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에 ‘전통주 갤러리’ 문 열어…월별 주제에 따른 전시 및 시음
[서울] 술 한 잔에 시를 노래하며 풍류를 즐겼던 우리의 선조들. 그 전통과 멋을 담은 우리 술을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인산동에 문을 연 ‘전통주 갤러리’가 그곳.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문을 연 전통주 갤러리 |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해 마련한 이곳은 전통주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얻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설립됐다. 연간 관광객 1,700만 명이 왕래하는 서울 인사동에 자리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에게도 우리 술을 홍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그동안 전통주라고 하면 왠지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직접 시음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안고 전통주 갤러리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지하 1층 갤러리로 가는 계단 옆으로 전통주에 대한 설명이 종류별로 잘 돼있어 눈길을 끈다.
전통주 갤러리의 영문명칭은 ‘The Sool Gallery’이다. ‘The Sool’이란 다른 술, 차별화된 술을 뜻한다고 한다. 마시고 취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술이 가진 이미지와 달리 전통주는 술 본연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 자부심이 명칭에서부터 전해진다. 우리 전통주는 집에서 빚는 가양주 문화, 각 지역 고유의 특색과 다양한 맛을 지닌 지역성이 단긴 문화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 종류도 막걸리, 약주, 전통 소주, 포도주 등 생각보다 다양해 놀라웠다.
갤러리는 월별 주제에 따라 다양한 전통주를 전시하고 있다. 2월의 주제는 ‘식품명인의 전통주’. 설에 맞춰 국가 공인 56인의 명인이 빚은 술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중 특별히 선정된 4종의 전통주는 예약을 하면 시음해볼 수 있다.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이달의 전통주 4종을 직접 시음해봤다.
2월의 시음주. 왼쪽부터 차례로 금정산성 막걸리, 계룡 백일주, 문배술, 솔송주. |
첫 번째 전통주는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 조선 숙종 때 축성됐던 금정산성의 부역꾼들이 낮참으로 즐겨 마시던 데서 유래했으며, 부산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산도가 강한 맛이 특징이며, 삼겹살과 같은 기름진 음식에 곁들이면 좋다. 막걸리의 탁한 색을 외국인은 아이보리 색이라고 표현한다는데, 다홍빛이 살짝 감도는 아이보리 빛깔과 달콤하면서도 깨끗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계룡 백일주로, 백일동안 술을 익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충남의 명산인 계룡산의 이름을 딴 약주이다. 인삼향이 났지만 특이하게도 인삼은 사용되지 않고, 주로 찹쌀을 이용해 만든다고 한다. 진달래꽃, 국화꽃, 솔잎 등과 함께 증류시켜 은은한 향이 나는 게 특징인데, 한국 사계절의 향을 담았다고 평가될 만큼 그 맛과 향이 깊고 독특했다. 이 술의 별칭이 신선주인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배술은 고려 시대부터 제조돼 내려온 평양 일대의 증류식 전통 소주이다. 고려 건국 초기 왕건에게 진상됐던 술인데, 이슬처럼 맑고 과일 배의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며, 40도의 높은 도수를 갖고 있어 목 넘김이 타는 듯한 특유의 느낌을 준다. 드라이하면서도 알코올 향이 나지 않는 깔끔한 맛을 지녔다. 각 지방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주는 많지만 단 세 가지 술만이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고 하는데, 문배술이 그 중 하나에 해당한다.
마지막은 함양 지역의 솔송주로, 지리산 자락의 맑은 물과 어린 소나무 싹인 송순을 이용해 빚은 약주이다. 옅은 금색의 투명한 빛깔과 달달한 감칠 맛, 싱그러운 솔 향이 인상적이었다. 생선회나 한식에 잘 어울리며, 개인적으로는 시음주 중 가장 맛있고 입에 맞았다. 계룡 백일주와 더불어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전통주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준 무라오카 유카리(일본인 막걸리 소믈리에회 회장) |
우리나라 전통주가 이토록 다양한 지역적 특색과 풍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웠다. 한잔 한잔 맛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우리나라 식품 명인이 정성으로 빚은 무형문화재를 접한다는 특별함 또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월별 테마에 따라 매달 다른 시음주가 선정되는데, 3월에는 ‘봄’이라는 주제로 시음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어떤 새로운 전통주를 맛볼 수 있을지 기대됐다.
갤러리 방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전통주 시음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먼저, 주제별로 전통주에 따라 공예진흥원이 추천한 주기 및 주병이 전시돼 있어 전통공예 문화를 접해볼 수 있다. 글로벌 막걸리 UCC 등의 홍보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자료집과 팸플릿을 통해 전통주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술 안내지도를 통해 지역별 대표 전통주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며, ‘찾아가는 양조장’ 팸플릿을 통해 국내 전통 양조장들의 위치와 특성을 파악하고 원하는 곳에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다. 또 전통주 판매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상담을 운영하고 있어 전통주 구매처, 수출입 상담, 외식업장 전통주 메뉴 등에 대한 유용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갤러리 내부 모습(왼쪽). 가운데 테이블에서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상담이 예약제로 운영된다. 전통공예 주기가 전시돼 있는 모습.(오른쪽) |
한전통주 갤러리는 한 마디로 우리 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갤러리를 찾은 장민호(27) 씨는 “우리 술 알리기 일환으로 정부에서 추진한 술 갤러리라고 해서 들렀다.”며 “네 종류의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어 좋았고, 상주하는 직원들의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가 인상 깊었다. 앞으로 우리 술을 알리는 대표적인 명소가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외국인의 발길도 눈에 띄었는데, 일본인 유학생 츠다 미야비(29) 씨는 “인사동을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내부와 친절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막걸리가 아주 맛있고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또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지금까지 전통주는 생소하고 낯선 술이었다. 하지만 갤러리에서 만나본 전통주는 그 이름만큼 친숙했고, 우리 술이 지닌 가치와 훌륭한 풍미에 자부심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설 명절 선물로도 더 없이 훌륭한 선택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통주 갤러리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술에 더 친숙해지고, 국내외적으로 우리 술의 맛과 멋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 전통주 갤러리
위치: 서울 종로구 인사동 11길 8 (인사동 쌈지길 맞은편)
시간: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무료)
예약: 블로그(http://blog.naver.com/soolgallery),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thesoolgalley), 이메일(soolgallery@naver.com)을 통해 시음을 신청할 수 있다. 시음은 매일 오후 1시, 3시, 5시에 진행된다. 또한 내외국인 단체 방문객을 대상으로 요구와 특성에 맞는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단체 예약은 soolgallery@naver.com로 국적, 이름, 연락처, 직업, 주소 등을 보내면 된다.
정책기자 김가영 (프리랜서) likekingd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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