 올릴 넋전 춤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극단 서낭당 제공


팔순 민속학자·1인극 배우 심우성
“넋 위안하고 넋전춤도 되살리려”
이애주는 넋전·살풀이 결합한 춤
새달 2~4일 서울 조계사 공연장


팔순의 민속학자이자 1인극 배우 심우성은 ‘애기들’의 죽음 때문에 가슴이 아려온다. 신문에 실린 세월호 희생자들의 모습과 사연도 꼬박꼬박 스크랩한다. 그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 ‘애기들’의 넋을 달래는 ‘넋전 춤’을 준비중이다.


“50여년 전까지는 무당집이나 절집에서 종이로 죽은 이의 넋을 만들어 ‘넋전’(종이인형)이라고 했어요. 대나무 가지에 그것을 두세 개 걸어 두 손에 들고 ‘넋전 춤’을 췄지요. 지금은 절집에선 아예 사라지고 무당집에서도 몇 군데만 남아 있습니다.” 심우성(80·우리문화연구소장)은 “우리 연극유산 중에서도 아주 소중한 분야입니다. 이번에 ‘애기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넋을 위안하고 사라져가는 넋전을 되살려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심우성은 직접 오려 만든 넋전을 들고 춤을 추다가 이애주(67) 앞에서 넘어질 생각이다. “이애주 선생, 이 넋을 받으십시오”라는 뜻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이애주는 “인형이 넘어진다는 건 세월호 아이들을 비롯해 모든 참사의 넋들을 되살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5일 심우성과 이애주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칠월칠석인 8월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펼쳐질 ‘넋전 아리랑’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심우성은 <한겨레>에 연재중인 ‘잊지 않겠습니다’를 오려 둔 스크랩북을 보여줬다. 이 연재는 박재동 화백이 세월호 희생자의 생전 모습을 그리고, 가족들이 그들을 기리는 내용이다. 심우성은 기사들을 틈틈이 꺼내볼 때마다,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어린 넋들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번 무대에서는 남과 북이 만나는 ‘통일 아리랑’도 함께 그려낼 요량이다. “죽은 애기들과 산 자들이 만나는 것도 통일, 갈라진 민족이 만나는 것도 통일입니다. 우리 넋전 아리랑도 통일을 향해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잡귀·잡신 같은 외세’를 말끔히 없애야 한다고 했다.


‘넋전 아리랑’을 연출하면서 직접 무대에도 오르는 최일순(48) 극단 서낭당 대표는 ‘넋전 아리랑’의 얼개를 설명했다. “이번 넋전 아리랑 공연은 네 마당으로 나뉩니다. 먼저 심 선생님이 쓴 내용대로 한반도 상황을 70년 전 둘로 갈라진 분단에서부터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사건까지 정리합니다. 그리고 제단을 차리고 망자들을 수습하고 염습한 뒤 넋들을 진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심우성은 틀에 짜맞춘 ‘넋전 춤’을 경계했다. “그게 생각한 대로 될지는 그때 가봐야 압니다. 다만, 지금 난리가 난 상황을 정직하고 올바르게 한바탕 판으로 열어보자는 거지요.”


이애주는 살풀이춤을 넋전과 결합할 생각이다. “살풀이는 춤도 되지만 음악도 되고, 우리의 민족성인 거죠. 일어났다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게 살풀이거든요.”


심우성과 이애주의 인연은 깊고 길다. 1960년대 초 심우성은 이애주의 스승인 승무 인간문화재 한영숙(1920~1989)과 함께 국악예술학교 교단에 섰다. 1960대 말 한영숙이 애제자 이애주를 심우성에게 소개했다. 그 뒤 심우성과 이애주는 1970년대에 춤사위 조사작업을 함께했다. 그리고 ‘넋전 춤’을 이애주가 이어받게 됐다. 스승 한영숙이 일찌감치 ‘이애주가 심우성의 제자가 되는 인연’을 심어준 듯하다. “넋전 아리랑을 함께한다는 것은 심 선생님이 일생 일구신 것을 이어받는 의미다.” ‘제자’ 이애주가 말했다. “넋전 춤에서 ‘마음’을 가지고 이어받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애주씨가 그런 마음을 가진 듯하니 기분이 좋아요.” ‘스승’ 심우성이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에서 사라져가는 넋전이 일본에서 많이 보급됐다는 점이다. 심우성은 “내가 일본에서 넋전 춤을 많이 췄거든요. 도쿄, 고베, 오사카 등이었는데 총련 사람들이 많이 배워갔어요. 요즘도 많이 한답니다”라고 했다. 010-3204-309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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