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번동 정영신씨가 치과에서 대수술을 받았다.

며칠 동안 식사를 못해, 간병 차 대기하기로 했다.

 

지난 일요일 오전에는 ‘유목민’의 전활철씨가 방문했다.

시장 갔다 오는 길에 들렸는데, 두릅을 사왔더라.

김수길씨가 주더라며, 내가 좋아하는 떡도 가져왔다.

정동지로서는 보고도 못 먹는 장떡에 불과하지만, 두릅을 맛있게 데쳐 주었다.

이른 시간부터 두릅을 안주로 ‘대마불사주’ 한 잔 했다.

 

그런데, 너무 슬픈 소식을 전해주었다.

화가 최민화가 낭패를 당했단다.

아무리 좋은 술과 안주지만, 독주가 되어버렸다.

 

활철씨가 떠난 뒤, 벚꽃 구경 시켜주겠다고 정동지를 꼬셨다.

몸이 편치않아 위안하려 했으나, 술이 취해 바로 떠날 수는 없었다.

정동지 역시 비실거려, 두 시간만 자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잠을 너무 많이 자버렸다.

이미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밤 벚꽃도 괜찮단다.

 

여의도 윤중로에는 벚꽃이 봄비에 젖어 한물갔더라.

화려한 꽃잎이 길바닥을 수놓고 있었다.

 

이 나이에 새삼, 한강 야경에 빠져들었다.

인생 말년의 소소한 행복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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