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고 부서지고 기억되는 풍경에 관한 기록
추니박展 / Chuni Park / painting
2023_0411 ▶ 2023_043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 추니박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9:00pm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
Gallery Mona Lisa Sanchon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0-13(관훈동 14번지)
Tel. +82.(0)2.765.1114
나는 풍경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길을 걷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와 잎이 빼곡하게 들어찬 숲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나에겐 일상이다. 차를 몰아 여행을 다닐 때도 좋은 풍경을 만나면 차에서 내려 한참동안 풍경을 바라본다. 그냥 스쳐가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산의 생김새 능선의 아름다운 곡선, 나무와 넝쿨이 엉켜 만들어낸 특이한 형태나 패턴을 찾아 즐기는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간을 들여 자연을 관찰하는 일은 풍경을 그리는 나에게 그림의 영감을 얻는 가장 좋은 실천이다.
나는 길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이 자연을 찾아 떠나기 시작한 후부터 모든 풍경에는 길이 생겼다. 그 길을 따라가면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니 풍경에 길을 그리는 일은 그 자체로 인간을 그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길 어딘가에 집이 있거나 사람이 떠난 빈 집과 터들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그러니 길을 그리는 일은 풍경화를 인문학적 사고로 보게 하는 힘을 준다.
나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을 따라 자연을 그리는 풍경화가이다. 한국의 기후는 사계절을 가지고 있어서, 계절의 변화를 쉼 없이 그림으로 옮기는 나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스타일의 풍경화를 그리게 되었다. 각기 다른 계절의 풍경을 그리다보면 그것을 표현하는 나름의 화법을 찾아내게 된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내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의 다양성으로 비춰지고 그 다양성만큼 여러 스타일의 시리즈를 그리게 된 것이다.
모든 경험과 기억은 시간 앞에서 부서지고 흩어지고 흐려진다. 어떤 결심으로 어느 날 목격했던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해도 그것을 온전히 생동감 있게 기억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심지어 어떤 경우엔 스케치북을 들여다봐도 그 장소에 대한 느낌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니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경험이 시간에 의해 아련한 추억으로 숙성됐을 때 어쩌면 그림은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진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그리는 작업, 현장에서 사생을 하고 작업실에서 완성하는 작업, 온전히 작업실에서 완성하는 작업을 구별해서 꾸준히 병행해오고 있다. 그 세 가지의 작업 방식은 내가 자연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현장에서 얻었던 살아있는 생동감과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상상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의 표현력을 더 극대화 되고 더 나다워 진다.
나는 두꺼운 한지위에 동양적 시각에 의한 필법과 구도, 서양의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평면성과 채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현대와 전통을 넘나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내가 지난 2년여 동안 현장과 작업실을 오가는 작업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들이다. 어떤 작업은 현장작업의 리얼리티가 있고 어떤 작업은 사실과 추상이 결합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은 상상 속 풍경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내가 궁극적으로 관람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위안과 힐링이다. (2023. 4) ■ 추니박
Vol.20230411a | 추니박展 / Chuni Park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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