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전시 디스플레이에 쓸 재료 구입하러 청계천에 나갔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인데도, 육 만원이나 날아갔다.
자동차 정비소에 맡긴 차는 브레이크 라이닝 마모로 드럼까지 갉아먹었다는
연락에 골머리를 앓는데, 마누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나, 강 민선생님과 인사동 있는데, 점심 먹지 않았으면 ‘툇마루‘로 와”
마음이 딴 곳에 쏠려있어 밥 생각은 없었으나, 안 갈 수 없었다.
‘툇마루’에는 강 민선생을 비롯하여 김가배시인과 소설가 김승환선생도 계셨다.
다들 식사가 끝나가는 중이라 급하게 된장비빔밥 한 그릇을 해치웠다.

식사 중에 나온 이야기는 김전대통령의 서거를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보수언론들은 김전대통령께서 변절해 합당한 과거사를 “통합과 화합의 승부사”로
추켜세우는 등, 국정교과서문제와 물대포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에 대한
들끓는 여론을 덮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정치인으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생전에는 박근혜를 신랄하게 비판해 왔기에, 현 정권에는 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 가시가 뽑혔으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그렇지만 하나같이 장례식장에 나와
무릎을 조아리는 모습에 정치인의 비열한 양면성을 다시 한 번 본다.

고인께서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했듯이,
별 짓을 다 해도 새벽은 올 것이다. 더 이상 고인을 욕되게 하지마라.

김영삼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영면을 빈다.


사진:정영신,조문호 /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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