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청량리 588' 전시 때 팔렸던 사진들을 전해주려
마석의 장경호씨와 장안동 신학철씨 댁을 각 각 방문했다.
가난한 화가들이 사진을 사 줘, 그 고마움에 인사차 들렸다.

처음 들린 마석의 장경호씨 화실은 홀 애비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난간에 걸린 단출한 빨래가 그의 고단한 삶을 대변해 주었다.
장경호씨 댁은 일전에 방문한 적이 있어 살림살이를 대충 파악하지만,
신학철씨 댁은 처음이었다.


 


혼자 사시지만, 정리 정돈이 꽤 잘 돼 있었다.
김치냉장고에는 백김치를 잔뜩 담가놓았고, 장독에는 된장을 가득 담가놓았다.
오랜 세월, 병석에 누운 아내 간병하느라 살림꾼이 다 된 모양이다.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셔서 짬을 낼 수 있으나, 그 전에는 꼼짝달싹 못했다.
인기작가로 부상해 여기저기서 그림을 찾고 있지만, 그릴 시간이 태부족이다.
아마, 신학철선생처럼 바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는 아내가 누운 요양병원까지 자전거로 다녀오며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집안 살림도 살림이지만, 시국현장마다 나서야 해 안 팎으로 바쁘다.
얼마 전 재야인사들로 모인 '국민신당' 창당준비위 공동대표까지 맡아 더 바빠졌다.

 

화구가 있는 작업실에 빨래가 널린 걸로 홀애비임을 말해준다.

 


아무리 바쁘지만, 그림도 열심히 그린다.

정교한 작품들을 완성하려면 많은 시일이 걸린다.

방마다 준비하는 자료와 그리는 작품은 있었지만, 마무리 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완성되기가 무섭게, 비싼 가격으로 팔려 나가니 남을 틈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자도 아니다.

돈만 생기면 가난한 재야단체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니 통장은 늘 재로상태다.

그의 작품세계는 어떤가?  한국의 '고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이다.
민중을 중심으로 특유의 해석과 탁월한 상상력을 발휘한 기발한 내용들이다.
극 사실주의와 콜라주 기법으로 그려 낸  "갑순이와 갑돌이"시리즈와
'한국근대사' 연작들로 오래전 부터 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터다.

 

 

신학철 작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부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신학철 작 '한국근대사'

장안동 술집에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서도 귀띔해 주었다. 

 

작업 중인 '촛불시위' 외에도 남성문화와 전쟁문화를 비판하는 작품도 구상중이란다.
거대한 워싱턴기념탑을 남성 성기로 형상화할 것이라는데, 정말 볼 만하겠다.

 

의리의 신학철화백을 영원한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사진,글/조문호

 

 

 

 

준비중인 자료들을 설명하고 있다.

 

 

투병중인 아내의 고등학생 시절 찍은 사진이 거실 벽에 붙어 있었다.

축제에서 춘향으로 뽑혀 가장행렬에 나선 모습이다.

 

 

 

서재에 꽂힌 옛 자료들이 고풍스럽다 . 머지않아 신학철미술관에 남을 중요한 사료다.

 

언제봐도 소탈한 모습이 정겹다.

 

담배 피우는 장경호씨 표정 자체가 작품이다.

 

 

무슨 말을 저렇게 진지하게 할까? 술이 취해 찍어 기억이 안 나네.

 

 

늦은 시간에 누가 또 전화했을까?

 

 

아이구! 오줌마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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