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선생님들과의 약속으로 서둘러 인사동에 나갔다.
정오무렵, 원로사진가 이명동선생을 만나 뵙고 오찬을 함께했다.
세상 살아가는 이런 저런 말씀 듣느라 금방 두 시간이 지나버렸다.
연세에 비해 기억력이 너무 좋아, 잊고 있었던 옛 일들을 상기시켜 주셨다.
강 민선생님과의 약속으로 서둘렀으나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
약속장소인 포도나무집에는 시인 강 민 선생을 비롯하여 소설가 김승환선생,
민속학자 심우성선생 등 인사동 터줏대감들을 두루 만나 뵐 수가 있었다.
강 민선생의 새 시집 ‘외포리 갈매기’가 이 달 하순에 출간된다는 말씀도,
심우성선생으로 부터 천상병선생 산소에서 찍은 사진원고 부탁도 받았다.
아마 잡지사로 부터 천상병선생과 관련된 원고 청탁을 받으신 모양이었다.
낯 술에 약한 터라 막걸리 몇 잔에 취기가 올랐다.
한 낯의 햇살이 내리쬐는 인사동 거리는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거리풍경을 찍었으나, 정겹기보다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장삿꾼들의 얄팍한 상술만 난무하고, 내 마음의 인사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틀 뒤 정선으로 떠날 생각이었으나, 일정을 하루 앞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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