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7년간의 옥살이로 고초를 겪는 등 민주 투사로서 활동해온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다른 길>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온갖 외지를 돌며 찍어온 7만 여 컷 중 엄선된 120여 장의 사진들이 선보인다. 사진은 시인의 따듯한 시선으로 흑백 필름 카메라에 포착된 아시아 변방의 전경들은 그의 고뇌와 환희의 감정들을 여과 없이 투사한다. 그야말로 박노해 시인의 정수를 한 자리에 압축한 전시다.

흑백 필름이 담긴 낡은 카메라 하나를 들고 14년간 외지를 방랑한 시인의 진정성은 사진과 하나의 소실점을 이루며 더욱 깊은 울림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또한 우리네 잃어버린 삶을 연상시키며 시간의 흔적을 반추하는 빛바랜 사진은 관객의 발길을 처연히 붙잡는다. 농담이 또렷한 시인의 흑백사진은 고요한 풍경 속에 자리한 인물들에게 더욱 포커스를 부각하며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짙게 건넨다.


 박노해. 노래하는 다리_Lake Inle, Nyaung Shwe, Burma. 2011 ⓒ박노해


하지만 한편에선 시인의 사진이 글로칼리제이션(Glocalization)의 시대적 트렌드에 영합하는 프레임적 시각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보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허나 그의 작품들은 우리 삶에 무척 중요한 이야기를 함축한다. 그곳엔 하루하루 정신없이 흘러가는 우리네 삶에 반성적 성찰을 가능케 하는 기제이자,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농사를 짓고, 씨 뿌려 거둔 밀을 빻고, 물 항아리를 이고 집으로 향하는 정서가 담겨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박노해. 인디고 블루 하우스_Gafa village, Rajasthan, India. 2013 ⓒ박노해


일례로 시인이 찍은 인레호수 마을과 고산족 마을을 이어주는 <노래하는 다리>는 우기마다 무너지지만 매년 소수민족들의 화합으로 그 자리에 다시 세워진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 또한 이렇게 서로의 불신된 마음을 이어주는 ‘노래하는 다리’가 아닐까.

박노해의 <다른 길> 사진전은 시인의 이러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오는 3월 3일까지.

경향아티클 문정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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