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지쳤나보다.

이틀 동안 쪽방에 들어 누워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토요일 햇불 집회 생각으로, 더 이상 누워 있을 여유가 없었다.

광화문에 가야하지만, 한 두시간 더 쉬고 싶었으나,

서울역에서 왕왕거리는 확성기 소리에 그만 일어나야 했다.



 




빈속이라 뭘 좀 먹어야 했으나, 밥 때를 놓쳐버려 그냥 나갔다.

서울역으로 갔더니, ‘박대통령을 모함하는 검찰을 구속하라

현수막을 펼쳐잡은 노인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요즘 토요일만 되면 광화문 집회에 맛 불 놓느라, 노인들이 종종 난리를 피운다.

이전에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엄청 멸시했.


  

 




그런데, 그 날은 잘 아는 이웃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돈이 탐나 일당 받으러 나왔을까? 아니면 진짜 그렇게 생각할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일 뿐이지, 개짓하는 지식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알고도 나쁜 짓 하는 인간들보다, 잘 몰라 그러니 용서라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여지 것 권력가진 인간들에게 이용당한 사람들이 바로 돈 없고 못 배운 서민들이었다.







우리민족은 유달리 긴 세월동안 권력자들에게 짓밟혀 온 서러운 민족이다.

그러나 이젠 그 틀을 깨야한다. 아니, 얼마나 앞 당기냐의 문제지, 깨어 질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무지한 국민보다 깨어 있는 국민들이 더 많으니,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더구나 SNS의 위력은 나쁜 짓하는 놈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구조다.


그날도 서울역에서 카메라 들고 설치던 MBC같은 사이비 언론도 곧 무너질 수밖에 없다.

소수의 목소리도 중요하다는 명분이야 그럴싸하지만, 그 속내는 뻔하다.







더 이상 이웃과 얼굴 부딪히기 싫어, 얼른 지하도로 내려갔다.

종각역에서 내려 광화문 방향으로 갔는데, 오후 3시쯤인데도 사람들이 몰려와 도로가 혼잡했다.

예술인 캠핑촌에서 아는 분들을 만나려 했으나, 사람에 막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어쩌다, 판화가 류연복씨와 김사빈씨를 간신히 만났을 뿐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앞 장선 행렬에는 백기완선생과 이재명, 장경호, 하태웅씨의 모습도 보였으나, 사람에 막혀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길 가 양쪽을 경찰차로 방벽치고 인도는 경찰이 점거하고 있었으니, 4차선 도로가 북새통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넘게 시달리고 나니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났다.

몸이 정상이 아닌데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은 것이 없으니, 그런 것 같았다.



 


간신히 경복궁 지하역으로 빠져 내려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으로 허기를 메우고 방으로 올라오니, 4층에 사는 정씨가 말을 건다.

오늘은 데모하는 날인데, 왜 벌써 와요?”

차마 아프다는 말은 못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 늙은이는 빠졌다고 둘러댔다.

그랬더니 보수성향의 정씨가 반색을 한다. “그래요. 앞으론 그런데 가지마세요

 

말할 기력도 없었으나, 한 마디 했다.

가고 싶어 가나요. 세상 좀 바꾸어야지요.

우리야 어차피 그렇게 살았지만, 자식들은 잘 살게 해야 지요

 

사진 /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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