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육체의 거점(據點)이다.
손은 얼굴보다 정직하다.
손은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본능적으로 잡는 경우가 많다.
어느 시인은 “손이 했던 모든 것을 추억한다”라고 했다.
손은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운명처럼 서로 멀어졌거나
가까워질 때도 손을 먼저 갈망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먼저 이해를 구하고 용서하면서
손을 먼저 내미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전민조 사진집-손에 관한 명상』(눈빛) 중 작가노트
전민조 '가족' 서울 독산동 2006.2/ 전민조 '도봉산 선인봉 코스' 1990.10/ 전민조 '서울 청운동' 1979.11 (왼쪽부터 시계방향)
가족끼리 포갠 손, 점자책을 읽는 맹인의 손, 밧줄을 부여잡은 등산객의 손, 환자의 손을 잡은 수도사의 손, 트럼프를 잡은 도박하는 손, 사진 찍지 말라며 가리는 전직 검찰총장의 손…. 포켓북 사이즈의 이 흑백 사진집에는 참으로 많은 손들이 나옵니다. 눈을 마주친 것도 아니고, 손을 볼 뿐인데 문득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가만히 주위 사람 손을 들여다봅니다. 내밀어 잡아 봅니다.
사진전문 출판사 '눈빛'에서 한국 현대 사진가들의 사진집 ‘눈빛사진가선’ 1차분 10종을 냈습니다. 『구본창-DMZ』『김금순-동해남부선』『민병헌-잔설』『변순철-전국노래자랑』 등 10인의 사진집 10권입니다.
중앙일보 /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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