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려는 인사동년 치맛자락 붙들고 늘어진지도, 어연 30년이다.
속절없는 인생처럼, 데려가겠다는 세월 앞엔 대책 없더라.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인사동 냄새 맡으려 반나절 넘게 돌아 다녔다.
매번 보던 인사동도 꼼꼼히 살펴보니 아스라한 이야기가 남았더라.

시멘트 사이로 터져 나온 담장 속에서 인사동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고, 
예술가들이 죽치던 대폿집과 골목골목의 희미한 기억들,
연탄 쌓인 술집 뒷간에서도 예전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큰 길은 대부분 옷을 갈아입었고, 후미진 골목에서나 간간히 볼 수 있었다.

몰려드는 돈의 위력에 옛 건물들은 사정없이 흘려 나가고,
사람 사는 정마저 새로 들어 선 건물들처럼 번지레할 뿐이었다.
벗이 떠난 자리를 젊은이들이 채우듯, 인사동 풍정도 그렇게 변해갔다.
낮선 듯 낮 익은, 오랜 석물들만 골목 어귀를 지키며 추억을 대신하란다.

몇 안 남은 터줏대감 따라 인사동도 그렇게 훌쩍 떠나겠지만,
아직은 추억의 끝자락이라도 잡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그 시절을 기억한 사람마저 사라진다면, 다 무슨 소용이랴!
오늘의 인사동에 불과하지만, 무모한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인사동을 사랑했으니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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