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인사동 엔틱&아트페어에 나오는 ‘궁중화조도’.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제공

■ 10~14일 첫 ‘엔틱&아트페어’ 개막

23개 古미술 업체 참여 사상최대
서화·목가구 등 엄선 作만 전시
신진작가 초대전도 별도로 열려

인사동 전통문화 무한확장 위해
17~21일엔 ‘亞 호텔 아트페어’
이우환 작품 등 4000여점 선봬

 

“인사동이 한국 최초의 문화지구로 지정된 지 20년이 돼 가는데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퇴조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특화된 아트페어를 통해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전통문화 르네상스를 이루고자 합니다.”

신소윤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은 이렇게 고미술 축제 의미를 설명했다. 보존회는 오는 10∼14일 ‘2021 인사동 엔틱&아트페어’(IAAF)를 연다. 복합문화공간 ‘안녕인사동’을 중심으로 인사동 일대에서 진행하는 아트페어엔 23개 고미술 업체가 참여한다.

다보성, 단청, 류화랑, 통인가게 등 인사동에 자리한 갤러리들뿐 아니라 전북·대구·동부·서부 등 전국 지회들도 부스를 마련한다.

신 회장은 “다른 아트페어에서 특별전 형태로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인사동 축제에서 고미술을 주제로 아트페어를 여는 것은 처음”이라며 “규모도 사상 최대”라고 설명했다.

 

▲  신소윤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

인사동 일대는 조선 왕조 600년간 예술의 심장부였다. 최고 예술관청인 도화서가 자리해 당대 유명 화가들이 예술작업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1914년 한성부 중부 관인방(寬仁坊)과 대사동(大寺洞)에서 글자를 따 인사동(仁寺洞)이 된 후에도 그 전통은 이어졌다. 2002년의 문화지구 지정은 그런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으나, 급변하는 시류 속에 인사동 특유의 활기가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미술 축제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을 높여 정책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도 있습니다.”

이번 축제에서는 도자기, 서화, 목가구, 공예품 등 다양한 고미술품을 선보인다. 고미술 업체들과 수집가들이 소장한 작품 중 가장 좋은 것들만 엄선했다는 것이 보존회 측 전언이다. 이와 함께 표구, 지필묵, 전통차와 음식 등도 다채롭게 소개한다. 특별전 ‘한국의 채색화:민화전’에는 화조도, 거북선 해진도, 호렵도, 궁모란도 등 60여 점을 전시한다. 김연우, 선주진, 손동현, 손유영, 안성민 등 현대 민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신진 청년 작가 초대전도 별도로 펼친다.

‘엔틱&아트페어’가 인사동 축제의 1부라면, 17∼21일 여는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서울 2021’은 2부다. 인사동 축제의 확장성을 위한 시도로 조계사 인근 나인트리프리미어호텔 35개 객실에서 미술품을 전시·판매한다. 인사동 갤러리 15곳을 포함해 국내 40개 화랑이 작가 400여 명의 작품 4000여 점을 내놓는다.

 

신진 작가의 작품부터 이우환, 박서보, 김종학, 백남준 등 거장들의 고가 작품들까지 다양하다. ‘건축 판화전 및 드로잉 전’에는 류춘수, 김기연,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 등 한국과 일본 대표 건축가들의 작품이 나온다. 한국 현대미술 최초의 행위예술가이자 최초의 테크놀로지 아티스트인 고 강국진의 작품 20여 점을 소개하는 특별전도 마련된다.

지난 2008년부터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를 주관해온 금산갤러리 대표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특별 문화지구인 인사동이 국내외에서 성가를 더 높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트페어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내년에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가 서울에 진출하는데, 인사동에서도 함께 행사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한때 150여개 성업 지금은 10여곳 남아 명맥유지
도자기 고서화가격 반토막…불황에 애호가 줄어
임대료 싼 장한평으로 가거나 기념품 가게로 전락

 

 

극심한 불황으로 고객 발길이 뚝 끊긴 한적한 인사동 고미술 상점가.

 

           

 "이 업계는 끝난 것 같아요. 세상에 40년 가까이 고미술품을 취급했는데 작년과 올해처럼 안 됐던 적이 없어요. 단골손님들은 거의 다 죽고 젊은 사람들은 사지 않고, 물건들은 돈 많은 사람 집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서울 인사동 터줏대감인 K화랑의 K대표. 그는 요즘 인사동을 뜨고 싶지만 그것조차도 쉽지 않다. 임대료가 더 싼 장한평으로 옮길 생각인데 상가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는 "몇 달째 물건 하나 팔지 못했다. 팔리지 않으니 도무지 재미가 없다"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인사동 고미술 가게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전성기인 1980~90년대만 해도 150개 안팎으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지금은 제대로 고미술품을 취급하는 곳은 10여 개밖에 남지 않았다. 고미술 가게라고 간판을 단 곳도 막상 들어가 보면 중국 도자기 짝퉁과 국적 없는 액세서리, 기념품 등을 섞어 팔고 있다. 이마저도 임대료가 싼 장한평이나 종로3가로 이사가기 직전이거나 점포를 내놓은 경우다.

40년 넘게 고미술 화랑을 운영하는 안백순 동예언 대표는 "요즘 좋은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 인사동 하면 고미술이었는데 그런 명성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동은 조선 말기부터 100여 년간 고미술 메카였다.

지리적으로 사대부와 궁궐에 둘러싸인 인사동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고서화와 도자기들이 인근에서 쏟아져 나와 자연스럽게 고미술 상권이 형성됐다.

간송 전형필, 호림박물관 설립자 윤장섭, 삼성 이병철 회장은 고미술 컬렉터 1세대로 인사동에서 일제에 넘어갈 뻔한 귀중한 문화재를 앞다퉈 소장했다. 그러나 고미술 붐은 1990년대부터 꺾이기 시작해 지금은 최악의 침체를 보이고 있다. 도자기와 고서화 가격은 지난 4~5년 사이 반 토막 났다.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등 한국화 근대 6대 화가의 작품 값도 하락폭이 크다. 1980년대 청전의 말년 작품은 전지(130x60㎝)가 1억원이 넘었는데 최근에는 5000만~6000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최근 고미술 거래가 올스톱된 것은 각종 기업 비자금 수사와 세무조사, 올해부터 시행된 양도세 부과 여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질적인 고미술계 내분과 위작 시비, 부동산 경기 침체도 고미술 상가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컬렉터 출신인 김세종 평창아트 대표는 "30ㆍ40대 젊은 컬렉터들은 전통 문화유산보다는 외국 미술에 관심이 많다"며 "특히 예술품을 두고 즐기는 게 아니라 돈으로 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지 않으면 실망하고 팔 궁리만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고미술 붐으로 오히려 투자 차원에서 중국 도자기를 사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고미술 화랑 대표는 "고미술 큰손이었던 삼성조차 오래전부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미술 작품을 거의 사지 않는다"며 "중국과 대만, 동남아 국가 중에서 유독 우리만이 외국 미술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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