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에 정영신씨만 나타나면 어김없이 폭설이 쏟아 졌다.

지난 5일, 태백 통리장을 촬영하려는 삼척MBC 황지웅PD와의 약속으로 정선에 갔으나,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일정이 눈 때문에 무려 세 차례나 헛걸음을 해 이번에 못 찍으면 그만 둘 작정이었다.

그러나 '걱정도 팔자'였다.
못 찍는 것은 나중 문제고, 일단은 백설이 휘날리는 만지산 설경에 푹 빠질 수 있어 좋았다.
얼마나 많이 쏟아지는지, 눈송이에 가려 카메라 화인더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 무렵 황PD가 도착해 “작가님은 눈을 몰고 다닙니까?”라고 물었다.

 

예정된 통리장은 다른 장터와 달리 10일만에 서는 장이라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통리장에 할머니들은 나오지도 않았고,

장돌뱅이 몇 사람 나와 눈보라 휘날리는 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것 저 것 사진도 찍고 인터뷰는 했으나 아무래도 이야기가 안 될 것 같았다. 

 

아침 겸 점심 먹으러 간 장터국밥집에서 황PD가 말을 꺼냈다.
“작가님 강원도에 찍지 않은 장터는 없습니까?”
“태백 철암장, 딱 한 곳 남았다”라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출연료를 2회분으로 주겠다며

오는 10일, 한 번만 걸음을 더해 달라는 것이었다.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한국의 장터'

책 소개나 제대로 해달라며 다시 일정을 짜야 했다.

 

"할 일은 많은데, 왜 일이 자꾸 꼬이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며

돌아오는 길은 언제 눈이 왔느냐는 듯 따스한 햇살이 내려 비치고 있었다.
중간 중간 차에서 내려 눈 내린 산세를 감상하는 것으로 위안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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