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방 an open room

권인경/ KWONINKYUNG / 權仁卿 / painting 

2023_1027 2023_1225

권인경 _ 열린 창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 아크릴채색 _135X197cm_2023

 

권인경 홈페이지_www.inkyungkwon.com

페이스북_www.facebook.com/inkyung.kwon.5

인스타그램_@artist_inkyung

 

초대일시 / 2023_102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엠보이드 5,6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열린 방 이번 전시에서 권인경은 방이라는 공간에 집중한다. 방은 개인의 연장, 또는 확장으로 간주된다.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말했을 때, 그곳은 자폐적인 공간이기보다는 세계로 열린 일종의 플랫폼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예술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다는 것은 그 전에 닫힘을 전제한다. 자기가 없다면 그저 세계에 흡수될 것이고, 자기만 있다면 세계는 그저 자신을 비추는 거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두 극단은 모두 문제적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세포막의 차원에서부터 닫힘과 열림이 유동적이다. 그래야 그가 던져진 세계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 '개인의 방'은 심리적인 차원이 강조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대해 '각 인간들의 최소 안식 공간인 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심리적 상황, 떠오르는 상념들, 수집하는 대상들'을 다룬다고 밝힌다. 자기만의 공간에 갇혀있는 지인에서 출발했지만, 이러한 난관은 정도의 차이일 뿐 현대인이 겪고 있는 보편적 상황이다, 같은 외부 풍경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개인이 있으며, 작품에서는 그런 개인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위치에 있는 개인의 관점이 평등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원근법적 세계는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강력한 지배적 관점이 고정되는 것이 문제다. 장기적으로 고정된 체계는 궁극적으로는 변화하지만, 개인의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 문제다. 권인경의 작품이 다소간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시점을 운용하는 것은 지배적 관점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다. 장면 또는 풍경은 건축적 구조를 따라 펼쳐지지만, 그 구조들이 실제 건축처럼 합리적이지는 않다. 공간 사이에 언제든 새로운 공간이 끼어들 수 있고 또 사라질 수 있다. 한 화면에 많은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촘촘하게 구획된 구조다. 합리적 공간의 선형적 이동에 따른 단일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다성(多聲)적으로 들려온다. 현대인에게 분리된 독립 공간은 누구나 원하는 물리적, 심리적 자원이다.

 

권인경_너의 마음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136X176cm_2023
권인경_홀로 앉은 기억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136X176cm_2023
권인경_서로 다른 기억들1_한지에 수묵,아크릴채색_194X130cm_2023
권인경_떠오른 기억들4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72X140cm_2023
권인경_떠오른 기억들1_옻칠지에 수묵,꼴라쥬,아크릴채색_53X73cm_2023
권인경 _ 떠오른 기억들2_ 한지에 고서 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47.5X79cm_2023
권인경 _ 떠오른 기억들3_ 옻칠지에 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47X90cm_2023

방 안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외부적 사회관계로부터 탈주하는 안도감을 느낀다. 밖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 선택이지 강제가 아니다.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의 풍경들은 사람의 흔적을 보여준다. 심리적 공간이라고 해서 '단순한 흔적'이어선 안되고 '기록으로 서로 다른 그곳들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것은 개인의 기억이 스며있는 현대적인 사물 뿐 아니라, 고서를 꼴라주하는 형식에서 나타난다. 기억은 현재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을 넘나든다. 작품 속 가구나 건축적 구조 등에 주로 꼴라주된 고서는 '말이 내뱉어진 순간'을 고착하는 것이며, '언어가 삶에 묻어'있음을 강조한다. 고서에 적힌 언어라서 고풍스럽지만, 그 또한 지금의 상용어처럼 한 시대의 지배적 언어였을 것이며, 주체를 구성했을 것이다. 인류학이나 언어학이 밝힌 바에 의하면. 그 사회의 지배적 언어를 통해서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대상/기호, 기표/기의가 분리되는 언어 자체의 분열적 조건에 당면한다. '환자'는 이 조건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 일 따름이다. 속해야 하지만, 완전히 속하기 싫은 애증에 찬 구조이다. 정신분석학을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구조적 이론에 저항하는 저자 펠릭스 가타리의 저서 [카오스모제]에 의하면, 상징적 질서는 결정론적인 납 망토처럼 죽음의 운명처럼 무형적 세계를 짓누른다. 그에 의하면 말(발화)은 법의 차원, 즉 사실, 동작, 감정의 통제 차원에 고정된 문자적인 기호학의 지배 아래 통용될 때 공허해진다. 가타리는 정신분석학을 염두에 둔다. 마단 사럽이 해석하는 라깡의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상징계를 통해 주체가 구성되므로, 주체가 태어나기도 전에 담론에 의해 그에게 할당되는 장소가 있다. 상징계가 자율적인 구조가 될 때 인간의 자리는 과연 있을 것인가. 이러한 결정론으로부터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방이라는 구조적 공간을 개인과 비유하면서 종횡무진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은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넘어서려는 방식이다.

 

권인경_그때의 기억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53.5X107.5cm_2023
권인경 _ 서로 다른 기억들 2_ 옻칠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 아크릴채색 _142X;73cm_2023
권인경 _ 너와 나의 이야기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197X135cm_2023
권인경 _ 붉은 기억 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176X136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2_ 한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 아크릴채색 _72X;50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35.5X55.6cm_2023

권인경은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형식주의는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서사는 인간이 등장해야 자연스럽지만, 작품에는 정작 인간이 없고, 간혹 뜬금없이 등장하는 의자는 인간의, 요컨대 부재함으로서 현존하는 자리를 상징한다. 인간관계로부터 출발하는 현대적 병이 있지만, 작가이기에 자기 안에만 머물 수도 없다. 방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가까운 이가 어릴 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앓았고, 이후 오지랖 넓은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 폭력을 겪으면서 외부와 단절된 상황과 관련된다. 타인과의 언어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그는 방에서 잘 나오지 않지만, 문을 조금은 열어 놓는다고 한다. 세상과의 조그만 통로의 확보이다. 하지만 정상/이상의 관계는 유동적이다. 정도의 문제일 뿐 보통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우호적인 외부로부터 보호받으려는 본능이 개인으로 하여금 점점 오래 방에 머물게 한다. '스마트'한 세상이 열리면서 나가지 않는(않아도 되는) 경향은 강화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대면' 관계는 상대화된다. 대면은 이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된 것이다. 세계로 열리는 문이나 창이라는 비유는 물리적인 만큼이나 가상적이다. 하지만 정보혁명의 시대에는 현실을 대신하는 코드들의 세계에 갇혀 있기 십상이다. 방의 역할을 강화되고 있다. 개인공간이 아닌 상업시설에도 'OO'이 많지 않은가. 대부분 일탈적인 'OO'''이라는 공간 특유의 비가시성에 대한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권인경의 방들은 자족적이지 않고 계속되는 연결망이 특징적이다. 내부와 외부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고 이러한 변화무쌍한 공간관은 이와 연동되는 시간관과 연결된다.

 

권인경 _ 그날의 기억3_ 한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4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 5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6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 4_ 고서에 수묵 _15.5X24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5_ 고서에 수묵 _15.5X24cm_2023

  조너선 스미스는 [자리잡기 to take place]에서 명사적인 성스러운 공간(sacred space) 보다는 자리(plce)에 대한 사회적이고 동사적인 이해를 강조했다. 저자에 의하면 공간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투사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선험적 공간이 아닌 찾아내야 하는 자리는 시간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시간은 무엇보다도 서사이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기억 시리즈에서 '기억'이라는 키워드는 시간과 관련된 범주이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공간들은 관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속에 많이 쟁여져 있는 시공간만큼이나 빠른 보폭을 요구한다. 국면의 빠른 전환은 대도시를 통과할 때의 경쾌한 느낌을 준다. 대도시에서 촘촘하게 자리하는 방들은 철저히 계층적이다. 가난한 1인 가구의 허름한 주거지가 된 고시원부터 시작해서, 보다 보편적으로는 아파트의 방들이나 오피스텔이 그렇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펜트하우스까지 공간은 가장 값비싼 물적 자원이다. 방은 초라하든 화려하든 개인의 심리적 연장이자 보호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 공동체에 대한 기대치가 있지만, 현대사회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을 분리시킨다. 인간은 생산/소비적 체계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구조가 내면화 되어 개인은 필사적으로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 한다.  이선영

 

10년은 강산도 바꾸고 학번도 주민번호 앞자리도 바꾼다. 평점은 대개 10점 만점이다. 장수의 상징 하면 또 십장생이다. 변화와 만개, 영속이 모두 ‘10’에 담겨 있다. OCI미술관의 지난 10년은 일일이 손꼽기 힘든 많은 작가들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작업, 그들의 손으로 꾸린 각양각색의 전시로 반짝였다.

작가들의 목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려 늘 고민하는 것이 전시이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 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그들도 마주치면 더 크게 진동하지 않을까? 따로 볼 때 미처 몰랐던 색다른 면모가 보다 또렷해지고, 서로 한층 돋보일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각자 왼손 혹은 오른손이 되어, 짝과 둘씩 마주 어우러진다. 깍지 끼는 모양새도 제각각이다. 팽팽하게 맞서다 때론 기대어 서고, 꼬치에 꿰어 도는가 하면, 거미줄로 두루 얽는다. 넌지시 이어지는 시각적 박자 속에 저마다 무언가 확장하고 뛰어넘는 ‘초월 얼개’를 심지처럼 품는다. 영 딴판이면서도 어딘가 자못 통하는 다섯 쌍의 작가들. 의기투합 깍지 끼고 쭉 뻗어 서로 밀어주는 양손을, OCI미술관을 빛낸 ‘금손’들을 다시 만난다.

 

김영기 (선임 큐레이터)


Heart-Land

권인경展 / KWONINKYUNG / 權仁卿 / painting

 2013_1120 ▶ 2013_1126

 

 

 


권인경_저장된 파라다이스_한지에 고서콜라주, 수묵채색_160×1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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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경 홈페이지_http://www.inkyungkwon.com


초대일시 / 2013_1120_수요일_06:00pm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Heartland-유토피아의 입구에서 ● 권인경은 채색화 기법을 통해 풍경을 표현하는 작가다. 그런데 그 풍경은 전통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작품들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권인경의 작품에서는 전통산수화에서 구사되는 먹과 붓의 흐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화법에서 도입하지 않았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기도 하고, 화면 구성 방식에 있어서도 오래된 책들의 낱장들이 화면에 콜라주 되어 시간성을 상징하기도 하며 다시 그 위에 몽타주 기법으로 그려진 다양한 이미지들이 작가의 주변을 둘러싼 소소한 일상의 사유와 경험을 시각화하는 이중적 콜라주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 권인경의 작품 속에는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한 화면 속에 혼재해있다. 작가의 생활 반경에서 발견되는 주택과 상점, 그리고 작가가 방문했거나 먼 곳에서 바라본 빌딩들이 일관된 시점과 비례에 맞지 않게 바위산이나 나무, 숲, 아스팔트 도로 등과 공존하고 있다. 종종 권인경은 작품 속에 배치시킬 건물이나 풍경을 의도적으로 왜곡시켜 고층 건물의 바로 앞에서 올려다 볼 때의 급격한 원근법적 묘사나 마치 하늘 위에서 불규칙한 굴곡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로 대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작품 속의 장면들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실내에 있음직한 의자나 탁자 등의 가구들이 그 풍경 안에 더해지고 때로는 이러한 장면들이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권인경_저장된 파라다이스2_한지에 고서콜라주,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94×130cm_2013

 

 

권인경_펼쳐진 집_한지에 고서콜라주, 수묵채색_126×156cm_2013


이렇게 구성된 권인경 작품의 화면 안에는 해자(moat)처럼 풍경을 둘러싸거나 거의 둘러싸듯이 감아 돌아가는 물길이 자주 등장해왔다. 황색 계열의 화면에 남색으로 화면을 휘두르며 흐르는 물은 색상의 대비효과만큼이나 화면 속의 공간을 대비적으로 분리시킨다. 푸른색의 강물은 때로는 이편과 저편을 갈라놓는 듯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 물길로 인해서 고립되는 공간을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위협으로부터의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는 듯하기도 하다. ● 작가는 이렇게 창조된 공간을 Heartland로 명명한다. '심장부' 또는 '중심지'로 해석되는 Heartland는 지리학적인 좌표상의 중심이면서 마음속에서 관심을 집중하는 정신적인 사고의 중심지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 표현된 시각적 이미지들은 기억과 상상의 콜라주로서 작가의 심리적 heartland를 구성하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암호해독 과정처럼 그 이미지를 읽어 나아갈 필요가 있다.

 


권인경_Heart-land_한지에 고서콜라주, 수묵채색_181.5×228cm_2013

 

 

 

권인경_경계의 바깥_한지에 고서콜라주, 수묵채색_130×96cm_2013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우리 인간의 성심리, 불안, 무의식과 잠재의식 등을 연구하여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연구 가운데 하나로서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적 불안을 외부에 표출하는 무의식적 반응 가운데 하나인 방어기제(defensive mechanisms)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연구 이론에 따르면 우리들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면 이성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그 불안을 통제하기 어렵게 되고 오히려 무의식에 기반을 둔 판단과 행동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방어기제는 우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불안과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함으로써 자아를 붕괴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는 자기보호의 방법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 권인경이 작품을 통해 구축해가는 Heartland에는 외부의 어떠한 자극과 위협으로부터도 흔들리지 않는 유토피아적 안녕을 향한 자기보호와 행복 추구의 본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토피아의 영토에 진입하기 전 단계에서 우리는 불안과 위협에 노출될 염려를 떨치지 못하는 시련의 과정을 겪을 수도 있다. 권인경의 작품 가운데 가파른 절벽 앞에 세워진 가상의 고층건물들이나 주변이 가라앉아 그 부분만 솟아오른 것처럼 좁은 땅위에 서있는 이국적인 건물들은「기억의 심연」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작가의 의식 속에서 지금까지 지나쳐온 심리적 불안과 시련의 단계를 시각적으로 회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권인경_모호한 공간2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90×103cm_2013

 

 

 

권인경_가시돋는 나무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24×19cm_2013

권인경_녹는 나무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22×16cm_2013

권인경은 이제 Heartland를 지향한다. 작가는 그곳을 '그 어떤 외부적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요새'라고 한다. 그러나 요새는 이제 더 이상 지형적으로 방어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로 무장된 정신의 요새라고 할까. 작가는 Heartland의 가능성을 조금씩 엿보듯이 작품 속에서 방어적 구도를 이룬 경계의 지형을 조금씩 열어준다. 이제 강물은 작가의 Heartland를 보호하듯 에워싸지 않고 춤추듯 굽어 흐른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을「흐르는 시간」으로 명명 한다. 삶의 연륜이 쌓여갈 때 시간 앞에서 대상들을 관조하는 태도처럼 이제 작가가 새롭게 구축한 풍경에는 활짝 열린 원경의 강(혹은 바다)과 그 너머의 먼 곳의 산들이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게 화면의 구성요소로 등장한다. 색채 역시 이전보다 잘 정제되고 구도도 보다 깔끔하게 다듬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화면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면 그 안에는 구원의 상징인 십자가가 달린 아담한 교회의 모습도 작고 수줍게 등장한다. ● 권인경의 최근작「저장된 파라다이스」에서는 전통회화에서 볼 수 있는 괴석이나 식물 실루엣의 틀 안에 이제까지 작가가 구사해왔던 고서 콜라주, 이미지 몽타주, 작가 주변의 풍경과 사물의 데페이즈망 형식의 배치 등이 모두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공간이 코발트색 바탕을 배경으로 마치 우뚝 솟은 바위나 싱싱하게 성장하는 화분 속의 식물의 형상으로 대치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유독 붉고 커다란 꽃송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드디어 Heartland의 입구를 발견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 하계훈

Vol.20131120d | 권인경展 / KWONINKYUNG / 權仁卿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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