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천했으면 개망초란 이름을 붙였겠는가?
한 여름, 잠간만 집을 비워도 지천이 개망초 밭으로 변해 버린다.
메밀꽃처럼 하얗게 무리 진 개망초 꽃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빈집의 상징’이라는 주변 충고에 시들 때까지 기다려 주지도 못한다.
그래도 못난 늙은이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내 년에 사용할 퇴비로 기꺼이 죽어준다.

 

윗 사진은 17년 전 찍은 삼척 도계읍 차구리의 김지석(당시83세)씨로 ‘두메산골 사람들'사진집에서 옮겼다.

아래 사진은 8년 전 정영신씨가 찍은 사진으로 가족사진첩에서 옮겼다.

 

 

 

 

 

 

 

 

 

 

 

 

 

 

 

 

 

 

 

 

 

 

도라지밭이 개망초 밭으로 변했다.

서울에 있는 날이 많다보니 잡초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제초제로 단숨에 박살낼 수도 있으나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꼴은 차마 보지 못하겠고,
자칫하면 좋아하는 봉선화, 채송화,코스모스도 함께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년 전 도라지를 심을 때부터 식용보다 관상용에 더 비중을 두었기에,
메밀꽃처럼 하얗게 무리 진 개망초 꽃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좀 더 기다리다 꽃이 질 무렵에나 뽑을 작정이었으나
‘빈집이나 게으른 집의 상징’이라는 아내 충고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새벽부터 진종일 개망초를 뽑으며 아쉬움이 남아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개망초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도라지꽃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지만
풀숲을 이룬 개망초 꽃에 비할 바 아니었다.

오래전 처마 밑 전봇대 주위로 흙을 돋우어 조그만 동산을 만들었다.
그곳에 옮겨 심었던 야생화도 결코 잡초에 다름 아니다.
모두들 나름의 꽃을 피우지만 꽃의 생김에 따라 야생화와 잡초로 분류, 차별하는 것이다.
꽃은 꽃이지만 못생긴 죄로 죽임을 당하는 잡초 신세나,
푸대접 받는 사람 신세나 다를게 뭐 있는가?

개망초 꽃을 뽑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잡초처럼 누군가를 차별하지는 않았는지? 차별 받고 살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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