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번은 가야 할 길이지만, 한평생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혼자 살다 고통스럽게 돌아가셔서 더 가슴 아프다.

 

지난 달에는 동자동 공원 지킴이처럼, 오랜 세월 주변 청소를 하며

사신 황옥선(83세)씨가 세상을 떠나 놀라게 하더니,

며칠 전에는 ‘사랑방마을협동회’ 이사장인 김정호(62세)씨가 황옥선씨 뒤를 이었다.

 

돌아가신 김정호이사장은 빈민의 자립을 위해 싸운 전사였다.

두 분 모두 약방의 감초처럼 동자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분들인데,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세상을 떠나, 삶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황옥선씨는 연세라도 많지만, 김정호씨는 앞으로 할 일이 많은 분이라 더 안타깝다.

한 달 전에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촉구하는 '주거권 행진’ 기자회견 전에 만나지 않았던가?

주거권 행진 출발에 앞서 편치 않은 몸으로 새꿈공원까지 나와,

기자회견과 거리 행진을 잘하라며 주민들을 격려했다.

 

황옥선씨가 돌아가신 줄은 알았지만, 김정호씨가 돌아가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13일 우연히 사랑방 앞을 지나치는데, '謹弔'라는 글이 문 앞에 붙어있었다.

사랑방 사무실에 김정호씨 빈소가 마련되어 깜짝 놀란 것이다.

 

빈소에는 호상인 김호태씨와 선동수 간사장, 정대철이사 등 몇몇 분이 지켰는데, 영문도 모른체 문상했다.

지난 6월 10일 새벽 무렵 폐암으로 돌아가셨으나, 아직 연고자를 못 찾아 장례 날도 못 잡고 있었다.

 

대신 황옥선씨 장례는 연고자를 기다리는 시한인 30일이 지나,

6월 14일 오전 10시 무렵, 벽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했다.

 

동자동에서 오전 9시 직전에 출발한 승합차에 선동수간사장을 비롯하여

조인형, 정대철, 박희봉, 김영국, 정재은씨 등 아홉 명이 갔다.

 

 

화장에 앞서 백제 서울시립승화원에 마련된

‘그리다’ 추모 공간에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간단한 장례를 치루었다.

 

공영장례장인 ‘그리다’는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빈민들을 위해 박원순 시장 때 마련했던 고마운 자리다.

 

추모 공간에는 황옥선씨와 노병천씨, 두 분의 위패가 안치되었다.

노병천씨는 영정사진도 없는 데다, 실무자 뿐인 것으로 보아 노숙한 분 같았다.

 

동자동 추모객 중 정재은씨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장 절절한 것 같았다.

누구보다 황옥선씨와 쌓은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차례대로 술잔을 올린 후 먼 길 떠나는 고인을 배웅했다.

살아남은 자는 슬프지만, 세상을 떠난 자는 편할 것 같다.

부디 편히 잠드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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