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서울 시민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장소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두루 경험할 수 있어서다. 인사동에는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한정식집과 전통찻집이 수두룩하다. 고미술품과 한국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화랑과 규방도 많다. 세월이 흘러 이제 인사동도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골목 구석구석엔 뿌리 깊은 명소가 건재하다. 쌈지길처럼 근래엔 생긴 공간에선 인사동의 다채로운 면면을 엿볼 수 있다.


승동교회 - 3·1운동의 현장

 

 

                                             승동교회.


승동교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가 서린 장소다. 1919년 3·1운동 당시 전국에서 모인 학생 대표가 만세운동을 준비하고, 거사 전날 일제의 눈을 피해 태극기와 독립선언문을 나누던 장소가 바로 승동교회였다. 승등교회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는다. 1893년 미국 선교사 사무엘 무어가 옛 공단골(지금의 롯데호텔 근방)에 설립했고, 191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천도교중앙대교당 - 역사의 무대

 

                                             천도교중앙대교당.

승동교회와 함께 3·1운동의 중심지이다. 3·1운동 말고도 김구의 임정 귀국 연설(1945년), 소파 방정환의 어린이 운동(1921년) 등 한국 근현대사에서 주요 사건의 무대가 됐다. 건물 외관을 보면 붉은 벽돌과 육중한 화강암이 어우러져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낸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햇빛이 드는 실내도 운치가 있다. 신자가 아니어도 들어갈 수 있다.


운현궁 - 마지막 왕가의 흔적

 

                                             운현궁 노안당.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의 집. 그러니까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1852~1919)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흥선대원군이 거처하던 노안당, 명성황후(1851~1895)가 왕비 수업을 받던 노락당, 경비와 관리를 담당자가 머물던 수직사, 여자들의 공간 이로당 등 모두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전 9시~오후 7시.


토토의 오래된 물건 - 기억 속으로

중년이라면 반가울만한 물건이 가득한 골동품점이다. 1970~80년에 청소년기를 보낸 주인의 추억 어린 물건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찌그러진 흑백TV, 헤진 교련복, 낡은 책가방과 라디오, 공중전화 등으로 빼곡하다. 다소 민망한 문구로 도배된 그 시절의 영화 포스터도 있다. 가게 안의 물건은 일렬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차근차근 주의해서 살펴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입장료 2000원.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인- 추억을 담아가세요

추억의 물건을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갈 수도 있는 가게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각종 학용품부터 구슬과 딱지, 인형놀이 세트 등 없는 게 없다. 엄마 몰래 사먹던 ‘아팟치’ ‘쫀드기’ ‘아폴로’ 등 옛 불량식품도 추억을 되살린다. ‘참 잘했어요’ 도장 옆에 원더우먼이 위풍당당하게 웃고 있는 간판부터 눈길을 끈다. 오전 10시~오후 8시.


쌈지길 - 인사동 최대의 문화 공간


 

 

                                              쌈지길.


쌈지길은 공예품 가게, 갤러리, 찻집, 음식점이 가득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마당을 둘러싼 구조로, 건축물 자체도 아름다워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 4층 옥상에는 카페와 밥집이 있는데 꼭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한숨 돌릴 만한 공간이 있다. 내려다보이는 쌈지길과 인사동 거리를 배경으로 찍는 옥상 사진은 쌈지길의 대표적인 기념사진 포인트기도 하다.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여자만 - 인사동 최고의 남도 맛집

 

                                              여자만.

오해 마시라. ‘남자 입장 불가’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여자만’은 전남 여수와 고흥반도 사이에 있는 만(灣)의 이름이다. 그 이름답게 남도 음식을 전문으로 선보인다. 특히 꼬막 요리가 많이 팔린다. 싱싱한 꼬막을 알맞게 데쳐낸 바다 향이 그득하고 짭쪼름한 맛이 술안주로 좋고, 반찬으로도 좋다. 벌교참꼬막(3만3000원), 양념참꼬막(3만8000원), 꼬막전(2만5000원) 등이 대표 메뉴다. 한옥을 개조해 만들어 내부로 들어서면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


민가다헌 - 분위기 좋은 한식 레스토랑

 

 

민가다헌.

퓨전 한정식 레스토랑. 명성황후의 조카 민익두 대감의 옛 저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개량 한옥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외관과 담장은 전통 한옥이지만 내부는 서양이 주거양식이 반영돼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로 인정받아 서울시 민속문화재 15호로 지정됐다. 호텔 수준의 질 좋은 음식과 아늑한 분위기 덕분에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안성맞춤이다. 정오~오후 11시.


메밀꽃 필 무렵 - 사람냄새 가득한 민속주점

 

메밀꽃 필 무렵.


김광석 팬에게 꽤 유명한 술집. 이곳은 365일 김광석 노래만 트는 민속주점이다. 푸짐한 안주와 덕분에 10년 넘은 단골 손님도 많다. 인사동의 다른 술집에 비해 가격도 부담없는 편이다. 직접 담은 죽통주(8000원)·감자전(1만5000원)·닭감자조림(2만5000원) 등이 인기 메뉴다. 인터넷카페 회원은 일부 메뉴를 할인받을 수 있다. 문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데,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새벽까지 정겨운 분위기가 이어지곤 한다.


별다방 미스리 - 신세대가 좋아하는 전통 찻집

 

별다방 미스리.

인사동의 수많은 전통 찻집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장소로 속한다. 초등학교 교실처럼 내부를 꾸몄고, 철제 도시락에 김치·김 등을 넣은 추억의 도시락(6000원)도 판다. 공방에서 직접 제작한 가구와 전통 조각보 문양으로 꾸민 인테리어는 신세대에게 더 인기가 좋다. 누구나 차 한 잔 마시면서 기념 사진을 찍어 간다. 아이스홍시(5300원)와 전통차(6500원부터)가 대표 메뉴다.

 

 중앙일보/ 백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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