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술상을 차린다.

온 천지, 온 산하에 어허라 가을이 깊다."

-시집 '저녁에' 실린 그의 서문에서-

 살아서는 땡초로 불렸던 시인 최영해씨가 저승으로 떠난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일년 전 갑작스런 부음을 받고 봉화 '一笑庵'에 갔을 때, 오랫동안 시신을 방치하여 방바닥에 얼룩진

그의 형상을 보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모른다.

세상에!

어떻게 사람사는 시골동네에서 옆집 사람이 죽어 썪어가는데도 아무도 모르는 이런 일이 있는지?

죽어서도 장례식장에 안치할 수 없어 얼마 전 적음선사를 따라 간 이종문씨의 술집에서 그리고

여관방에서 지인들이 향을 피우고 술을 따랐을까?

이 일은 이웃사람을 원망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비롯하여 사회 모두가 책임감을 느껴야 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현대 물질문명이 낳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년 전, 개인주의로 치닿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적음의 주검을 사회에 알리려는 노력도 해 보았으나 어느 매체도 관심두지 않았다.

그가 생전에 남긴 외로움 절절이 사무치는 시편들을 읽으며 조그만 시비라도 세워

오랫동안 추억하고 싶었으나 그마저 뜻대로 되지않고 세월만 흘러가 버렸다.

늘 마음의 짐이되어 부담되었으나 다행히도 후배 전활철씨가 일주기를 맞아 자신의 가게'노마드'에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추모제를 올리므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며 추억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밤,

적음이 차린 술상 앞에 벗들이 모여 앉아 생전의 기행들을 씹으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함께한 사람들-

전활철, 인오스님, 조해인 내외, 김상현, 이명희, 김신용, 주승자, 김민경, 손성근, 노광래, 백남이,

조준영, 정영신, 전강호, 편근희, 박영현, 신현수, 박혜영, 최일순, 오광록, 장 춘, 고 헌, 김대웅,

유진오씨 등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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