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내달 6일까지 개인전

 

 


이른봄 매화와 동백꽃이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다. 붉은 양귀비꽃은 늦가을 솔방울, 꽈리와 동거한다. 계절을 달리해 꽃 피는 식물들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색 식물원이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서울 이화익갤러리에서 오는 12월 6일까지 열리는 정소연 씨의 개인전 ‘네버랜드(Neverland·사진)’다. 작가는 “실현 불가능한 기호의 숲”을 ‘네버랜드’로 부르며, 도감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재구성한 꽃그림을 선보인다. 미국을 오가며 한동안 입체·비디오설치 등 매체 작업을 펼쳐온 정 씨는 2010년 무렵 회화로 복귀했다. 국내외 개인전에서 카드 전문 브랜드의 축하카드를 주목한 ‘홀마크 프로젝트’를 통해 꿈과 현실이 혼재하는 비현실적 풍경을 캔버스에 펼쳤다. 이번엔 식물도감 속 사진과 세밀화를 조합한 신작을 발표한다. 열대식물과 고산·냉대기후의 식물이 이웃하며, 원근법은 물론 중력을 거슬러 거꾸로 떠있기도 한다. 원색의 꽃과 식물 사이로 무채색의 새와 식물들이 숨은그림찾기처럼 박혀있다.

그는 “도감의 이미지는 가장 예쁘고 탐스럽지만 그 순간은 극히 짧고 그래서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식물이 아니라 도감을 보고 그린 그림이 오히려 더 생생하다”는 점도 그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도감의 이미지”를 주목하는 이유다.

작업과정은 극사실적인 묘사 등 꼼꼼한 그리기와 시간을 요한다. 식물도감에서 각종 식물이미지를 스캔받아 잘라낸 뒤 컴퓨터 포토샵을 통해 하나로 재구성한 디지털이미지를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린다.

식물그림 외에 도감에서 뽑아낸 뭉게구름 낀 푸른 하늘의 이미지에 미키마우스 등 만화 캐릭터를 그려넣은 ‘하늘’시리즈도 선보인다.

문화일보 /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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