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춘시인의 시가 죽이듯이, 주벽 또한 죽인다.
그러나 한 동안 술을 끊어, 더 이상의 술 꼬장은 볼 수 없었다.
술자리에서 잘 만날 수도 없지만, 만나도 재미가 없다.

예전엔 술만 취하면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져 슬슬 피해 다녔는데,
한 번은 꼬장부리다 기국서씨의 헤딩 한 방에 나가떨어진 적도 있다.
서정춘씨가 말로 하는 꼬장이라면, 기국서씨는 행동으로 하는 꼬장이다.

그러나 막상 술을 끊고 보니, 인사동 낭만 한 자락 잃은 듯 섭섭했다.
가끔은 그의 주벽이 그리웠다.






그런데, 다시 인사동 주당으로 돌아 온 것이다.
지난 2일, 인사동 ‘시가연’의 채현국선생 만찬장에 나타났다.
난, 초장부터 열 받아 퍼 마셨지만, 서정춘씨도 많이 마신 것 같았다.
마이크 잡고 노래도 뽑았으나, 난 나와 버렸다.

참새들의 방앗간 ‘유목민’에 들렸더니, 공윤희씨가 있었다,
좀 있으니 장경호씨가 나타났고, 잇따라 하홍만씨가 서정춘시인을 부축해 왔다.
얼마나 시달렸던지, ‘유목민’에 데려다 놓고 가버렸다.






그 뒤는 너무 취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밤 세시 무렵, 장경호씨와 택시를 같이 타고 온 기억이 전부다.
그런데, 이튿날 ‘유목민’ 전활철씨의 뒷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전활철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라 술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단다.

후배 장경호씨에게 존댓말을 꼬박꼬박 써가며 비위를 슬슬 건드렸다고 한다.

술 취하면 장경호씨 꼬장도 보통은 아닌데, 한 판 떠보자는 거 아닌가?
결국은 실구한 ‘호로자슥’이란 한마디에 장경호씨 성질이 폭발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쩌랴! 죽일 수도 살릴 수도...
그래서 날 데리고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전활철씨가 붙들려, 새벽 여섯시까지 시달렸다고 한다.
나중엔 억지로 택시 태워 사당동까지 보냈다지만,
그 과정에서 넘어져 두 사람이 머리를 찧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우야! 머리 아프다’고 했다는데, 아무쪼록 별 탈 없기를 바란다.

인사동 주당으로 컴백한 서정춘 시인의 화려한 입성식이다.
반갑기도, 징그럽기도, 표정관리 안 된다.





서정춘 ‘봄, 파르티쟌’


“꽃 그려 새 올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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