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실의 경계● '허실(虛實)'은 노자의 도가사상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허실의 결합을 우주 만물의 근원이라 여긴 노자의 사상은 중국 고전 미학의 심미적 · 정신적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7세기 말, 독일의 철학가이자 수학자인 라이프니츠는 현대 컴퓨터의 원리인 2진법 체계를 정립하였다. 이후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이 인류의 삶에 침투해가며, 인간은 이른바 '비물질 시대'에 진입한다. 원자와 비트의 이원적 대립은 '실재'와 '가상', 즉 '물질세계'와 '가상세계'가 점점 더 분열되어 가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등장한 인공지능(AI) ·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이 보급되며 '실재'와 '가상'의 분열은 가속화 되었고, 이로 인한 인간성 상실 · 인간 소외 등의 사회적 문제들이 파생되었다.
정효웅_허와 실의 경계_알루미늄 합금, 감광성 수지 전기 도금, LED 화면, 디지털 매체_200×500×30cm_2022정효웅_가상세계의 원점_알루미늄 합금, 감광성 수지 도금,디지털 매체_100×100×100cm_2022정효웅_만물이 서로 연결되다_알루미늄 합금, 감광성 수지 도금, 디지털 매체_120×140×30cm_2022정효웅_허실의 분리_감광성 수지_150×40×40cm_2022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 시대, 디지털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탐색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노자의 '허실'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들로, '허'와 '실' 이란 개념을 시각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활용하여,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현대사회에서 야기될 수 있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사고와 성찰을 이끈다. 또한, 도가의 천지인 사상을 근거로, '뇌-기계 인터페이스와 인공지능' · '빅데이터와 디지털 전환' · '블록체인' 등 현실 의제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대해 고찰하였다. 동시에, '빅 데이터' · '알고리즘' 을 활용하여, 기존의 '작가의 손을 통한' 전통적인 창작 방법과 구별되는, 소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조형 언어 생성 방법론을 시도하며, '예술가의 사유'와 '머신러닝' 사이의 협업 가능성을 실험하였다.
정효웅_허와 실의 경계 @ 갤러리 코사_2022정효웅_허와 실의 경계 @ 갤러리 코사_2022정효웅_허와 실의 경계 @ 갤러리 코사_2022
동시대 미술은 현재의 관점에서 시대적 요구와 특징을 담아내야 한다. '허'와'실'의 관계 속에는, 기술화 · 인터렉티브화 · 기호화와 같은 산업시대의 속성들이 내재되어 있다. '미디어는 인간 몸의 확장이다' 라는 맥루한의 주장을 통해, 가상과 현실 그 어디에서도 인간이 주체적 위치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어떻게 자아를 인식할 것인가?', '점점 정보화 · 기술화 되어가는 시대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하면 감수성과 상상력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 에 대한 해답을 동양철학의 '천인합일(天人合一)' · '허실상생(实實相生)' 사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정효웅
정효웅_허와 실의 경계 @ 갤러리 코사_2022정효웅_허와 실의 경계 @ 갤러리 코사_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