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김명성씨로부터 수상 축하주를 사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허구한 날 마시는 술이지만, 또 다른 술 마실 핑계 하나 만든 것 같았다.
마침 통의동 ‘인디 프레스’에서 열리는 양승우씨의 사진전에 들려서 가기로 했다.





이 날 따라 빌린 카메라의 전지가 소모되어 사진조차 찍을 수 없었다.
다른 사진은 차지하고라도 전시리뷰에 사용할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야 하는데,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하는 수 없어 카메라를 가진 이상엽씨에게 한 장 부탁했는데,
아직까지 감감소식이다. 개막식을 하는데, 빨리 오라는 독촉전화가 걸려왔다.
오랜만에 만난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인디프레스 김정대관장,
이 전시를 기획한 황정수씨 등 반가운 분들이 많았으나, 살그머니 빠져 나와야 했다.





인사동 ‘유목민’에는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도예가 김상기씨와 김각환씨가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전주 한봉림씨 작업실에서 벌인 포말 퍼포먼스 이후 처음 만났으니,

화제는 자연스럽게 그 때의 긴박한 상황으로 돌아갔다.

길길이 날 뛰던 김명성씨를 제압한 사람이 김각환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날 사고를 친 이상훈씨가 한봉림씨께 죄송하다는 전화조차 없었던데 분개하고 있는데,

슬며시 이상훈씨가 나타났다.






양순하게 생긴 그의 모습에서, 악마 같았던 그 날의 모습이 오브랩되었다.
술이 원수인지 모르지만, 어떻게 그 지경을 만들었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망쳐 나와 여지 것 전화 못했던 것도 너무 엄청난 일을 저질러 두려워서 못했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사과하며 찾아뵙겠다고 전화를 드렸다며, 그 날의 악몽을 되새겼다.






재미있게 놀 때, 전활철씨가 부른 ‘청춘’이란 노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80년도 후반기 민주화 열망에 학교마다 전쟁터가 되었던 때가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포커판에서 여러 번 고배를 마시다 모처럼 결정적인 패를 잡았는데,
느닷없는 포말세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학생시절 직격탄을 맞은 최류탄으로 착각되어, 적개감에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아무턴 ‘미지랄’이란 전무후무한 역작을 탄생시켰으니, 언젠가 서명하러 가야 한다며 한 바탕 웃고 넘겼다.

뒤늦게 정영철씨와 정영신씨가 나타났다.
카메라가 없어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터라 죽은 사람 살아온 듯 반가웠다.
카메라를 건네받아 사정없이 갈겼더니 속이 좀 후련했다.
군인이 무기가 없으면 맥 못 추듯, 찍사가 카메라 없으면 찍사도 아니다.
찍고 나면 그 사진 정리하느라 낑낑대지만, 이게 업인데 어쩌랴!

사진, 정영신,조문호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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