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무렵, 인사동에 있는 '통인가게' 회장실을 급습했다.
그 곳에는 김완규회장과 인사동 '회환은행'의 박연파 지점장, 윤혜헌 팀장이 앉아 와인을 마시며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카메라맨의 횡포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진 것이다.

술 냄새를 맡고 간 건 아니지만, 뜻밖에 만난 미모의 행원들과 어울려 술도 한 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에는 보지 못했던 흑백사진 한 장이 회장실 벽면에 걸려 있었다.
자세히 보았더니, 사 오십년 전에 찍은 인사동거리의 스냅사진이었다.

출처를 물었더니 일본 사진작가가 북스갤러리에서 전시할 때, 구입했다는 것이다.
그 사진에는 지금의 '통인가게'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 있던 가게와 집이 나와 있었고,
입구에는 통인가게 설립자이고 김완규씨 부친이신 김정환선생 모습도 보였다.

몇 년 전 백 만원에 구입했다지만, 본인으로서는 가보나 다름없는 소중한 사진이었다.
다시 한 번 다큐멘터리사진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그러한 사진들은 된장이나 와인처럼 숙성시켜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김완규회장으로부터 사진이 찍힌 내막까지 들었다.
청년시절이었던 당시에 부친이 급히 불러 나갔더니,
"완규야! 왠 사람들이 우리 집을 찍는데, 왜 찍는 거지?"라며 묻더라는 것이다.
별일 아니라고 넘겼던 당시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골동품 장사가 잘되어, 온 집안이 골동품으로 넘쳐났다고 했다.
모두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기에, 집안의 중요한 가구나 골동품들을 모두 내다 팔던 때였다.

그 골동품의 대부분이 외국 사람들이나, 돈 있는 지식인들에게 팔렸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은 물자가 흔하여, 집안에 각종 집기들이 넘쳐나 왠만한 것들은 모두 내다버리는 실정에 있다.

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물론, 특히 하잘 것 없는 기념사진이라도

오래된 사진이나 편지들은 절대 버리지 말고 잘 간수하시길 부탁드린다.

사진,글/ 조문호

 

 

 

 




2002년도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루사는 곳곳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이 사진들은 강원도 왕산조각공원 주변의 피해 현장들인데, 도로가 끊겨 헬기로 비상물품들을 날라 주기도 했다.

태풍 피해로 비스듬이 누운 조각공원 건물 안에서 사진전을 열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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