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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오후6시부터 인사동 ‘툇마루’에서 ‘인사모’ 모임이 있는 날인데,

이 날따라 아리따운 사진가 오현경씨의 오찬초대와 겹쳐 점심 때부터 인사동에 나왔다.





만찬 모임이 있기까지의 서너 시간은 ‘정독도시관’에서 일할 생각으로 노트북까지 챙겨왔는데,

반주로 마신 막걸리 한 병에 맛이 가 ‘백상사우나’에 더러 눕게 된 것이다.





뼈를 도배한 삐쩍 마른 몸뚱이를 물속에 풀어놓고 스스로을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을 가졌는데,

한마디로 나이 값 좀 하라는 생각이었다.

똥파리처럼 전시장이나 쫓아다니며, 사진 찍어 올리는 짓거리는 이제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시간 맞추어 ‘인사모’ 모임이 있는 ‘툇마루’로 갔더니, 원로변호사 민건식 회장을 비롯하여

김완규, 박일환, 조균석, 전국찬, 김길선씨가 먼저와 있었고, 뒤 이어 박원식, 송재엽, 이재훈씨 등 여러명이 오갔으나,

이 날은 모르는 화가 두 분이 끼어 있었다.





명함을 받아보니 김용모씨와 황경숙씨였는데, '미협'에 소속된 화가로 ‘인사동 사람들’이라 적혀 있었다,

난,  명함에 ‘사협’이나 ‘미협’ 로고가 찍혀 있으면 일단 하수로 보는 못된 버릇이 있다.





‘인사아트프라자’에서 29일까지 초대전을 한다는 엽서를 한 장 주었는데,

화가 김용모씨의 용모는 산적 두목같이 생겼으나 그림은 서정적인 풍경이었다.

기와집 위로 꽃비가 휘날리는 그런...





전시 개막식에 가보고 싶었으나, 문영태 유작전과 시간이 겹쳐 못간 것이다.





‘인사모’모임에는 세상을 떠난 이동엽 화백을 비롯하여 화가 김양동, 이목을, 김근중씨 등 여러 명이 있으나, 요즘은 잘 나오지 않는다.

매력을 잃은 건지 재미를 잃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대개의 '인사모' 회원들이 작가들 작업에는 별 관심이 없어 그럴거다.





김용모씨 명함에도 뭘하는 모임인지도 모르는 ‘인사동 사람들’회장이라 찍혀 있으나,

‘인사모’도 인사동도 다들 정체성 없는 이름만 걸고 하늘하늘 할 뿐이다.





이 날은 툇마루 좌석 배치가 흩어져 끼리기리 대화가 나누어졌는데,

마침 박일환, 전국찬, 김길선씨와 북한 여성 한 분이 있는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나의 관심사는 북한 여성이 어떤 사유로 이 자리까지 흘러왔는지가 궁금했으나,

온통 유튜브에 스타로 부상한 박일환씨의 사건 아닌 사건에 집중되었다.





요즘, 법원행정처장으로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씨가 유튜브에 ‘차산선생 법률 상식’이란 코너를 만들었는데,

조회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9,000여명의 팔로우에서 케이비에스 뉴스에 ‘전직 대법관 유튜브되다’

당신의 법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립니다.란 자막 방송이 나가자 16,00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난, 페이스북만 알지 유튜브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다음에 알아볼 생각이었다.

이보다 의미 있는 재능기부가 어디 있겠는가? 박수에 박수를 쳐야 할 좋은 소식이었다.





점심 때 막걸리에 혼쭐난 터라 막걸리 한 잔으로 개기며 돌아 갈 시간만 기다리는데,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해진 코스처럼 노래방으로 옮겼으나, 노래방에 관심없는 '통인' 관우선생은 안내만 하고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졌다.

호흡기 이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나 역시 사라지고 싶었으나, 인사치레로 잠시 눌러 앉은 것이다.





노래방에 들어가자 말자 김용모씨가 ‘미워도 다시 한번’을 청승스럽게 뽑아재꼈다.

다들 노래백과 뒤적이느라 바빴으나, 난 등짐도 풀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차산선생의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슬며시 빠져 나간 것이다.





레퍼토리가 바뀐 처음듣는 노래였는데,

“길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우는 바람소리”라는 노래소리가 들렸다.





인사동 밤거리를 힘없이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애절한 바이얼린 소리가 들려왔다.

길모퉁이에 선 낮선 젊은이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한 어린이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왜 그리 슬프게 들리는지, 나도 죽을 때 ‘봄날은 간다’를 열창하다 숨을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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