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사진책 450여권 선보여

2018년 11월 11일 (일) 23:32:30정영신기자 press@sctoday.co.kr

우리시대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어두운 사회 현실을 다루는 사진들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사장되기도 빛을 보기도 한다. 고통 받는 현실을 기록하며, 한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는 사진으로 시대를 증명하고 있다.


30년 동안 오롯이 한국의 근현대사 기록사진을 출판해온 ‘눈빛’이 지난 7일 대안공간 ‘스페이스22’(지하철 강남역 1번출구)에서 창립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북페어,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선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책전종과 사진가들의 원판사진, 눈빛아카이브가 수집한 사진, 구와바라 시세이, 정태원, 권주훈, 엄상빈, 전민조, 장숙, 변순철씨등 20명의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사진과 미 군정기 외국인이 찍은 코닥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 되었다.




▲ 눈빛출판사대표 이규상, 편집장 안미숙 Ⓒ정영신


그리고 혼신의 힘으로 한길을 걸어온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가 한국사진의 개요를 정리한

‘지금까지의 사진 – 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도 출간했다.

이 책은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 역사적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80여명의 사진가 작품과 작가소개 등의 리뷰를 정리했다.


▲ '눈빛,한국사진의작은역사 1988-2018'이규상엮음 책표지 (사진제공:눈빛)


1988년 사진전문출판사로 시작한 ‘눈빛’은 지금까지 700여종의 책을 출판했다.

눈빛출판사는 미술평론가 정진국선생의 제의로 이규상씨가 편집장,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가 사장 겸 편집인,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유명한 여균동 감독이 주간을 맡아 1988년 설립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발간한 책은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1958년 북한사회를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규상 대표와 부인인 안미숙 편집장, 그의 딸 이솔과 성윤미씨가 직원의 전부다.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중에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 Ⓒ정영신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사진과 숨은 사진가를 쉬지 않고 발굴해 온 ‘눈빛출판사’는 가난한 사진가들의 든든한 언덕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검증된 사진가의 책을 내기보다는 이름 없이 묻혀 작업하는 사진가들의 사진을 찾아내 책을 만들어왔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초심으로, 한권 팔아 다음 책을 준비하는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안미숙 편집장은 “사진집은 사진가의 의도를 집약해 보여줄 수 있는 사진출판의 꽃이다”고 말하며 “이미지로 읽은 책이 사진집인데, 우리나라는 활자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이미지를 해석하거나 읽어내는 훈련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700권의 책은 80%이상이 사진 관련이고, 나머지는 미술이나 문화 관련 책들이다.

안미숙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8.15해방부터 여수. 순천사건, 6.25전쟁까지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집으로,

외세와 남북한 냉전으로 이어진 해방직후의 역사적 민족사를 기록한 이경모선생의 <격동기의 현장>이다.

그리고 골목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겼던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과

한 평생 서민들의 모습을 담아 온 최민식선생의 <휴먼 선집>도 꼽았다.

지금은 세 분 다 고인이 되셨는데, 작가와의 인간적인 교류 속에 책을 만들어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는 사진기술서가 전부였던 사진출판 분야에 현대사진의 이론을 소개하고,

30년 동안 역량 있는 새로운 작가를 배출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의 부흥을 일으킨 장 본인이다.

작가주의로 치닫는 사진가의 권위나 형식주의 사진에 선을 그으며,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선별해왔다.

열악한 환경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사진 책을 펴내며, 지속적으로 숨은 사진을 찾아낸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특히 눈빛출판사가 시리즈로 선보인 ‘눈빛사진가選’은 잃어버린 풍경을 기록한 사진을 중점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59권을 펴낸 ‘눈빛사진가선選’은 한국사진의 대표시리즈로 발돋움시킬 야심찬 계획이다.

시대적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책임감이 큰데, 언젠가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 ‘눈빛사진가선善’사진책전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 100년사 1919-2019’ 자료수집에 몰두하고 있는 이규상대표는

“사진 책으로 멋진 사옥을 짓는 꿈은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눈빛출판사’가 걸어온 지난 30년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30년, 300년이 번창할 수 있기를 소망 한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창립30주년 기념전은 강남역 1번 출구 미진프라자빌딩 22층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한국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전시 기간에는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 한다고 한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다.


11월 10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시- 5시 30분 /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월 13일(화)

오후 4시- 4시 50분 / 나와 아바이 마을 30년 / 사진가 엄상빈

오후 5시- 5시 50분 /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월 15일(목)

오후 4시- 4시 20분 / 전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시 30분- 5시 20분 /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시 30분- 6시 20분 /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월 17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년 /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시- 5시 30분 /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전시문의 : 대안공간 스페이스22 (02-3469-0822)


▲ 사진과 책이 전시된 모습 (사진제공:곽명우)






위안부 문제는 고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치욕의 역사다.

그 당시 중국 채홍사를 통해 우리나라 처녀를 수천 명씩 데려갔다고 한다.

기력이 쇠진해져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고 해서 환향녀라 불렀다 한다.

그 이후 2차 대전에 동원된 일본군위안부와 한국전쟁으로 파생된 미군위안부에 이르기 까지

전쟁마다 따라다닌 위안부 문제는 여성 최대의 잔혹사였다.

    

 


새삼 미군위안부 문제를 말하는 것은, 그동안 양공주에 대한 개인적 인식이 한 참 잘 못되어서다.

그들을 비하하는 양갈보라는 말을 들은 어린 시절에는 허영에 들떠 양놈이나 찾아 나선 바람난 여자들로 알았다.

하이힐에 짙은 화장을 하고 껌이나 짝짝 씹는 화류계 여성의 대명사로 각인된 건,

청년 시절 본 신상옥감독의 지옥화같은 양공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구와바라 시세이선생의 한국격동50사진전에 나온

미군기지촌 여성들을 살펴보며, 그 자책에 따른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 기지촌에 뛰어 들었거나 어쩔 수 없이 팔려 온 순박한 우리들의 누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군위안부에 대한 지난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 가슴 아픈 실상에 치를 떨게 되었다.

    

 

미군위안부는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성을 말하지만, 일종의 정신대나 다름없었다.

양공주는 그래도 점잖은 말이고, 양갈보, 양색시, 유엔마담, 히빠리, 쥬스 걸 등 별의 별 호칭이 다 있었다.

더 귀가 막힌 사실은 1951년 정부에서 한국군 위안소를 직접 운영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이 한국군 위안소는 국군과 유엔군 장병들이 이용하는 유곽이었는데, 특수위안대, 5종 보급품으로 불렀다 한다.

그 당시 드럼통에 위안부를 한명씩 넣고 트럭에 실어 최전선까지 투입했다는 기록에는 할 말을 잃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이들을 달러벌이, 애국자, 민간외교관으로 치켜세워,

62년 한 해 동안 2만 명 이상의 미군위안부가 65,000명의 미군을 상대했다.

65년과 80년 사이는 동두천에만 평균 2,900명의 미군위안부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들에게 인권이란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 미군 천 명당 성병 발병자가 7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성병이 창궐하자

성 접촉자를 추적해 속칭 밍키하우스라 불리는 낙검자수용소에 완쾌될 때 까지 감금했는데,

약물을 과다 투여해 페니실린 쇼크로 사망한 환자도 속출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미군에게 성폭행 살해된 사건을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해

용의자인 병사를 출국시켜 수사를 미궁에 빠트리기도 하고,

인신매매로 들어 온 소녀가 탈출해 파출소에 신고를 해도 경찰이 다시 그 곳으로 데려 주는 등,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도 득실거렸다.

    



그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방관했던 것은 바로 돈 때문이었다.

1960년대의 기지촌 성매매 수입이 국민총생산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미군 위안부가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단다.

1970년대에는 청와대 관리가 정기적으로 기지촌에 가서 미군 위안부 여성들을 모아놓고 국익을 위해 봉사함을 격려 했으며,

1973년에는 민관식 문교부 장관이 조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온 소녀들의 충정은 진실로 칭찬할만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71년 박정희 정권이 정부 각 부처 차관들을 모아 기지촌 활성화 정책을 만든 것은 주한 미군 철수를 막기 위함이란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몸 파는 걸 수출까지 할 수 있는 나쁜 놈들이다.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고, 이런 위정자들 아래 살아왔다는 게 슬프다.



 

지금도 기지촌 주변에서 할당된 쥬스를 팔기 위해 몸을 파는 위안부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 역할을 필리핀 등지의 외국인들이 대신 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있다.

속아서 한국에 들어오고, 미군과 동거해 자식까지 낳아도 본국으로 도망쳐 버리는 미군이 많다고 한다.

    

 

지구상에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은 어떠한 방법이든 성매매가 끊임없이 이루어 질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의 본능과 자본주의 속성이 만들어 낸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더 이상 인권이 유린되는 일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사진 : 1965년 구와바라 시세이 선생이 찍은 사진이다. 눈빛출판사에서 발간한 격동한국50사진집에서 옮겼다.

: 조문호











 

지난 5일 오후5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일본의 원로 다큐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이 열렸다.

한국을 제2의 고향삼아 50년 동안 기록해 온 시세이선생의 진귀한 사진들은 감동 그 자체다.

그 분의 사진들을 대할 때마다 늘 부끄럽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그 분이 대신한 것이다. 나야 시세이선생보다 한 참 늦게 사진을 시작했지만,

그 무렵의 우리나라 사진가들이 대부분 살롱사진에 빠져 기록의 중요성을 놓쳤다.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시사성 사진들은 우리나라 기자들도 찍었겠지만,

우리가 방치한 한국 이면사는 그가 남긴 사진들이 유일한 게 많다. 미군기지촌을 오가는 양공주들의 모습이나

청계천 판자촌에서 사는 서민들의 생활사 등 보석 같은 사진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역시 가난한 다큐사진가로 힘들게 살아간다.

'눈빛출판사' 이규상씨가 ‘격동한국50년’이란 사진집을 발간하며 전시를 도왔으나, 모두들 힘에 부치는 전시였다.

일본에서 직접 프린트해 온 작품이었지만, 획일화된 규격에다 빌린 액자라 작품에 비해 전시 효과는 반감되었다.

가난이 유죄다. 그러나 사진들이 너무 좋아, 보고 또 보게 만들었다.

판매가격도 오리지널 프린트 한 점에 250만원이면 국내 작가들에 비해 한참 싼 가격이다.

개인이 일본의 원로사진가 시세이선생의 명작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된다.


그 날 전시장에는 국내 다큐사진가는 물론 많은 지인들이 참석했다.
개막식에는 작가 내외를 비롯하여 윤주영, 한정식, 황규태, 박 도, 김승곤, 구자호, 전민조, 이규상, 안미숙, 김녕만, 김보섭,

엄상빈, 임향자, 이기명, 김남진, 안해룡, 이상엽, 정영신, 김지연, 최경자, 이경수, 천수림, 이상봉, 김승혜, 조성호, 한선영,

마동욱, 나떠구, 견석기, 남 준, 곽명우, 김양수, 성윤미, 인현우씨 등 100여명이 전시를 관람하며 축하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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