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고드름축제'의 정영신씨 장터사진전을 지키다 서울로 도망쳐 왔다.
지난 12일 잠시 왔다 처음이니 일주일이 더 되지 않았는가?

아무리 사모님의 지엄한 분부에 따르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쉬어야 한다는 노동법까지 들먹이며 핑게거리 하나 만들었다.

21일은 셋째 수요일이라 인사동 사람들이 만나 술 한잔하는 날이라고...






더구나 21일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김재홍씨 전시 오프닝도 있지 않은가.
반가운 분들을 여럿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마지막 겨울을 인사동 사람들과 함께 나누자.
별 볼일 없다면, 모처럼 인사동 나들이 한 번 하심이 어떠신지요?

아래 사진은 지난 12일에 찍은 인사동 거리풍경이다.






인사동도 인사동이지만, 이 곳에서 긴 세월 살아 온 인사동 사람들이 더 반가웠다.
그 날은 30여 년 간 인사동 골목 골목을 누비며 행상을 해 온 권경선씨를 만났다.
올해로 아흔에 이르는 연세에 아직까지 인사동 주방을 기웃거리며 참기름이나 양념을 팔지만, 이제 잘 팔리지도 않는다.

요즘은 다들 일괄적으로 배달시키거나 사전에 시장을 보아, 행여 재료가 떨어 진 식당이나 기대해야 하니, 발품도 되지 않는다.
“이제 나이가 들어 일하기도 힘들다”는 권씨 할머니는 자리만 있으면 아무데나 앉아 쉰다.






그리고 인사동의 부자로 꼽히는 ‘아주화랑’ 이기준씨도 만났다.

30년 전 이분의 건물 옥탑 방에 세 들어 몇 해를 살지 않았는가?

항상 부지런하고 근면한 것은 좋으나, 이제 좀 편하게 지내도 좋으련만

부인과 딸까지 민예품 가게에 메 달려 억측 스럽게 사신다.
그 많은 돈, 죽을 때 아까워서 어떻게 죽을까?







이날은 공교롭게도 인사동의 돈 많은 부자도 만났고, 어렵게 살아가는 빈민도 만났다.

다들 뼈 빠지게 일하건만 있는 사람은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없는 사람은 평생을 거지처럼 살아야 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또 한 번 열 받는다.

두 분 다 고생스럽게 사시니, 어쩌면 똑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행복의 기준은 결코 돈이 아니니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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