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갈피 속에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80년도 후반 무렵의 인사동 포장마차 같은데, 누가 찍어 주었는지 모르겠다.
우동 그릇을 비운 필자와 소설가 배평모씨는 담배를 피거나 잡담을 하고 있고,
김신용 시인은 젓가락을 들다 말고 멍하니 앉아 있다.
다들 술을 좋아하는 친구 사이에 술잔이 하나도 없어 좀 생소한 장면인데,
아마 허기 메우는 일이 더 급했던 모양이다.
하찮게 책갈피에 넣어 두었던 사진이었지만, 세월이 지난 오늘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요즘 김신용씨는 농사에 빠졌는지, 글 속에 빠졌는지, 두문불출이고
지방에 사는 배평모씨는 천상병선생 인사동 추모행사에서 본 후 소식 없다.
조그만 기념사진 한 장이지만, 하던 일을 멈춘 채 회억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한정식선생 말씀처럼 “사진은 된장이나 와인처럼 숙성시켜야 제 맛이 난다”고..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그 때가 그리워지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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