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먹어가니 몸이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어저께는 정영신 동지가 치과에 수술 받으러 갔으나 퇴자 맞았다.

혈압이 높아 수술이 안 되니 내과부터 다녀오라는 것이다.

협압이 187이나 되는 고혈압인데, 본인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눈에 열이 많았지만, 눈병인줄 알아 안약만 넣었다나...

 

내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고혈압에다 당뇨까지 있어 비상이 걸렸다.

약으로 위기는 넘겼지만, 자칫하면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평소 병원을 멀리한 탓인데, 이젠 좋아하는 음식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체중 관리는 열심히 하면서, 왜 그리 건강관리에 무심했는지 모르겠다,

모르는 게 약이라던 미련이 병을 키웠는데, 사돈 남 말 하는 격이다.

 

정동지만 나무랄 일이 아니라 하루 사이 나도 비슷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머리가 아팠으나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정신 줄을 놓는 이변을 당했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열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정신이 끊겨 버린 것이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으나, 처음 당한 일이라 당혹스러웠다.

죽어도 이처럼 편하게 눈을 감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얼마 후 정동지와 함께한 자리에서 내가 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운전하는 도중 그런 상황이 온다면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정동지가 나보다 더 놀란 것 같다.

정동지도 몇 년 전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진 적이 있었으니까...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서인형씨에게 그 이야기를 꺼낸 모양인데, 당장 병원 가야한다며 전화가 빗발쳤다.

동자동 갈 채비를 하는 중에, 박건주씨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병원에 검진 받으러 가자며 건주씨 차에 타라는데, 빼도 박도 못해 끌려가듯 병원에 갔다.

실려 간 병원은 ‘스마트 협동조합’과 협약을 맺은 ‘녹색병원’이었다.

 

병원에서 진료 일정이 맞지 않아 다음 날로 검진날짜를 미루자,

하루라도 늦출 수 없다는 정동지 고집에 응급실에 들어간 것이다.

갑자기 환자가 되어 병상에 드러누웠는데, 의사가 묻는 말만 답하고,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간호원이 피를 빼거나 혈압을 재는 등 바쁘게 움직였으나 모른 체했다..

여기 저기 끌고 다니면서 시티촬영에다 갖가지 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

 

간호원과 조무사가 소근 대는 밀어에서부터 다른 환자의 신음소리까지

귀에 들려 모든 소리가 저승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검사결과가 나올 때 까지 잡혀 있었으니, 한 시간은 더 걸린 것 같았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세 사람이 붙들려 아무 일도 못 본 것이다.

 

그 이튿날 검사는 MRI검사라는데, 대형 세탁기 같은 곳에 머리를 집어넣어 돌리는데, 정신이 없었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려야 했는데, 오래 살다보니 별 검사를 다 받아 보았다.

그런데,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문제는 저혈압에 의한 증상이라고 했다.

정동지는 고혈압이고 나는 저혈압이니 섞어버리면 둘 다 정상이 될 것 같은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다.

사형선고 아닌 집행유예선고를 받아 저승에서 이승으로 걸어 나온 것이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아프지 않고 편안히 눈감았으면 좋겠다.

 

사진: 정영신 /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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