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심장2, 138×138×150(h)Acrylic on FRP, Aluminum, 2019



서울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두 달 동안 열리는 안창홍 ‘화가의 심장’전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작가를 찍지 못해 미루어 왔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부득이 십년 전 ‘인사동 사람들’ 작업 때 찍은 작가의 입상사진을 호출했다.



화가 안창홍



화단의 이단아 안창홍씨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5년 전 강릉에 있는 조각가 최옥영씨 집이었다.
개 두 마리가 흘레붙은 모습을 보며 자위하는 그림인데, 웃음이 절로 나는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틀에 묶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1970년대 중반 위험한 놀이연작을 시작으로 봄날은 간다’, ‘사이보그 등을 발표했고,

2009년에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소시민들의 알몸을 그린

‘베드 카우치’ 연작을 발표하는 등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화가의 손1, 2019, acrylic on FRP, 300X220X45(d)cm



한 때는 사진을 활용한 작업도 했다.
산업화 사회의 와해된 가족사를 다룬 ‘가족사진’ 연작이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인물 사진 위에 덧그려 진 역사 속 개인의 비극을 다룬 ‘49인의 명상’도 발표했다.
익명의 개인에 투영된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의 소외를 이야기했다.


2016년부터는 매체를 입체분야로 넓혀, 눈이 가려진 거대한 얼굴 마스크 조각을 선 보였다.
그 무렵 국내 유수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뜨는 작가로 부상했고,

'맨드라미' 연작이 완판 되는 등 팔리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화가의 손3, 2019, acrylic on FRP, 300X220X45(d)cm



경남 밀양에서 태어 난 안창홍은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림은 누구에게 배우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언어"라며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갔다.

81년 공간화랑 개인전 이후 40여 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등 중요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1989년 카뉴 국제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하여 이인성 미술상과 이중섭미술상 등을 받았다.



화가의 손2, 2019, acrylic on FRP, 300X220X45(d)cm



안창홍 작업의 밑바탕에는 부패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역사 속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울분의 시선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화가의 심장'은 40여 년 동안 작업 해 온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작업이다.
“화가는 그림 그리다 죽는 것”이라며 화가로 죽겠다는 결심이 담긴 대작들이다.




화가의 심장1, 300×220×60(d)Acrylic on FRP, 2019



2m가 넘는 초대형 부조가 몇 점이나 되는데, 이전과 달리 장식적 요소도 강해졌다.
부조와 마스크, 그리고 회화 소품까지 총 30여 점을 선보인다.


‘화가의 손’ 3점은 붓, 물감튜브, 롤러, 인형, 물감찌꺼기 등 쓰다 버린 물건들이 뒤엉켜

어수선한 가운데 백골의 손이 걸려 있는 부조 신작이다. 



  

화가의 손4, 184×130×29(d)Genuine gold leaf on FRP, 2019



한 점은 작업에 열중하는 형형색색의 빛깔이 담겼고,
다른 두 점은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화가의 삶에 빗대어 황금빛과 잿빛으로 그려졌다.
즉 성공한 예술가와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의 삶을 반영한 것이다.

'화가의 심장 1'은 고통과 아픔에 기반 한 삶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화가의 심장 2'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화가의 삶을 그려냈다. 


 




2층엔 대형 마스크 2점과 익명의 얼굴들이 그려진 작은 캔버스 16점이 전시됐다.
작년에 시작한  연작 '이름도 없는…'에는 몰 개성화된 얼굴들이 거친 붓 터치로 그려졌다.
이 표정 없는 인물들은 "단지 이름만 없는 이들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묻혀버린 익명의 인물들"이다.
제주 4·3사태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역사의 현장에서 희생당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슬픈 사실을 작품에 투영시켰다. 



 
'이름도 없는...' 2018-1 Sad Evaporation oil on canvas 38X38cm



2점의 '마스크-눈 먼 자들' 연작은 눈동자가 없거나 붕대로 눈을 가린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 눈은 뜨고 있지만 진실을 보지 못하는 눈 뜬 장님을 그려냈다. 


작가는 "대부분의 화가들이 이러한 고통을 안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일반 소시민들의 삶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들은 화가의 삶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름도 없는...' 2018-2 Sad Evaporation oil on canvas 38X38cm



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비판적 사유를 평면과 입체 작품에 담아 낸 이번 개인전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02-541-5701)에서 오는 6월30일까지 열린다.
몇 일 남지 않아 서둘러야 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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