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욱씨의 사진은 한마디로 카메라로 그린 산수화였다.

전시를 기획한 박인식씨의 '산은 자연회귀 본능과 영혼의 영역이다’라는 말이 실감났다.

산의 뼈대와 속살을 드러낸 담백한 맛이 마치 단원이나 겸제의 수묵 산수화를 보는 듯 했다. 

지난번에 전시했던 안승일씨의 백두산 사진이 있는 그대로를 찍었다면,

임채욱씨의 사진은 작가의 의도가 사진 깊숙이 개입되었다는 점에서 확연히 달랐다.
임채욱씨는 동양화를 전공한 사람으로 카메라는 하나의 도구로 이용했을 뿐이었다.

작품들을 감상하며 “아! 이렇게도 되는구나!”하는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였고,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인화지의 출현과 메카니즘의 발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횡으로 길게 펼쳐진 옅은 능선들과 강한 실루엣으로 드러난 산의 윤곽 등

작가의 창의적 노력이 곳곳에 응축되어 있었다.

 

마치 붓 터치 같은 느낌을 주는 새로운 한지의 매력도 돋보이지만,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 준 프린트기술이 수준급이었다.

사진의 계조가 마치 산속으로 파고들 만큼 깊었다.

확 트인 원근법과 여백, 단색조의 깊은 질감, 구름이나 안개에 의한 몽환적 산세,

기존의 틀을 넘어 선 자유로운 프레임은 보는이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었다. 

 

처음으로 시도한 입체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한지에 프린트한 사진을 주무르고 접어, 평면 사진을 입체적인 산의 형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영상실에서 보여준 이미지들도 흥미를 더했다.

한지로 산의 형태를 만들어 다양한 이미지를 투과해 계절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작품들을 살펴보다 이건 사진이 아니라 종합예술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산의 형상을 재현한 사진에다 신비로움으로 이끌어 간 미술적 터치, 입체사진의

조형성을 보여준 조각가적 기질, 미디어 아트 등 예술의 전 부문을 아우르고 있었다.

 

전시작들은 한지전문회사 천양과 함께 개발한 새로운 한지로 프린트했다고 한다.

필자도 ‘인사동 사람들’ 전시 때 한지를 활용한 적 있으나 한지의 거친 결이

기계의 노즐을 막아 애를 많이 먹었는데, 그 문제점도 해결되었단다.

 

 

임채욱씨의 'inside mountains'은 꼭 한 번 봐야 할 전시로 판단된다.

설산, 능선, 구름, 나무, 바위, 인왕산 등 여섯 파트로 나누어진 작품들이 

견지동 '아라아트'전시장의 1층에서부터 지하4층까지 전시되고 있다.

3월28일까지 이어진다.


박인식씨가 전시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입체 작품들

 

 

작가 임채욱씨가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영상설치물

지하1층에서 내려다 본 전시장 풍경

 

전시발문 등 상세한 전시작품들을 감상하려면 본 블로그, 인사동 전시가이드의

'임채욱의 'inside mountains'展, 아라아트에서..'를 참고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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