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가객 최백호의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마음의 숲에서 출간되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출판된지 한 달도 되지않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최백호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마음의 숲/ 240면 / 가격17,000원

지난 달 초에 발간된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는 그가 써온 노래가사처럼 깊은 우수와 사유,

삶에 대한 통찰이 오롯이 담겨있다.

 

산문집에는 최백호가 가수가 된 우여곡절과 가수로서 진정성을 잃지 않고 살아 온 진득한 이야기,

노래에 얽힌 사연, 그리고 깊은 울림을 주는 삶의 잠언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60세가 넘어 그리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던 그림 30점도 수록되어

산문집의 볼거리를 더해주는데, 그림에 이어 글 솜씨도 보통은 아니었다.

하기야! 그가 쓴 시 같은 노래가사들을 보면 일찍부터 노래하는 시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수이며 시인이고, 시인이며 화가인 최백호는 이 시대의 진정한 풍류객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4일 오후 4시에는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최백호의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북 콘서트가 열렸다.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은 350석 규모지만 코로나 방역으로175명만 입장할 수 있는데다,

책은 이미 구해 읽은 터라 북 콘서트는 가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뜻밖의 이변이 생겨버렸다.

 

필자가 포스팅한 북 리뷰를 본 울산의 오세필씨가 사발통문을 돌려버렸다.

그 덕에 김명성씨가 좌석을 확보하여 인사동 지인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이십여 명이나 추가로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객석의 반만 예약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 날 오후 3시 무렵, 정영신씨와 인사동부터 들려 갤러리인덱스에서 열리는

) 김기찬선생의 어게인 골목안 풍경 속으로사진전을 관람했는데,

사진전 역시 모처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좋은 사진이었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역술인 신단수씨를 만나 그날 일진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북콘서트가 열리는 대산홀 입구에는 신단수씨의 친형인 김명성씨가 구입한 책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객석에는 오세필, 임태종, 정기범, 이정숙씨등 반가운 분도 여럿 보였다.

 

오후4시부터 시작된 북 콘서트는 최백호의 주옥같은 노래와 함께

가을 낙엽처럼 구수한 이야기들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께서 태어난 지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자신을 보러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누님으로부터 너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원망과 더불어

공부가 하기싫어 방황했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가슴에 맺힌 상처까지 다 털어놓아

그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별도의 사회 없이 혼자서 1시간 30분 동안 끌어가는 북 콘서트 진행 솜씨도 보통은 아니었다.

 SBS 라디오에서 '최백호의 낭만시대'14년 동안 끌어 온 경험이 뒷받침 되지 않았나 싶다.

 

그 날 부른 노래는 부산에 가면을 비롯한 애창곡을 일곱 곡이나 불렀는데,

우수에 젖은 그의 노래는 흩어지는 낙엽처럼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지금은 별이 되어버린 친구 홍수진 시인을 생각하며 가사를 쓴

영일만 친구에서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다.

마지막 구절인 친구를 부르는 대목은 절규처럼 가슴에 내려 꽂혔다.

 

3월 말에는 부산에서 최백호의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북 콘서트가 열린다니,

부산에 계신 분들은 잊지 말고 좋은 시간 만들길 바란다.

 

'인사동 사람들'은 북 콘서트가 끝난 후 미리 예약해 둔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 유쾌한 만찬의 시간도 가졌다.

그러나 김명성씨가 마지막 기념사진 찍으며 뱉은 농담 한마디는 영원히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가 되고 말았다.

 

사진, / 조문호

 

정영신 사진
정영신사진
정영신사진

  

최백호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 마음의 숲 / 240면 / 17,000원

낭만가객 최백호의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마음의 숲에서 출간되었다.

가수에서 화가로, 화가에서 문필가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전방위 예술가로 거듭나고 있다.

 

인사동 공화랑/ 쵀백호개인전에서 2008.5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그의 소식은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산문집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서둘러 구해 보았다.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이어 맛깔 나는 글 솜씨 또한 일품이었다. 그의 노래 가사처럼 깊은 사유와 삶에 대한 통찰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가수로서 진정성을 잃지 않고 살아 온 이야기와 노래에 얽힌 사연, 그리고 속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생의 잠언들은 최백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환갑이 되어 그리기 시작해 여러 차례 전시 해 온 그림 삼십여 점도 볼거리를 더해준다.

 

인사동 '경복궁'에서 '인사동사람들'모임에서 / 2018.8

, 최백호를 추남(秋男)으로 부른다.

며칠 전에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의 노래 부산에 가면을 들었는데, 쪽팔리게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마치 낙엽이 흩어질 듯한 우수에 젖은 목소리가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만난 지가 몇 년은 족히 된 것 같아 모처럼 그에게 문자메시지로 편지를  보냈다. 평소 어눌한 말버릇으로 소통이 잘 안되는데다, 이젠 귀도 어둡고 발음까지 분명치 않아, 전화는 잘 걸지도 받지도 않는다. 마침 '스마트협동조합' 일로 상의할 것도 있어 장문의 편지를 쓴 것이다.

 

정동 이화아트갤러리 / 장사익글씨전에서 2019.5

그를 알게 된지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10여년 전 정영신씨와 내가 인사동에서 '아트온'이란 사진출력소를 차린 적이 있었다. 그 때 김명성시인과 뜻을 모아 '앱숀' 출력기를 사라며, 천 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준적이 있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세월은 아름다운 시간도 있었지만,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시간도 많았다. 그는 부끄러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끄러움도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용감한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볼이 빨개진 모습.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어른인 우리도 배워야 한다. 그래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인사동 '툇마루'에서 김명성, 오세필씨와 함께 / 2018. 7

산문집에 실린 글들은 떠나보낸 세월 속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환되고 있었다. “노래 속에 나오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은 부산 동래시장 근처 수안파출소 부근의 어느 허름한 다방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길을 걷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에이스 캐논의 색소폰 연주곡인 로우라가 흘러나와 그 자리에서 스무 번을 넘게 들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을 더듬어 만든 노래다

 

마포 '뮤지스땅스' 개막식에서 / 2014.12

노래에 대한 투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여든이 되어도 나는 입영전야를 부를 수 있다. 젊은 시절에 한 호흡으로 부르던 대목을 두세 호흡으로 나눠 부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든에는 여든의 호흡으로 아흔에는 숨이 좀 가파르겠지만 충분히 노래할 수 있다.”  그렇다. 그는 부지런하고 최선을 다하는 친구다. 책 속에 이런 대목도 나온다. “나보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드물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새벽 6시 반쯤 일어나 두세 시간씩 노래 부르고 그림을 그린다. SBS 라디오'최백호의 낭만시대'14년째 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일에 타협은 필요 없다.”

 

인사동 덕원갤러리의 정영신 '장날' 전에서 / 2016.8

그리고 사회를 향한 질책도 빠지지 않았다.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카메라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 어른에게 심한 욕설을 해대는 젊은이, 더욱 거칠어진 폭력범, 갑 질하는 부자들의 뻔뻔스러움 등은 씁쓸하면서도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

이외에도 스스로 간이 작았다며 무대에서 손을 올리기까지 한없이 힘들었다는 이야기, 할 말은 하는 그의 성격 덕에(?) 일어났던 방송국 에피소드, 70년대 해외 공연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 박자가 틀리고 부를 때마다 노래가 다르다고 후배들에게 핀잔 듣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표절에 대해 남긴 글에서는 정의로운 의지를, 교편 잡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압구정 '장천아트홀'에서,, 옆은 오세필씨와 필자 / 2014,8, 정영신사진

이 책의 매력은 결코 최백호의 진정성 있는 고백이었다.

어떤 일을 하던 그가 주목하는 지점은 진정성이다. 고독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서지 않고 돋보이려 하지 않는 것. 그 고독을 견디는 힘이 최백호의 음악과 그림 그리고 지금의 글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중력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겨 독자들로 부터 사랑받게 된 좋은 책이다. 나 온지 며칠 되지않았으나 벌써 베스트셀러다.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효교' 교주로 등극 / 2014.8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독이다. 그것은 내가 노래와 그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언제나 가장 소중한 친구다. 고독에서 사유의 힘이 오고 혼자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이 온다. 진정한 고독은 따뜻한 위로를 준다.”

 

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더 사랑한다. 세상을 삼 킬 듯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피둥피둥한 아침 햇살 의 욕망스런 모습보다, 온몸을 불태워 최선을 다한 장엄한 황혼의 그 처절한 모습에 감동 받는다.”

사진, 글 / 조문호

 

오는 3월4일 교보문고(23층대산)에서 최백호 북콘서트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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