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니, 인사동을 제집처럼 떠돌던 서양화가 이청운이 그립다.
그가 뇌경색으로 병원에 실려간지 벌써 두 달이 지나버렸다.
수술받기 직전, 얼굴은 보았으나 ‘장에 가자’와 ‘청량리588’의
두 전시 때문에 한 달 반을 허덕이다보니, 그를 잠시 잊고 있었다.
지난 13일 KBS에 인터뷰하러 가는 아내와 여의도에 갔다 오며,
이청운씨가 입원한 ‘강북삼성병원’에 잠시 들렸다.
피골이 상접한 그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굳어가는 몸을 주무르며 연신 눈물을 훔쳐대는 아내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반가워 웃고 있는 모습이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 표정이었다.
재활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야 하나, 폐렴으로 보류되어 있는 상태란다.
목으로는 물 한 방울 넘길 수 없어, 호스를 통해 음식물을 넣어 주다보니,
기력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너무 지겨워, 병원에서 도망치고 싶어!”
어눌한 그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살아 온 한 화가의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었다.
작년에 청산포 바닷가에 핀 홍매화가 눈에 아롱거려, 기억에도 아물거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말에서, 이화백의 식지 않은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가까운 벗들의 격려가 더 필요하다.
결국 병이란 자신감에 따른 스스로의 의지에 좌우되기 마련인데,
여지껏 인사동 사람으로는 시인 조준영씨와 서양화가 문영태씨가 다녀갔을 뿐이란다.
우리 모두 바쁜 일상에서 허덕이고 살지만,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그에게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자!
[강북삼성병원 신관 11층]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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