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도 많고, 찍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정선에서 돌아 와서 부터 맥을 못 추며 빌빌거린다.
틈만 나면 눕고 싶고, 자고 싶다. 할 일은 많은데...
몸을 막 굴린 후유증 인지, 갈 때가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집에 자빠져 있을 수만 없어, 지난 17일 오후 늦게 인사동에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그렇고 그런 인사동이었지만,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걸인노파와 거리를 안방삼아 누운 젊은이였다.

궁상스럽게 쪼그리고 않은 노파야 흔히 봐 온 모습이지만, 젊은이는 생소했다.
누워 그림을 끄적거리다, 술 한 잔 들이키며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세상살이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아마 골방에서 뒹굴기엔 사람이 그리웠던가보다.

하기야! 인사동 나온 내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았다.
나 역시 사람이 그리워, 힘든 육신 끌고 나왔지 않은가?

마동욱씨 사진전이 열리는 ‘토포하우스’에 갔더니, 마문호씨가 와 있었다.
그는 러시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며, 서둘러 일어섰다.
좀 있으니, '가을동화' 찍은 김병천 감독도 나타났다.

요즘은 영화 찍지 않고, 배역 맡으려, 연기 수업한다고 했다.

마동욱씨로 부터 주동현, 임주묵씨를 소개받아, 저녁식사 하러 갔다.
‘툇마루’엔 자리가 없어 ‘포도나무집’으로 갔는데,
한 때 김병천감독의 회사 동료였던 KBS PD 이자성씨도 찾아왔다.
현장에 뛰어 다닐 때는 친구들과 식사 한 끼 할 시간도 없었지만,

요즘은 사내근무라 좀 한가하단다. 

마동욱씨는 이번 전시에 2천 만 원을 들였지만, 아직 4백 만원 밖에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았다. 돈을 쓰면 결국은 돌아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마동욱씨의 세상사는 방법을 배웠지만, 난 너무 늦은 것 같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기가 올랐다.

모두들 헤어졌다. ‘유목민’ 골목을 들어서니, 젊은이들이 와글와글 했다.
자리가 없어 ‘유담커피집’에 앉은 유진오씨와 냉커피로 속을 풀었다.
전활철씨와 이상영씨도 있었으나, 기력이 딸려 줄행랑쳐야 했다.
할 일은 많은데, 걱정이 태산같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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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왈츠,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 계절성 제목의 드라마를 찍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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